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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野서울시장 칭찬한 유일한 대통령…盧 "청계천으로 서울 환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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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연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 시장이 당선되며 4년 만에 야당 서울특별시장의 임기가 시작됐습니다. 예상대로 오 시장은 취임 직후부터 방역·부동산 등 민생 분야에서 정부의 기존 방침과 상반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지난 13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문재인 대통령은 "서울시장께서 제안하고 관계 부처에서 답변을 했지만 충분한 소통이 됐다고 볼 수 없다"며 "서울시와 관계 부처가 국무회의 후에도 충분히 소통해달라"며 점잖은 대응에 나섰습니다.

서울시장은 막대한 권한을 가져 대통령에 준하는 '소통령'으로까지 불리는 자리입니다. 그래서 야당 서울시장이 탄생하면 정권과 치열한 경쟁 구도가 펼쳐집니다. 서울시장은 유력한 대권 후보이기도 해서 대통령과 맞서는 강한 야당 시장의 모습은 지지층 결집에 큰 도움이 되죠. 참여정부 당시 이명박·오세훈 시장,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박원순 전 시장 등이 대표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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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새물맞이 행사(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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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입장에서는 야당 서울시장과 상대해 좋을 일이 없습니다. 연설문 기록을 보면 여당 서울시장이 재임 중일 때는 수시로 대통령과 시장이 같은 행사에 참석하지만, 야당 시장이 재임할 때는 언급되는 일 자체가 드뭅니다. 연설문을 통해 야당 서울시장을 칭찬까지 하는 것은 훨씬 어려운 일인데요. 딱 하나의 사례를 간신히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번 회차에서는 어렵게 찾은 사례를 포함해 역대 서울시장들의 모습을 대통령의 연설문을 통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관선 서울시장의 과잉 충성?…이승만 "회관 명칭에서 내 이름 빼라"

오늘날에는 서울시장을 시민들이 직접선거로 뽑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지만, 사실 대한민국 역사를 돌이켜보면 대통령이 임명한 관선 시장이 서울시를 운영했던 기간이 훨씬 깁니다. 지방자치단체장을 민선으로 뽑기 시작한 것은 1995년에 이르러서입니다. 그 전까지 약 50년은 서울시장을 대통령이 지명했네요.

관선 시기에는 대통령이 시장들을 마음놓고 하대하는 내용이 연설에 많이 등장합니다. 이 같은 관계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1957년 1월 16일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발표한 '우남회관 건립문제에 대하여'란 연설문입니다. 우남회관은 훗날 화재로 소실된 '서울시민회관'(지금의 세종문화회관)의 건축 당시 이름인데요. 여기서 우남은 이 전 대통령의 호입니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공연장으로 설계된 회관에마저 대통령의 호를 붙인 것을 놓고 당시 반발이 심했는지 이 전 대통령은 "회관이 우남이라는 대통령의 호를 가지면 내가 이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을 염려해 서울시장이 내게 알리지 않았다"며 "처음에는 이렇게 하는 줄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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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비상계엄하의 서울시민회관 앞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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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설문 말미에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의회에서 이름을 문제로 삼아 시비가 생긴다 하니 내가 내 이름을 빼도록 하라고 했다. 그러나 회관은 지어놓아야 될 것이니 어떤 일이든지 국민에게 이익이 되고 필요한 일은 성공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힙니다.

그러나 이 전 대통령이 정말로 자신의 호를 빼라고 지시했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4·19 혁명으로 정권이 교체된 뒤에야 회관이 완성됐고, 이를 계기로 서울시민회관이란 명칭이 붙어 개장됐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서울시장의 농지 형질변경 사과한 김영삼…민선시장시대 활짝 열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이 임명한 김상철 전 서울시장이 농지를 매입하고 불법으로 형질을 변경한 일이 드러나 곤혹을 치렀습니다. 김 전 시장은 군사정권 집권기였던 1986년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500평이 넘는 농지를 매입한 뒤 잔디를 깔고 정원수를 심어 개인 정원으로 사용했다고 합니다. 문민정부 출범과 함께 임명됐던 김 전 시장은 형질 변경 스캔들로 7일 만에 경질돼 최단명 서울시장이란 불명예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됩니다.

