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MA가 주의 사례로 발표한 바 있는 파종성혈관내응고장애(DIC)와 뇌정맥동혈전증(CVST)은 혈전 증가와 혈소판 감소가 동반되는 질환으로, 이런 드문 사례 대다수는 접종 뒤 55세 미만의 여성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도 접종 후 혈전 발생 신고가 3건 접수됐고 이 중 1건은 CVST 사례인데 당사자는 치료 뒤 호전돼 퇴원했다고 한다.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겠지만, 일단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의 대응은 적절해 보인다. 접종 속도 끌어올리기가 지속적인 과제이긴 하지만, 안전성 확보가 늘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EMA는 전체적으로는 AZ 백신의 이익이 부작용 위험을 능가한다는 입장 아래 지속 접종을 권고한다. 하지만 논란이 끊이지 않으니 걱정과 불신이 쉽게 가라앉을 리는 없다. 최대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국내외 관련 정보를 공개해야 하고, 매사에 안전성을 최우선에 두고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이유다. EMA가 'AZ 백신과 특이 부위 혈전과의 인과성이 확인된다'는 취지의 결론을 내는 최악의 경우도 상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정부가 상반기에 확보한 백신 1천808만8천회 분 가운데 AZ 백신이 1천67만4천회분(59%)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고 한다. 최악의 경우 접종 일정에 직격탄을 맞게 되는 셈이다. 그럴 경우 다양한 대체 물량이 부족한 상황이라서 접종 계획 재조정과 그에 따른 혼란이 예상된다. 궁극적으로는 '11월 집단면역' 형성이라는 애초 목표도 더 멀어지게 된다. 백신 물량 추가 확보와 신뢰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8일 예방접종대응추진단에 따르면 지난 2월 26일 국내에서 백신 접종이 시작된 이후 1차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총 107만5천여명이다. 국내 인구 대비 접종률은 2.06%에 불과하다고 한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접종을 마치고 '실외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를 거론하는 이스라엘의 사례는 먼 나라 이야기일 뿐이다. 백신 접종에서는 여전히 갈 길이 바쁘기만 한데 감염 확산세가 진정되기는커녕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이날 0시 기준 신규 확진자가 700명을 기록했다. 700명대 확진자는 3차유행이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한 지난 1월 5일 이후 93일만이라고 한다. 일평균 지역발생 확진자를 기준으로 하면 이미 거리두기 2.5단계 범위에 들어온 지 오래다. 피로감 누적 등 고충을 하소연하기에는 상황이 엄중하기만 하다. 선제적으로 방역 조치를 강화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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