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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와이파일] '굿바이 LG폰'...그리고 현실이 된 독점의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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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7월 31일 자로 모바일 사업 종료 결정

시장은 환영…"이익보다 비용이 더 큰 사업"

'삼성전자 독점' 우려 목소리도…"큰 변화 없을 것"

"혁신하지 않으면 도태"…기업에 교훈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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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에 2000년대 후반은 그야말로 영광의 시기였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시겠지만, 당시 LG전자는 초콜릿폰과 프라다폰 같은 피처폰(스마트폰의 상대 개념입니다. 스마트폰이 아닌 휴대전화를 말하죠.)을 앞세워 시장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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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선 부동의 1위인 삼성전자를 위협하는 강력한 경쟁자였습니다. 2009년 초에는 롤리팝이라는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인기가수였던 '빅뱅'과 아직 데뷔 전이었던 '2NE1'을 앞세워 광고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후반 휴대전화 업체에는 이른바 '빅5'가 있었는데요, 노키아가 압도적인 선두였고,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소니에릭슨이 뒤를 쫓고 있었죠. 피처폰을 앞세운 LG전자는 '빅3'까지 진입하는 쾌거를 달성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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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3분기를 즈음해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이 아이폰3라는 걸작을 내놓은 뒤, 휴대전화 시장이 세계적으로도, 국내에서도 급속히 스마트폰 위주로 재편되기 시작했거든요. 화들짝 놀란 삼성전자가 갓 시장에 첫발을 내디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우군으로 갤럭시A와 갤럭시S를 내놓으며 허겁지겁 대응을 시작했지만, LG전자의 전략은 한발 늦었습니다. 피처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탓이죠. 2010년 3분기에 4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고, 실적은 계속 악화했습니다. 최근 내놓은 제품을 보면 차별화에 집중한 나머지, 기본기의 중요성을 잊은 것은 아닌지 걱정까지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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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LG전자 휴대전화 사업부는 무려 24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지난 1분기 LG전자 전체로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는데요, 이런 상황 속에서도 휴대전화 사업부가 남긴 건 2,700억 원가량(증권가 추산)의 적자였습니다. 7월 31일까지 사업을 이어가니 25분기 연속 적자가 될 가능성도 있죠.

◆ LG전자 휴대전화 포기에 시장은 '대환영'
지난 1월 LG전자는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했고, 결국 이번 주 시장 철수를 공식 선언했습니다. 당시 증권사들은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하는 게 오히려 이득이라며,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했었죠. 20만 원이 넘는 목표 주가를 제시한 곳이 많았습니다. 아래는 1월 초쯤 국내 증권가에서 제시한 LG전자의 목표 주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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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KB증권이 LG전자의 목표 주가를 24만 원까지 올리기도 했죠. 목표 주가는 어디까지나 말 그대로 목표이긴 하지만, LG전자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 건 분명해 보입니다.

실제 주가 움직임도 살펴볼까요? 지난해 말 LG전자의 주가는 10만 원 아래였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23일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합작법인을 설립한다고 발표하자 상한가를 기록했고요. 상승세를 타던 주가가 날개를 단 건 1월 20일이었습니다. 권봉석 LG전자 사장이 임직원에게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라며, 모바일 사업 철수를 시사했거든요. 당일 LG전자 주가는 13% 가까이 폭등했습니다. 이후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긴 하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크게 오른 주가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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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결국 시장의 판단은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하는 게 낫다는 것이지요. 성과는 없고, 비용만 커지니 백색가전처럼 강점을 가진 사업과 전기차 등 신사업에 집중해야 한다고 본 겁니다.

시장에선 너무 늦은 결정이라는 반응도 나옵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과거 안드로이드 휴대전화 제품군인 '옵티머스' 시리즈가 별다른 반향을 끌어내지 못했을 때 결정했다면 더 좋았을 거라는 뜻이죠.

LG전자가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한다고 가정하고 이후의 상황을 예상해보겠습니다. 일단 세계 시장에선 큰 영향이 없을 겁니다. 어차피 점유율 미미하니까요.

