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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공수처, ‘검사 추가 임명’·‘이첩 갈등’·‘정치적 중립성’… 풀어야 할 난제 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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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 15명중 검찰 출신 4명에 그쳐… “수사 역량 우려” 지적 나와

훼손된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이 가장 큰 문제

아시아경제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처장./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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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석진 기자] 지난 1월 21일 공식 출범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3개월 만에 공수처 검사 13명을 선발하며 첫 수사 개시를 위한 최소한의 조직 구성을 마쳤다.


앞서 김진욱 공수처장이 4월 중 ‘1호 사건’ 수사 착수를 예고한 데다 이규원 검사의 ‘윤중천 면담보고서 허위 작성 및 언론 유출’ 의혹 사건을 검찰로부터 이첩받은 지 한 달이 지나도록 직접 수사할지 혹은 재이첩할지 결정을 미뤄온 만큼 곧 ‘1호 사건’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전체 공수처 검사 정원 25명의 60%(처장, 차장 포함 15명)밖에 채우지 못한 데다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이 4명뿐인 상황에서 ‘당장 정상적인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며 공수처의 수사 역량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황제 에스코트’, 김 처장 비서관의 ‘특혜 채용’ 논란 등으로 훼손된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국민적 신뢰 회복과. 이 지검장과 이 검사에 대한 ‘공소권 유보부 이첩’이 발단이 된 검찰과의 권한 다툼 문제도 공수처가 시급하게 풀어야할 과제다.

공수처 검사 15명중 검사 출신 4명… 수사 속도·효율성 우려 제기돼

18일 공수처에 따르면 김 처장은 지난 16일 비공개로 진행된 공수처 검사 임명식에서 “주어진 권한 내에서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주어진 소임을 다하는 ‘호시우행(虎視牛行)’의 자세로 직무에 매진하자”고 했다.


‘호랑이의 눈빛을 간직한 채 소 걸음으로 간다’는 의미의 호시우행은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늘 예리하게 유지하면서도 행동은 소처럼 착실하고 끈기 있게 하는 것을 일컫는다.


출범 초기 단계인 공수처에 대해 여러 가지 논란과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묵묵히 맡은 바 소임을 다해줄 것을 신임 공수처 검사들에게 당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5일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추천한 공수처 검사 후보자 중 13명을 재가, 16일자로 임명했다.


김 처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는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몇 명의 공수처 검사 후보자를 문 대통령에게 추천했는지는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대략 17~19명의 후보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법 제8조에 따르면 공수처 검사는 처장과 차장을 포함해 25명까지 둘 수 있다. 다만 검사의 직에 있었던 사람은 전체 정원의 2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을 뒀다.


공수처는 이미 임명된 김 처장과 여운국 차장을 제외한 나머지 23명의 검사를 선발하려고 했지만 실제 임명된 검사는 부장검사 2명을 포함, 13명에 불과했다.


애초 4명의 부장검사 모집에 40명이, 19명 검사 모집에 193명이 지원해 각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보였던 것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인원이 최종 합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공수처는 233명의 지원자 중 부장검사의 경우 ‘변호사자격 12년 이상 보유’, 평검사의 경우 ‘변호사자격 7년 이상 보유’ 등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춘 지원자를 모두 합격시킨 뒤 면접을 진행했다.


서류전형에 합격한 216명 중 부장검사 지원자 37명, 평검사 지원자 1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면접 과정에서 일부 지원자가 중간에 지원을 철회하거나 면접을 포기하면서 실제 면접은 부장검사 지원자 32명과 평검사 지원자 168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그런데 공수처 인사위원회가 대통령에게 추천한 후보자가 선발 가능한 인원 23명에 못 미쳤던 것이나, 추천을 받은 후보자 중에 대통령의 재가를 받지 못한 탈락자가 나온 것을 보면 모집 정원의 10배에 달했던 지원자 중에 수사 경력을 갖춘 인재들이 생각보다 적었던 반면, 신원 조회나 세평 조회 과정에서 문제점이 드러난 후보자가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한편 이번에 임명된 13명 중 실제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는 부산지검 외사부장, 서울서부지검 공판부장 등을 거친 김성문 부장검사(54·사법연수원 29기)와 2010년 서울서부지검 검사를 마지막으로 변호사 개업을 한 김수정 검사(45·30기), 2014년 인천지검 검사를 마지막으로 검찰을 떠나 영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로 근무했던 예상균 검사(45·30기), 로스쿨 출신으로 2017년 수원지검 안산지청 검사를 마지막으로 변호사 개업을 한 김숙정 검사(41·변호사시험 1회) 등 4명뿐이다.


김 처장이나 여 차장 모두 판사 출신인 만큼 최대 12명의 검사 출신을 공수처 검사로 임명할 수 있지만, 3분의 1이 임명된 셈이다. 나머지 검사들은 일부 금융감독원, 감사원 등 공공기관 소속 변호사를 제외하면 대부분 대형 로펌 출신 변호사들이다.


