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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여권 무능·오만·위선에 회초리 든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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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예견됐던 대로 4·7 재·보선이 야권의 압승으로 막을 내렸다. 집권세력의 어깨를 내려치는 죽비의 강도는 예상보다 훨씬 매서웠다. 오세훈 서울시장 야권 단일 후보(57.50% 득표)는 서울 25개 자치구 모두를 석권하며 집권여당 박영선 후보(39.18%)를 압도했다. 지난 2018년 6·13 지방선거 당시 서울시장선거에서 민주당이 서초구를 제외한 24개 자치구에서 이긴 것과는 정반대의 표심이 드러나며 3년 사이 ‘수도 서울’의 정치지형이 완전히 뒤집힌 셈이다. 특히 현 정권의 핵심 지지층인 20·30대의 표심이 돌아섰고, 집토끼라던 40대도 대거 이탈한 점은 뼈아픈 대목이다. 부산에서는 박형준 후보(62.67%)가 김영춘 후보(34.32%)를 더블스코어 가까이 앞섰다. 보수 진영으로선 최대 승부처인 서울·부산 시장선거에서 두 자릿수 표차로 크게 이기면서 2016년 총선부터 대선·지방선거·총선으로 이어진 전국선거 4연패의 사슬을 끊고 내년 대선에 희망의 불씨를 살릴 수 있게 됐다.

이번 선거는 정권심판 프레임이 인물과 이슈를 집어삼켰다. 일단 서울·부산 시장 후보를 낸 것에서부터 단추를 잘못 끼웠다. 재·보선의 원인을 제공할 때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약속을 깨니 그때부터 다 꼬였다. 2년 전 ‘조국 사태’ 때부터 저질러진 ‘내로남불’의 일상화다. 지난해 총선까지만 해도 국민은 소득주도 성장, 부동산 실정의 부작용으로 고통이 컸지만 코로나19 대재앙 극복이 먼저라는 생각에 여당에 180석을 안겨줬다. 그러나 부동산 가격과 세금 폭등으로 불타는 민심에 ‘LH 사태’가 기름을 부었고 서민 주거안정을 부르짖었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 박주민 의원의 위선적 전셋값 인상에 분노가 폭발했다. 문재인 정부가 세계적 모범이라며 내세웠던 ‘K-방역’마저 백신의 늪에 빠져 정권의 자산에서 부채로 전환됐다. 3년간 당·정의 무능과 불공정, 독선과 오만을 봐왔던 국민이 참다 참다 이번 선거에서 회초리, 아니 채찍을 든 것이다.

보궐선거에 나선 여권 후보의 득표율이 문재인 대통령의 현 국정수행 지지도와 엇비슷하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야당을 상대했던 ‘적폐청산’ 프레임은 이제 유통기한이 지났다는 점을 직시하고 필요하다면 협치의 문을 열어야 한다.

국민의힘은 스스로 잘해서 이번에 승리한 게 아니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유권자들은 최선이 아니라 차선, 차악의 선택이라도 해야 하는 심정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공정과 미래 비전에 민감한 2030세대의 표심에 부응하는 수권세력이 될 수 있도록 환골탈태해야 한다. ‘웰빙당’ ‘영남당’의 굴레를 벗고 중도층을 포용하는 합리적 보수로 거듭나야 미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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