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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운동화 검색했더니 관련 광고 줄줄이…구글, 바꾼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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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인싸IT] Insight + Insid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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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10대 뉴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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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직장인 한모씨는 최근 출퇴근길에 스마트폰으로 운동화 브랜드를 몇 개 찾아봤다. 검색한 지 얼마되지 않아 방문하는 웹페이지마다 온갖 스포츠 브랜드의 광고가 나타났다. 한씨가 다니는 회사 근처의 헬스장 브랜드 광고도 스쳐가듯 봤다. 한씨는 "마치 내 인터넷 활동 기록을 사찰당하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구글이 지난달 초 인터넷 서핑 기록인 '제3자(Third Party) 쿠키'(이하 쿠키) 수집을 중단하고 이를 신기술 '플록'(Federated Learning of Cohorts·FloC)으로 대체해 이용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겠다고 밝혔다. 쿠키를 통한 이용자의 인터넷 활동에대한 감시와 추적을 막겠다는 취지이다. 하지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플록 도입에도 구글이 여전히 인터넷 이용자들의 행동을 감시하고 추적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구글이 플록을 통해 고객 정보를 지킨다는 이미지를 형성하는 동시에 모바일 광고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구글이 내세운 '플록', 쿠키 수집이랑 다른가?

구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부터 플록의 개발자용 평가판 API(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출시해 웹브라우저인 크롬에 적용하고 있다. 2분기중에는 구글애드 광고주들에게 시범적으로 적용한다.

구글에 따르면 플록은 이용자 관심사에 따르는 '맞춤형 광고'를 제공할 때 비슷한 사항에 관심을 갖는 이용자들을 그룹으로 묶어 광고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그동안 구글은 맞춤형 광고를 위해 크롬 브라우저가 수집한 웹사이트 방문 기록 쿠키를 기반으로 각 개인의 관심사를 추적했다. 예를 들어 자동차 사이트인 'car.co.kr'이라는 웹사이트를 방문한 기록이 남아있는 이용자 A에게 'car.co.kr'이나 자동차 관련 광고 배너를 보여주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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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을 코호트에 배정하는 방식 /사진=Github: google/ads-privacy


반면 플록은 이용자 A가 어떤 사이트를 방문했는지 특정하지 않고 A를 자동차 관련 사이트를 자주 방문한 사람들끼리 묶은 군집에 포함시킨다. 군집 구분은 머신러닝(기계학습)에 맡긴다. 군집별 이용 패턴을 알고리즘이 정기적으로 학습해 관심사를 업데이트하는 방식이다.

구글의 쿠키 기반 광고는 A가 자주 검색하는 장소에 대한 정보나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기업 웹페이지 등으로 A의 취향을 유추하거나 특정할 수 있다. 반면 플록은 A라는 이용자를 군집으로 익명화하기 때문에 A만의 구체적인 특성을 추적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구글의 설명이다.


개인의 인터넷 검색 패턴, 군집화하면 정말 숨겨질까

하지만 개인정보보호 전문가들은 플록을 사용해도 개인의 특성을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방법만 달라졌을 뿐 구글이 크롬에서 이용자들을 감시한다는 본질은 같다는 주장이다.

국제 비영리단체 전자프런티어재단(EFF)은 지난달 초 구글이 플록으로 쿠키를 대체한다는 방침을 발표하자 "쿠키를 차단하더라도 여전히 이용자들은 추적당한다"며 "플록이 개인에 대한 핑거프린팅(웹사이트 방문자를 쿠키 없이 기기별 무선 신호의 특성으로 추적하는 기술)을 하기 위한 기초 자료로 이용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EFF는 구글이 플록으로 오히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것으로 봤다. 플록은 구글의 웹브라우저 크롬 기반으로 작동하는데 보통 크롬은 구글 계정으로 로그인해서 사용하기 때문이다. 플록 알고리즘을 역설계하고 계정 정보와 조합하면 이용자의 구체적인 정보를 알아내거나 이용자의 성별이나 인종 등 인구통계학적 특성까지 유추해 차별적인 정보를 확보할 여지도 있다는 지적이다.


구글이 플록을 내세우는 진의는 뭘까

인터넷 업계에서는 이같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구글이 플록을 강조하는 것은 맞춤형 광고를 버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본다.

전세계적으로 쿠키 수집이 개인정보 침해라는 인식이 늘어나고 각 국에서 규제도 강화되고 있어 IT 빅테크들은 쿠키 수집을 중단하는 추세다. 구글은 내년 1월부터 크롬에서 제3자 쿠키 수집을 전면 제한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미국 현지에서도 이미 애플과 모질라 등이 자사 브라우저 사파리, 파이어폭스 등에서 쿠키 차단 정책을 적용했다.

구글의 2019년 온라인 광고 매출은 약 1350억달러(약 151조원)에 달했다. 막대한 매출을 안겨주는 맞춤형 광고 사업을 계속 이어나가기 위해서라도 개인정보 침해를 줄이겠다는 의지를 보일 필요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구글은 플록 도입 소식을 알리면서 쿠키 기반 광고에 비해 플록 기반 맞춤형 광고 효과가 광고 소비 지출당 95%의 구매 전환 효과를 누린다고 홍보했다. 국내 인터넷 업계 한 관계자는 "플록 도입 자체가 시장에서 구글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한 마케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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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수 기자 100js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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