증거신청 신경전…"법관대표회의 특정연구회 비율"vs"상관없어"
참여연대 의견서 두고 "불순한 의도 허용안돼"vs"국민 누가나"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 심판 변론 준비기일인 24일 오후 주심을 맡은 이석태 헌법재판관(왼쪽부터)과 이영진 수명재판관, 이미선 수명재판관이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소심판정에서 재판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세월호 사고 당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추문설'을 보도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재판 등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21.3.24/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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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세현 기자,한유주 기자 = 임성근 전 부산고법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첫 재판이 24일 열렸다. 국회 측 대리인단과 임 부장판사 측 대리인은 증거채택과 의견서 제출을 두고 첫날부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헌재는 24일 오후 2시 종로구 헌재 소심판정에서 이석태·이영진·이미선 재판관의 주재로 임 전 부장판사의 탄핵심판 준비절차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국회 측에서는 송두환 전 헌법재판관과 양홍석 변호사, 이명웅 변호사가, 임 전 부장판사 측 대리인으로는 이동흡 전 헌법재판관과 윤근수 변호사, 강찬우 변호사, 김소연 변호사가 참석했다. 임 전 부장판사는 참석하지 않았다.
임 부장판사의 탄핵사유는 Δ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박근혜 전 대통령 명예훼손 재판 개입 Δ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체포치상 사건 재판 당시 양형이유 수정 및 일부 삭제 지시 Δ2016년 1월 프로야구선수 도박죄 약식사건 공판절차회부에 대한 재판관여이다.
이날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카토 다쓰야 전 국장 사건은 임 부장판사가 담당 재판장에게 의견을 제시한 것일 뿐 지시나 강요를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야구선수 도박죄 사건은 법원에서 법관징계법에 따른 견책징계를 받았기 때문에 동일한 사유로 탄핵소추 되는 것은 일사부재리에 반한다고 밝혔다.
민변 변호사 사건의 양형이유 수정 지시와 관련해서는 "판결을 선고하고 나서 재판부에서 양형이유를 수정해 다시 판결문 등록을 하는 것은 법원에서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실무"라며 이례적인 수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또 임 전 부장판사의 법관임기가 지난 2월28일 만료되어 탄핵할 수 없게 된 이상, 심판의 이익이 없으므로 각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측은 이날 전국법관대표회의 회의록을 증거로 신청하는 것을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전국법관대표회의 구성원 중 특정연구회 소속 구성원 비율과 임원진 특정연구회 소속 비율을 법원행정처에 사실조회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국회가 전국법관대표회의가 '법관 탄핵이 필요하다'는 의결을 했다는 것을 탄핵소추의 근거로 삼았기 때문에 이같은 주장을 탄핵하겠다는 것이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그 당시 전국법관대표회의 의장은 현재 더불어민주당 소속 최기상 의원"이라며 "최 의원을 비롯한 임원진 중 과반 이상이 특정연구회 소속이라는 언론보도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국회 측은 "이 사건에 관한 재판부의 판단에 무슨 영향을 미칠 사항은 아닌거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대표회의 의결을 소추사실로 주장하고 있으니 구성원 비율도 판단자료가 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참여연대가 지난 4일 헌재에 의견서를 제출한 것도 논쟁의 대상이 됐다.
임 전 부장판사 측은 "헌법재판소법에 의하면 위헌법률심판과 헌법소원의 경우에만 이해 관계인이 의견을 제출할 수 있고, 탄핵심판의 경우에는 이해 관계인 의견서에 대한 규정이 없다"며 의견서 제출이 허용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또 "참여연대는 헌재법과 심판규칙에서 정한 공공단체에도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런 근거 없는 의견서 제출은 사적단체에서 헌재 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는거 아니냐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의견서를 참여연대에 반환하거나 이러한 의견서 제출에 대한 헌재의 의견을 밝혀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국회 측은 "의견제출권이 법령에 명시되지 않았다고 해서 누구에게도 제출권이 없다고 해석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국민된 자의 지위에서 기본권 행사의 일환으로 문서를 낼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어떤 단체가 낸 문서를 얼마만큼 무게를 가진 의견으로 받아들일건지, 참고할지말지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이라면서 "제출된 의견서를 읽으면 안된다거나 영향을 받아서는 안된다는 논리는 성립되지 않는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양측의 주장을 살펴서 적절하게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측 대리인단은 앞서 헌재에 임 부장판사의 형사재판기록 등본을 요청하는 내용의 기록인증등본송부촉탁을 신청했다. 헌재는 이를 받아들여 법원 측에 임 부장판사의 재판기록 사본을 달라고 요청했으나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태다.
임 전 부장판사의 재판기록은 1만쪽이 넘고, 검찰 수사기록은 20만쪽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측은 신청한 기록을 다 복사해오는데 3~4주가 소요될 것 같다고 예측했다.
재판관들은 이날 양측이 필요한 문서를 빨리 입수해 신속하게 재판 절차를 진행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양측에 거듭 물었다. 형사기록목록을 보고 기록 전부가 아닌 필요한 부분만 등사해오는 것은 어떠냐는 제안도 했다.
그러나 양측은 재판기록 등을 전부 입수해 검토하는 것이 낫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헌재는 이날 준비절차기일을 1회로 종료하기로 하고, 양측이 필요한 기록을 입수하면 바로 기일을 열어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임 전 부장판사 측 대리인 이 전 재판관은 이날 기일 종료 후 심판정 밖에서 '참여연대 의견서나 법관대표회의 구성원에 대해 어떤 점을 우려하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헌법재판의 심판에서 이해관계 있는 공공단체나 기관이 의견서 낼 수 있는데 그것은 위헌법률심판이나 헌법소원심판에만 그렇게 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그런데 참여단체란 사적단체가 자기들 법리 주장하는 의견서를 헌재에 접수해서 공식기록이 되니까 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법관대표회의에 대해 윤 변호사는 "국회소추위원 측에서 법관회의를 지금 탄핵소추의 큰 근거로 삼고있다"며 "그래서 법관회의에서의 논의 자체가 일방적으로 특정집단에 의해서 좌우됐을 가능성이 높단 측면에서 소추의원측의 증거를 탄핵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당시 법관대표회의 의장이 현재 민주당 최기상 의원"이라며 "이번 임 부장판사의 탄핵소추는 특히 법관 출신 이수진, 이탄희 의원들이 주도했다"면서 "청구인 측에서 그걸(대표회의 의결) 증거로 제출했기 때문에 피청구인 입장에서는 주장할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회 측 대리인 송 전 재판관은 "이번 재판은 사법권 독립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인지, 사법부 구성원이 사법관 행사를 함에 있어서 어떤 행위는 해야하고, 어떤 행위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가 하면 안되는가 이런것들의 경계선을 좀더 분명하게 하는 그런 계기가 됐으면 한다"며 "선례도 없고 법리적으로 미묘한 논점들도 내포하고 있는 사건이기 때문에 헌재에서 정말 고심하고 또 신중한 심리를 통해서 가장 헌법 합치적인 결론을 내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 전 재판관은 '선배법관으로서 조언한거 불과하다'는 임 전 부장판사 측 주장에 대해서 "어떤 판사가 업무수행에 있어서 좀 어려운 미묘한 논점이 생겨서 자발적으로 동료법관 또는 선배법관에게 참고의견을, 익명화해서 질문을 하고 답을 참고 삼아서 독자적인 결정을 내렸다면 문제될 게 없다"며 "그런데 이사건은 그것과는 본질적 성격이 전혀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sh@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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