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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현장] 5만평 공장에 사람이 없다…포스코케미칼 양극재공장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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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전남 광양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내부에서 무인 운반기 ‘AGV’(Automatic Guided Vehicle)가 공정에 투입할 원료를 옮기는 모습. 이곳 3만톤 규모의 생산 라인에는 총 12대의 AGV가 운영되고 있다. 포스코케미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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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지 5만평, 직원 80명.

전남 광양에 있는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이야기다. 웬만한 중소기업보다 직원이 적어 너른 부지가 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근로자들을 싣고 나르는 통근 버스도, 공장 부근이라면 발달하게 마련인 주변 상권도 이곳에선 찾아볼 수 없다.

한적한 겉모습과 달리 광양 공장은 포스코그룹이 전사적인 역량을 들이붓고 있는 핵심지다. 문을 연 지 2년 만인 올해 쏟아낼 양극재만 3만톤이다. 이는 전기차 33만대분으로, 지난해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이 약 300만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후발주자로서는 무서운 기세다. 2023년까지는 연산 규모를 3배로 불려 전세계 3위권을 노린다. 이를 위해 포스코케미칼은 올해 초 1조2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했고, 여기에 포스코도 6881억원을 쏟아부었다.

포스코케미칼의 급성장은 어떻게 가능했던 걸까. 또 포스코그룹이 그리는 배터리 소재 사업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지난 14일 외부에 처음 공개된 광양 공장을 직접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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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찾은 전남 광양의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 3·4단계 증설 현장. 증설이 완료된 2023년에는 광양 공장의 연간 생산 능력이 3만톤에서 9만톤으로 늘게 된다. 포스코케미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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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의 자신감 “기술보다 운영”


포스코가 배터리 양극재 사업에 뛰어든 건 2012년이다. 당시 국내 양극재 양대산맥인 에코프로비엠과 엘앤에프는 이미 각각 2곳 이상의 공장을 가동 중이었다. 원천 기술이 전무했던 포스코는 출발선이 꽤 뒤처진 셈이다. 포스코는 답을 바깥에서 찾았다. 2012년 이미 양극재를 개발하고 있던 휘닉스소재와 합작법인 포스코ESM을 세웠다. 이 포스코ESM이 2019년 포스코켐텍에 흡수합병되면서 탄생한 게 지금의 포스코케미칼이다.

이번에 공장을 공개하면서 ‘효율화’를 부각시킨 데에도 이런 이유가 있다. 휘닉스 소재의 몫이 큰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의 생산성을 어떻게 개선했는지 보여주는 데 초점을 둔 셈이다. 이상영 공장장은 “증설을 할 때마다 생산성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케미칼은 특히 원료 투입부터 제품 출하까지 모든 공정이 무인화돼 있다고 강조했다. 취재진에 가장 먼저 공개한 현장은 공장 2층에 있는 품질분석실. 이곳에는 1∼7층 공정의 각 단계에서 만들어진 반제품을 공기를 이용해 쏴주는 ‘에어 슈팅’ 기계가 자리하고 있다. 사람이 직접 왔다갔다 하지 않아도 분석실에서 실시간으로 품질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구조다.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서 이런 시스템을 적용한 것은 포스코케미칼이 처음이라고 한다.

공장 내부를 돌아다니며 원료를 나르는 무인 운반기 ‘AGV’(Automatic Guided Vehicle)와 원료의 입·출고가 모두 자동화된 물류 창고도 마찬가지다. 정대헌 에너지소재사업부장은 “포스코는 운영에 강하다”고 힘줘 말했다. “포스코의 철강 사업도 고 박태준 회장이 일본에서 기술을 받아와서 시작된 거잖아요. 생산 설비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고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데 있어서는 포스코가 ‘톱’입니다. 처음 받아온 기술을 그대로 두지 않는 거죠.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올릴지 고민하고 그런 아이디어를 실현하는 건 우리가 제일 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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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전남 광양의 포스코케미칼 양극재 공장에서 에어슈팅 품질 모니터링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는 모습. 포스코케미칼은 제품 라인 14개소와 품질분석실을 공기 이송라인으로 연결해 실시간 품질 관리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포스코케미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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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경쟁 심화…포스코 미래는?


배터리 소재는 포스코가 그룹 차원에서 주력하는 신사업이기도 하다. 최근 포스코는 광양 양극재 공장 부근에 리튬 추출 공장을 짓기로 했다. 리튬은 양극재의 핵심 원료 중 하나다. 새로 지어질 공장은 연간 4만3천톤 규모로 전기차 100만대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광양 양극재 공장의 2023년 목표 생산량(9만톤·전기차 99만대분)과 거의 일치한다. 포스코는 리튬 매장량이 확인된 아르헨티나 염호에서도 올해 안에 연산 2만5천톤 규모의 공장을 착공할 예정이다.

포스코케미칼이 양극재와 음극재를 생산하고, 포스코는 그 원료를 공급하는 구조인 셈이다. 포스코는 불안정한 수급으로 악명이 높은 니켈도 내재화한다는 방침이다. 이로써 안정적인 원료 공급이 확보되면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포스코케미칼은 본다.

거래처 다변화는 과제로 남아 있다. 후발주자인 만큼 포스코케미칼은 주로 LG에너지솔루션에만 양극재를 공급하고 있다.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중국 시장도 아직 뚫지 못했다. 최근 미국 테슬라를 필두로 한 완성차 업체의 배터리 내재화 경쟁이 반가운 이유다. 정대헌 사업부장은 “요즘에는 완성차 업체들에서도 연락이 많이 와서 샘플을 보내주고 있다”며 “중국에서도 언젠가는 좋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가격 경쟁에서 어떻게 승부를 볼지도 문제다. 현재 양극재가 거래되는 가격은 1톤당 2만∼3만달러로, 배터리 원가의 40%가량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기차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 원가 절감 압박이 양극재에 집중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포스코케미칼이 자랑하는 강점인 ‘운영 효율화’의 진면목도 그때 가려질 전망이다. 정대헌 사업부장은 “당분간은 (배터리) 공급에 비해 수요가 더 빨리 늘어나서 괜찮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원가 절감 압박이 심해질 것”이라며 “그때에 대비해 미리 생산성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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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케미칼에서 생산한 하이니켈 NCM 양극재. 포스코케미칼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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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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