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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2030 눈뜨고 당한다" 간편심사보험 설마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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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묻지도 따지지도 않습니다." TV광고에서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어느 한 보험사의 귀가 솔깃한 보험 상품 광고 카피다. 간편심사보험은 말 그대로 가입자의 건강상태에 대한 몇 가지 질문만으로 심사를 간소화한 상품이다. 일반심사보험 대비 질병이 있어도 가입 문턱이 낮다. 때문에 광고에서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얼핏 봐서는 질병이 있어도 가입하기 쉽기 때문에 누구에게나 좋은 상품처럼 보이지만 '함정'이 있다. 가입하기는 쉬우나 일반심사 대비 보험료 수준이 비싼 것인데, 잘 모르고 가입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금도 이런 점을 모르고 20% 이상 더 비싼 보험료를 내고 있는 2030이 제법 있을 법하다. 현재도 보험사들은 고령자나 유병자가 가입할 수 있도록 심사를 간소화해 가입 문턱을 낮춘 암보험, 건강보험, 치매보험, 종신보험 등 간편심사보험을 계속 내놓고 있다. 하지만 상품은 쏟아지는데 반해 보험료가 일반심사보험보다 비싸다는 안내는 찾아 보기 어렵다.


◆'3-2-5' 해당하지 않으면 누구나 가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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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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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심사보험은 병력이 있거나 고령으로 일반심사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운 피보험자(보험사고 대상자) 대상의 상품이다. 이 상품은 가입심사를 간소화해 경증질환을 갖고 있거나 과거 병력이 있더라도 특정 고지항목에 해당되지 않으면 가입 가능하다. 인구 고령화에 더해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스트레스 증가 등으로 만성 질환자가 늘면서 보험사들이 이들을 겨냥해 내놓은 틈새시장 상품이라고 볼 수 있다.

간편심사보험은 이른바 '3-2-5' 고지항목에 해당하지 않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다. 예컨대 '3개월 이내 입원, 수술, 추가검사 의사 소견', '2년 이내 질병이나 사고로 입원, 수술 이력', '5년 이내 암으로 진단, 입원 또는 수술한 이력'이 없는 경우다. 구체적인 사례로는 당뇨나 고혈압 같은 경우로 증상이 있으나 그 정도가 심하지 않아 언급한 3가지 질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가입할 수 있다. 간편심사보험은 또 일반심사보험보다 가입심사 진행이 빠르다.


◆장점 뒤에 숨은 비싼 보험료 함정


간편심사보험은 일반심사보험 대비 가입이 쉽고 심사 또한 일사천리로 진행되기 때문에 장점이 많은 듯하지만 이런 점이 되레 소비자 피해를 초래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심사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건강한 사람이 되레 간편심사보험을 선택하는 문제가 그것이다. 보험사들이 간편심사보험의 장점만 크게 부각하고 정작 소비자에게 필요한 중요한 정보를 알리는데 소극적이기 때문이다. 상품 광고를 보다보면 현혹되기 쉬운 것.

간편심사보험은 가입이 까다롭지 않은 만큼 일반심사보험에 비해 그만큼 보험료 할증이 붙는 구조다. 보험료가 더 비싸다는 얘기다. 통상 20% 이상 보험료가 비싸며, 그 정도는 보장범위, 나이, 성별 등에 따라 더 크게 벌어진다.

박종구 처브라이프생명 이사는 "간편심사보험 상품은 병력이 있거나 고령으로 일반심사보험에 가입하기 힘든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상품"이라며 "이런 만큼 일반심사보험에도 가입할 수 있다면 동일한 보장에 보험료가 더 낮은 일반심사보험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병력 때문에 일반심사보험 가입이 힘든 경우가 있다면 간편심사보험을 고려해 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라면 더 낮은 보험료로 동일한 보장을 받을 수 있는 일반심사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는 설명이다.

간편심사보험 상품은 일반심사보험 대비 보장 범위가 좁고 통상 5년에서 10년 단위로 보험료가 인상되는 갱신형 상품이 대부분이다. 박 이사는 "간편심사보험은 갱신 시 보험료가 얼마나 인상될지 가늠하기가 힘든 만큼 이런 점을 잘 따져보고 가입해야 낭패를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상품 이름 때문에 오해 초래…"'유병자' 명칭 붙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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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사진 제공 = 전종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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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편심사보험이 여러 장점에도 불구하고 민원을 유발하는 이유 중 하나로 '명칭' 문제가 지적된다. '간편'이라는 명칭 때문이데, 오세헌 금융소비자원 국장은 "명칭에 현혹돼 가입하면 낭패를 본다"며 "눈 뜨고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만큼 간편심사보험 자체가 명칭에서 오는 오해가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 국장은 "간편심사보험은 유병자나 고령자가 가입하는 보험이지, 건강한 사람이 가입하는 보험이 아니다"라며 "'유병자 간편심사보험'으로 보험사들이 명칭을 의무적으로 사용하게 해야 소비자들이 오해를 하지 않고 가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20~30대는 건강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간편심사보험이 필요 없다"며 "굳이 가입하려면 50~60대 이후 병력자일 때 고려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간편심사보험이 일반심사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20% 정도 비싼 만큼 이같은 사실을 보험사들이 상품 광고와 계약 단계에서 의무적으로 소비자들에게 알리도록 조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종헌 매경닷컴 기자 cap@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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