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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반도체 자립 선언 현대차그룹, 국산화 속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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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까지 반도체 공급난 지속 전망

추가 셧다운 대비해 관련 부품 국산화 가속화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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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유제훈 기자] 현대차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국산화에 직접 나선 것은 전 세계적인 반도체 대란에 도미노 셧다운(일시 가동중단)이 현실화하고 있어서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최소 올해 하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현대차 역시 공장 추가 가동 중단 등 피해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보고 계열사 및 협력사들과 함께 부품 개발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반도체 사태 전방위 확산… 장기화 불가피

현대차는 일부 차량용 반도체 대체품 개발로 3공장 휴업을 극적으로 막았지만 이 같은 사태가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부적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한 대에 들어가는 반도체가 수백 개에 달하는데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이 지속되면서 다른 부품에서도 언제든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그랜저와 쏘나타 등을 생산하는 아산공장이 휴업을 논의 중인 것도 또 다른 반도체 부품 때문으로 파악된다. 계열사인 기아 역시 현재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화성공장에 이어 광주공장이 반도체 부족으로 4월 특근을 취소했다. 이에 현대차는 그룹 차원에서 여러 협력업체와 차량용 반도체 관련 부품 국산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협력사들 역시 관련 부품 국산화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중이다. 이달 초 자동차산업연합회(KAIA)가 국내 완성차 업체의 1~3차 협력사 53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 부품업체들 중 72%가 성능만 된다면 수입산을 국산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국산화를 위한 국내업체 발굴 및 상용화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만기 KAIA 회장은 "자동차 부품업체 중 상당수가 성능만 된다면 수입산을 국산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며 "이번 위기는 잘만 활용한다면 우리 차량용 반도체 산업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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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직접 설계, 내재화 목표

현대차그룹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를 내재화할 계획이다. 현대모비스가 최근 중·장기적으로 차량용 반도체 내재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이 대표적 사례다. 현대모비스는 이를 위해 지난해 말 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트론으로부터 약 1332억원에 반도체 부문을 인수한 바 있다.


현대오트론은 현대차가 2012년 차량용 반도체 자립을 위해 설립한 회사다. 설립 이후에 차량용 반도체 사업이 지지부진했지만 현대모비스 인수를 계기로 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 현재 노사는 신사업 안정화 추진위원회를 꾸려 전력반도체 패키징 사업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 중이다.


이는 전동화·자율주행화 추세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반도체를 묶는 최적화된 플랫폼 구축이 중요해진 한편 전 세계적 반도체 수급난에 대응하기 위한 측면이 크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김영광 현대모비스 상무는 "우리 소프트웨어에 최적화된 반도체로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야 하는 만큼 (반도체) 내재화할 계획이 있다"면서 "현대오트론에서 반도체 부문을 인수한 것은 (반도체를 외부에서) 사서 쓰기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대모비스는 중·장기적으로 외부에서 반도체를 조달하는 비중을 줄이고, 반도체를 직접 설계·개발해 이를 외부 제조사에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공급망을 개편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내재화 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도 막대한 투자 및 전문 인력 확충이 필요한 만큼 정부 및 반도체 업계와의 ‘협업’이 필수적이란 조언을 내놓고 있다. 일례로 2018년 기준 미국의 미래차 관련 인력이 25만명에 육박한 데 반해 국내엔 관련 인력이 5만명 수준에 머물고 있다.


한국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는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내재화는 반드시 필요하나, 완성차 기업이 이를 직접 수행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면서 "국내 시스템반도체 업계와 협업하면 엔진·브레이크 등 민감한 분야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일반적인 차량용 반도체는 금방 내재화가 가능하다"고 전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도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사업, 로보틱스 사업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어 투자 여력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국내에선 전문 인력 수급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반도체 업계와 더욱 적극적으로 협력에 나설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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