김 전 대통령은 1993년 3월 5일 조선일보 창간 73주년 특별회견에서 관련된 질문을 받고 "과거에 대통령들은 국민에게 미안하다고 말한 적이 없다. 유감스럽다고 했지"라며 "내가 오늘 서울시장에 대해서는 대단히 미안하다고 말하지 않았나"라며 민망해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인선 과정이 미흡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까지는 인사안만을 갖고 안기부나 법무부에 조사를 의뢰할 수 없다. 권한도 없었을뿐더러 그렇게 하면 비밀 보장도 되지 않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공무원 인사를 위해 중앙인사위원회를 설치해 적임 여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을 거치는 제도적 장치로 활용하겠다"고 답변했습니다.

김 전 대통령은 임기 중이던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를 치러 이와 관련된 발언기록도 많습니다. 지방선거 최대 관심사인 서울시장 후보로 어떤 사람을 공천할 것인지에 대한 발언도 많았는데요. 1995년 1월 6일 연두 기자회견에서는 "첫째 능력이 있고, 둘째 어디까지나 깨끗하고 누가 보든지 어려운 일을 감당할 수 있는 그러한 자질을 갖춘 사람을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당시에도 당내 경선은 존재했지만, 여당 총재를 겸하는 대통령이 상당한 영향력을 끼쳤던 것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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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삼 전 대통령 내외분 지방자치단체장선거투표(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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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복원 행사에서 덕담 주고받은 盧·MB

민선 서울시장 선출이 시작된 후로는 대통령이 연설에서 시장을 언급하는 일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여당 서울시장과 함께한 행사장에서 이름을 호명하는 정도가 대부분인데요.

이례적으로 하나의 연설문이 통째로 야당 서울시장의 업적을 치켜세운 적이 있습니다. 바로 2005년 10월 1일 '청계천 새물맞이행사'에 참석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축사입니다. 노 전 대통령은 "마침내 청계천이 시민의 곁으로 돌아왔다. 서울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진 것 같다. 이명박 시장과 공사 관계자 여러분, 정말 수고 많으셨다"며 청계천 복원사업을 극찬했습니다.

청계천 복원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을 대권으로 이끈 최고의 치적으로 평가받는 사업입니다. 둘은 15대 국회의원 선거(1996년) 당시 종로구에서 맞붙은 적도 있는 정적이었는데도 노 전 대통령이 행사장을 직접 방문한 것이 의외인데요.

참여정부 청와대에 근무했던 정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 정치의 핵심 가운데 하나가 협치였다. 원내1당에 총리 임명 권한을 주거나 연정을 제안하는 등 끊임없이 협치를 시도했다"며 "좋은 정책이라면 야당이 추진한 것도 칭찬한 것이 노무현 대통령이다. 청계천 복원은 참여정부에서도 의지를 갖고 지원했던 사업인 만큼 축하하는 마음으로 기꺼이 행사에 참석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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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새물맞이(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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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노 전 대통령은 정적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청계천 복원사업을 흔쾌히 지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노 전 대통령의 축사가 끝난뒤 이 전 시장도 인사말을 통해 "착공 한 달 전인 2003년 6월 4일 국무회의에서 국무위원들의 의견이 여럿이었으나, 노 대통령이 청계천 복원의 뜻을 이해해주시고 지원을 약속해주신 것이 성공적 착공을 하는 데 큰 힘이 됐다"며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고 화답해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이 같은 감사 인사에 노 전 대통령은 가벼운 목례로 다시 화답해 참석자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고 합니다.

[문재용 기자]

[대통령의 연설 지난회차]
1회 - 박정희 "여러 대책에도 집값 올라" 사죄…부동산전쟁 60년
2회 - 집값 잡기에 가장 간절했던 대통령…盧 아닌 MB?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있는 약 76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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