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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담합 사실이냐" 고성 터졌다···국민의힘 균열, 승자의 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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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주호영 국민의힘 당대표 권한대행(왼쪽두번째)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당대표 권한대행-중진의원 연석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 당권 경쟁을 놓고 고성이 오갔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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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자의 저주인가, 당 재편 과정의 일시적 혼란인가.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완승 이후 국민의힘 내부에 미묘한 균열이 일고 있다. 먼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떠난 빈자리를 놓고 당권 다툼이 시작됐다. 또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의 결합을 놓고도 당내 이견이 분출되고 있다. 통합이냐 자강이냐를 두고도 엇갈린 목소리가 나오면서 당이 사분오열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 14일 오전 열린 당 중진회의가 그 축소판이었다.

이날 회의는 시작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지난 13일 당 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서병수 의원은 “과거 방식대로, 과거 사람들이 나서서 지도부를 구성한다면 국민이 우릴 어떻게 바라볼지 생각해야 한다”고 다른 중진 의원들에게 견제구를 날렸다.

당 대표 출마가 거론되는 의원들 사이에는 자강론과 통합론을 놓고 이견이 표출됐다. 정진석 의원이 “자강이 먼저냐 통합이 먼저냐는 논란이 있는데 통합이 곧 자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자, 홍문표 의원은 “우리 당의 정체성을 회복하는 자강이 우선”이라고 맞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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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영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중진의원 연석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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팽팽한 긴장감은 이어진 비공개회의에서 고성으로 폭발했다. 복수 참석 의원들에 따르면 홍문표 의원은 “얼마 전 주 권한대행과 정진석 의원이 만났다고 하는데, 민감한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담합을 한다는 게 사실이냐”며 “출마하는 건 본인 자유지만 그렇게 하면 구태 정치, 나눠먹기식 패거리 정치로 비춰질 수 있다”는 취지로 비판했다고 한다.

이에 정 의원이 “마치 나와 주 권한대행이 밀담이라도 나누는 것처럼 표현하는데 잘못됐다”고 불쾌감을 숨기지 않자, 홍 의원은 언론기사 스크랩을 들어 보이며 “부인하는 거냐”고 따져 물으면서 고성이 오갔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조경태 의원과 주호영 권한대행 사이에도 다소 어색한 장면이 연출됐다. 조 의원이 주 권한대행의 거취 문제와 관련해 “(전당대회 등) 당의 일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로 얘기하자 주 권한대행은 “고려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국힘 초선 “김웅 출마 환영하지만…세력화는 경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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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이 열리고 있다. 2021.4.14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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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초선 의원들도 이날 오후 4시부터 약 두시간 동안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윤창현 의원은 이날 회의 뒤 취재진과 만나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을 분리 선출하자는 데 의견 일치를 봤다”며 “당 쇄신과 개혁을 위해 (초선 의원들이) 10가지 의제를 정해서 추진하자는 말이 오갔다”고 말했다. 김웅 의원이 당 대표 출마 의지를 보인데 대해선 “당의 건강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다만 초선이란 이유로 동료 초선 의원들이 지지한다는 계파적 관점은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전했다.

복수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일부 초선 의원은 간담회에서 “민주당이 이미 전당대회 일정을 확정했는데 우리도 늦으면 안 된다”며 “주 권한대행이 조기 사퇴해야 일정을 확정할 수 있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김웅 의원이 의총에서 출마 의지를 밝히자 격려가 나왔지만, 초선 의원 전체가 특정인을 지지하는 오해를 사는 건 피하자는 신중론도 꽤 있었다”고 전했다.

국민의힘 초선의원(56명)은 전체 의원(102명)의 절반을 넘는다. 하지만 총선 패배 이후 당을 수습하는 과정에서 『검사내전』저자인 김웅 의원이나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본회의 ‘5분 연설’로 이목을 끈 윤희숙 의원 등을 제외하면 별다른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보궐선거 승리 뒤에는 적극적으로 쇄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8일에는 초선 전원 명의의 성명에서 “청년에게 인기 없는 정당, 특정 지역 정당이란 한계를 극복하겠다”고 치고 나갔다. ‘특정 지역 정당의 한계’란 과거 보수정당의 약점으로 지목돼온 ‘영남당’ 논란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돼 이목을 끌었다.

당권 경쟁을 놓고 당 내부만 떠들썩한 게 아니었다.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 모임인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공동대표인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마포포럼 차원에서 향후 당을 이끌기에 적절한 후보를 판단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손국희·성지원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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