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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김종인 "이제 자연인, 할 수 있는 일 하겠다"…킹메이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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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7 재보선 이튿날 바로 비대위원장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자연인으로 돌아간다"면서도 국민의힘 내부를 겨냥해 경고 섞인 조언을 내놨다.

4.7 재보선을 승리로 이끈 주역인데다 11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 국면에서 김 위원장의 역할론이 부각되고 있어 그의 위원장직 사퇴를 정치행보의 끝으로 보는 시각은 거의 없다.

김 위원장은 8일 오전 국회 당대표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저는 오늘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물러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이유는 문재인 정부의 무능·폭정을 더 이상 좌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며 "제가 약속한것은 '국민의힘이 다음 대선을 치를 여건을 확립하면 언제든 주저없이 물러난다'는 것이었다. 이번에 국민 여러분의 압도적 지지로 서울·부산 재보선에서 승리함으로써 정권교체와 민생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기반은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저는 이제 자연의 위치로 돌아간다"고 했다.

그는 4.7 재보선 승리의 의미에 대해 "국민이 주신 값진 승리이고 현 정권과 위정자들에 대한 분노와 심판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담긴 결과"라고 규정하며 "이번 지방선거의 결과를 국민의 승리로 겸허히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들이 승리한 것이라 착각하면서 개혁의 고삐를 늦춘다면 당은 다시 사분오열하고 정권교체와 민생 회복을 이룩할 천재일우의 기회는 소멸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퇴임사였지만 당 내부를 겨냥한 비판도 거침없이 내놨다. 그는 "지난 1년간 국민의힘은 근본적 혁신과 변화를 위해 나름대로 노력했지만 아직 부족한 점 투성이"라며 "가장 심각한 문제는 내부 분열과 반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시장 경선 과정에서 보았듯, 정당을 스스로 강화할 생각은 하지 않고 외부 세력에 의존하려 한다든지, 그것에 더해 당을 뒤흔들 생각만 한다든지, 정권을 되찾아 민생을 책임질 수권의지는 보이지 않고 오로지 당권에만 욕심을 부리는 사람들이 아직 국민의힘 내부에 많다"고 날선 비판을 했다.

이는 서울시장 야권 단일후보 선출 과정에서 김무성·이재오·김문수 전 의원 등 원로들이 자신을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단일화 걸림돌'로 지목하고 사퇴하라고 했던 일을 지적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그런 욕심·갈등은 그동안 국민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으며 언제든 재현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거듭 경고하며 "대의보다 소의, 책임보다 변명, 자강보다 외풍, 내실보다 명분에 치중하는 정당에는 미래가 없다.국민은 이런 정당에 더이상 희망을 갖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부디 국민의힘이 더 많이, 더 빨리 그리고 더 결정적으로 변화해 국민 마음에 더 깊숙이 다가갈 수 있기를 간절히 소원한다"면서 "국민의힘은 새로운 정권을 담당할 수권정당으로, 국민경제를 책임지는 민생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철저한 자기혁신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거듭할 것을 다시 촉구한다"고 했다.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는 "이제 자연인의 한 사람으로 돌아간다"면서도 "국민의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겠다"고 여운을 남겼다.

김 위원장은 이어 의원총회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당 소속 의원들에게 좀더 구체적인 당부를 했다. 그는 "당의 미래를 향한 뼈대는 어느 정도 갖춰 놓았다. 정강정책도 새로 만들고"라며 "의원들에 당부드리고 싶은 것은, 우리 정강정책에 정해져 있는 사항을 깊이 인식하시고 거기에 합당한 의정활동을 하시면 국민의힘이 보다 더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는 것이 국민 일반에 각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는 "당명을 바꾸고 정강정책을 새로 만들면서 제일 먼저 내세운 것이 약자와 동행하자는 것"이라며 "이것은 지속적으로 양극화로 벌어지는 현상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국민의힘이 그걸 지켜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과거에 어느 특정 지역을 무시하고 방치해도 괜찮다는 사고에서 탈피해서 지금 '호남 동행' 의원들이 많이 활동하고 있는데, 그것을 더 강화해서 그쪽 사람들의 환심도 얻을 수 있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는 당부도 했다.