검사장 출신 변호사 A씨는 “고위공직자 범죄 수사라는 게 일반 고소·고발 사건에 비해 난이도가 높고 피의자의 방어 강도도 셀 수밖에 없는데 수사 경험이 있는 검사 출신이 부족한 상황에서 효율적인 수사가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특히 전체 수사의 밑그림을 그리고 피의자의 신병처리 등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할 처장과 차장 모두 수사 경험이 없는데, 공수처 검사들까지 대부분 비검사 출신의 변호사들이 임명되면 수사의 속도나 능률면에서 모두 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공수처는 추가 채용 절차를 통해 이번에 채우지 못한 나머지 10명의 검사(부장검사 2명 포함)를 충원할 예정인데, 과연 검사 출신을 몇 명이나 선발할지 주목된다. 지금까지 임명된 15명 중 11명이 비검사 출신인 만큼 공수처법상 최대 8명의 검사 출신 선발이 가능하다.

‘이첩’ 둘러싼 검찰과의 갈등 해결 쉽지 않은 상황… 헌재 위헌법률심판·권한쟁의심판 가능성도

한편 ‘사건 이첩 범위’ 등을 둘러싼 검찰과의 갈등도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김 처장은 앞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며 ‘기소는 우리가 할 테니 수사를 마무리하면 다시 공수처로 사건을 송치하라’는 이른바 ‘공소권 유보부 이첩’을 했다.


김 처장은 ‘대(大)는 소(小)를 포함한다’는 법언에 따라 사건 전부를 검찰로 이첩할 수 있는 권한이 공수처에 있으니 사건의 수사권만 분리해 이첩하는 부분 이첩도 당연히 할 수 있다는 논리를 펼쳤지만, 사건을 재이첩받은 수원지검은 ‘듣도 보도 못한 해괴망측한 논리’라고 반박했고 김 처장의 재재이첩 요청을 무시한 채 이 검사를 재판에 넘긴 상태다.


일단은 이 검사의 사건을 배당받은 재판부가 검찰의 기소 권한을 문제 삼아 ‘공소기각’ 판결을 내릴지, 아니면 사건을 공수처로부터 다시 이첩받은 검찰이 당연히 공소권을 갖는다는 전제 하에 재판을 진행한 뒤 선고를 내릴지에 따라 일차적으로 공수처법상 ‘이첩’ 조항에 대한 해석이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공수처는 ‘유보부 이첩’ 권한을 명시한 내부 규칙 제정을 시도했지만, 대검의 명시적인 반대 의견 제시와 ‘상위 법률의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는 위헌성 지적에 따라 법제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이 국회 다수 의석을 보유한 상황에서 법률 제정이나 개정을 통해 공수처장의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이 명문화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순 없지만, 이 경우 헌재의 위헌법률심판이나 권한쟁의심판으로 이어지며 검찰과의 갈등이 심화될 공산이 크다.

‘황제 에스코트’로 훼손된 ‘정치적 중립성’ 회복… 가장 심각한 문제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정치적 중립성’의 훼손이다.


공수처가 첫 수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김 처장은 피의자 신분인 이 지검장을 자신의 관용차를 이용해, 또 자신의 비서관에게 운전을 맡겨 공수처로 ‘황제 에스코트’한 사실이 드러나 곤욕을 치렀다.


사건이 검찰에서 공수처로 이첩된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불렀으면 소환조사라고 봐야하는데, 김 처장은 조사인지, 면담인지 애매한 입장을 보였고 이 지검장에 대한 면담 내용도 일체 기록으로 남기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이 지검장 면담 직후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하며 공소권을 공수처에 유보하겠다고 한 김 처장의 요청이 ‘수사 공정성’을 의심받은 것 역시 이 같은 ‘황제 조사’의 영향이 컸다고 볼 수 있다.


여기에 ‘황제 에스코트’ 논란으로 드러난 비서관 ‘특혜 채용’ 의혹은 김 처장의 ‘정치적 편향성’ 논란을 일으켰다.


김 처장의 관용차를 운전해 이 지검장을 공수처로 모신 김 처장의 비서관 김모씨는 지난해 4월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올해 1월 공수처장 비서관으로 특별 채용됐다.


1년이 채 안 되는 변호사 경력을 가진 김씨가 공수처장 비서관으로 특채된 것은 충분히 그 배경을 의심받을 수 있는 일인데, 김씨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의 한양대 법대 후배이고 김씨의 아버지 역시 추 전 장관의 한양대 법대 후배이자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인 점이 드러났다.


특히 김씨의 아버지는 추 전 장관이 공천권을 행사했던 2018년 6·13 지방선거 때 더불어민주당에 공천을 신청한 이력도 갖고 있다.


그리고 김씨를 비서관으로 추천한 것은 이찬희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으로 알려졌다. 이 전 협회장은 헌법재판소 선임연구관이었던 김 처장을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로 추천하고 지난해 12월 야당 측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들을 배제한 채 김 처장을 최종 후보자로 추천하는데 참여한 바 있다.


공수처는 애초 김씨가 대한변협의 추천을 받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대한변협은 이 같은 사실을 부인했고, 이 전 협회장이 김 처장으로부터 전화로 요청을 받고 개인적으로 김씨를 추천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최석진 기자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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