◆ 삼성전자 독점 유력…'가격 오를까' 우려도 확대
국내 시장 상황은 조금 다릅니다. 어차피 삼성전자가 독점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LG전자와 애플도 10~20% 내외 점유율을 유지해 왔습니다. 여기에서 LG전자가 사라진 뒤엔 삼성전자와 애플이 그 점유율을 나눠 갖게 되겠죠. 다만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애플 OS는 생태계가 완전히 다른 제품입니다. 아무래도 조금이라도 더 익숙한 삼성전자로 조금 더 쏠리지 않을까 싶네요. 삼성전자의 국내 점유율이 80%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괜히 나오는 건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독점 체제가 더 강화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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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독점 체제는 일반적으로 득보단 실이 많습니다. 소비자의 선택지 자체가 줄어드니까요. 강력한 사업자가 있으면 경쟁 사업자가 진출하기도 어려워집니다. 절대 강자가 있는 시장에 뛰어든 도전자는 제품 경쟁력은 물론이고, 마케팅적인 부담도 지게 됩니다.

제품의 선택지가 줄어든다는 건, 독점 사업자의 시장 장악력이 높아진다는 뜻입니다. 가격 경쟁력을 가질 필요도 없고, 제품 자체의 우위를 확보할 필요성도 줄어듭니다. 마케팅도 확대할 필요가 없겠죠? 기업이 마케팅을 줄인다는 건, 곧 소비자 혜택이 줄어든다는 뜻입니다.

그렇다고 독점사업자, 이 경우엔 삼성전자가 쌍수 들고 환영할 만한 일이냐 하면 그것도 아닙니다. 과거 삼성전자는 LG전자, 팬택 등과 국내 시장에서 치열하게 다투며, 국제 경쟁력을 키워왔습니다. 경쟁자가 없다는 건, 고인 물이 되기에 십상이라는 뜻이기도 하고, 시장 독점이 부각되면 규제 같은 견제 장치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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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서 치열한 경쟁 중…독점적 지위 누리기 어려워"
여기까진 독점의 이론적인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다만 이런 우려가 지금 시점에선 딱 들어맞지 않는다는 분석도 적지 않습니다. 국내 시장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큰 격차에도 어쨌든 라이벌 구도였지만, 지금은 국내 시장과 세계 시장을 따로 떨어뜨려서 분석하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 시장만 볼까요. 삼성전자는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고가 제품 시장에선 애플에, 저가 시장에선 중국 업체에 밀리는 형국이고요. 실제로 지난해 3분기 스마트폰 출하량 순위를 보면 10위 안에 삼성전자 제품이 5개나 포함돼 있지만, 모두 중상급 제품인 갤럭시 A 시리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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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확실한 강점을 보이는 시장은 중고가나 중저가 제품 시장이라는 거죠. 이렇게 피 말리는 경쟁을 이어가는 회사가 국내 경쟁자가 사라졌다고 해서 독점적인 지위를 남용할 수 있을까요? 전 세계 출고 가격과 상세 제품 사양이 모두 공개되는 세상에서요.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에는 독점의 폐해가 컸지만, 세계적으로 통합된 시장에선 큰 의미가 없을 수 있다"며 "국내 소비자 역시 더 저렴한 제품을 원한다면 얼마든지 선택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습니다.

◆ "LG전자 휴대전화는 기업에 큰 교훈"
LG전자의 선택은 국내 시장에 독점 이슈보다는 기업의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큰 교훈이 될 것 같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LG전자에 2000년대 후반은 전성기였습니다. 하지만 몰락의 시기이기도 합니다. 기술 개발과 제품 혁신보단, 기존 제품 성과에 대한 타성에 젖었던 점이 이렇게 오랜 기간 LG전자의 발목을 잡게 됐으니까요. 이런 사례는 기업 경영에서 수도 없이 찾아볼 수 있습니다.

멀리 볼 것도 없습니다. 위쪽에 언급한 2000년대 후반 휴대전화 '빅5' 가운데, 아직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은 삼성전자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압도적인 1위였던 핀란드의 노키아는 LG전자와 거의 같은 이유로(스마트폰에 대한 대응 실패) 몰락했고, 지금은 휴대전화 사업 자체를 매각한 상태입니다. (역설적이게도 휴대전화 사업을 포기한 뒤에는 통신장비 사업 등으로 꾸준한 이익을 내고 있습니다.) 한때 세계 시장을 주름잡던 모토로라도 구글을 거쳐 중국 레노버 산하 기업이 됐고요, 소니 모바일 커뮤니케이션으로 이름이 바뀐 소니에릭슨은 뭐…이름 아시는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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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목적은 많은 분이 이익 창출로 알고 계실 겁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하지만 저는 가장 중요한 목적을 '생존'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과 기업이 영위하는 사업이 생존해야 이윤 추구도 고용 창출도 투자도 말할 수 있겠죠. 부디 많은 기업이 LG전자 휴대전화 사업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으면 합니다.

조태현[choth@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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