그는 "총선에서 실기에 빠졌던 우리 당원들의 마음을 새로 일으킬 계기를 잡았다"며 "이걸 절대 식지 않도록 계속 이어 발전시켜 내년에 다시 정권을 찾는 계기를 마련해 달라는 당부를 드리면서 작별인사를 드린다"고 발언을 마무리했다. 의원총회장을 떠나며 소감을 말해 달라는 요청에 그는 "결과적으로 보궐선거에서 완전한 승리를 이뤄냈기 때문에 그 동안의 비대위 활동은 매우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강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6월 비대위원장으로 취임한 후 약 10개월 만에 물러나는 김 위원장에 대해 당 안팎에서는 '재추대론'까지 거론될 정도로 높은 평가가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당직자 노조는 이날 이례적으로 성명을 내어 "김 위원장과 함께 한 지난 11개월이 '별의 순간'이었다"며 "붙잡고 싶지만 목소리가 작고 가진 힘이 없어 슬프다"고 했다.

당내 최다선 의원(5선)인 정진석 의원도 기독교방송(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솔직히 잡고 싶다. 김 위원장만한 경륜가가 사실 주위에 찾기 어렵다"며 "그래도 내년도 우리 정권 창출, 정권 교체를 위해서 어떤 역할을 하실 것으로 저는 기대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야당의 병을 치유하러 온 사람"을 자처한 김 위원장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비위에 대한 대국민사과, 광주민주화운동 희생자 묘역에서의 '무릎 사과', 경제민주화·기본소득·성평등을 강조한 새 정강정책 마련 등 이른바 '김종인 플랜'으로 불린 중도화 전략을 이끌었다.

결국 이번 재보선 승리로 그 가치를 입증해낸 '김종인 플랜'이지만, 김 위원장이 물러난 이후에도 국민의힘이 방향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미 김종인 비대위 시기 중에도 공정경제 3법 입법, 기본소득 강령 도입, 광주 방문 및 사과 일정 등을 놓고 당내 보수파의 반발이 있기도 했다.

재보선 압승의 자신감이 독으로 작용해 대선을 앞두고 야당이 다시 "분열과 반목", "욕심과 갈등의 재현"(김 위원장 퇴임사)에 빠질 경우 야권 지지들을 중심으로 또다시 김 위원장이 나서서 역할을 해줄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차기 대선 주자로 첫손에 꼽히는 윤석열 전 겅찰총장과 김 위원장이 손을 잡을 가능성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달 라디오 인터뷰에서 "'별의 순간'을 포착한 것 같다. 이제 준비를 하면 진짜 별을 따는 것", "단순한 검사만 한 검사가 아니고 대단히 정무 감각이 많은 사람"이라고 하는 등 독설가인 그로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윤 전 총장에 대한 호평을 했다.

"보궐선거가 끝나고 5월 중순쯤 가면 아마 어떤 형태로든지 본인의 의사 표시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거나 "저런 사람이 하나 나타나면 속된 말로 파리가 많이 모이게 돼 있다. 그 파리를 잘 골라서 치울 건 치우고 받을 건 받는 것을 앞으로 능숙하게 잘 하느냐에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간접적으로 조언을 건네기도 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위원장이 윤 전 총장의 '킹메이커'로, 윤 전 총장의 정치권 진입을 돕는 가교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기도 한다.

퇴임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오는 김 위원장에게 기자들이 윤 전 총장과의 접촉 가능성을 묻자 그는 "자연인이 됐으니 내 마음대로 활동할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열린 답변을 하기도 했다.

프레시안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퇴임 소감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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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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