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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미, 화이자·모더나 3차 접종 선언…‘백신 악재’ 돌파할 카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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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 공급계획 더 꼬이면서…국내 접종계획에 끼칠 영향은

변이 바이러스 대응으로 가면 ‘수급 불안 장기화’ 우려도


한겨레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의 한 코로나19 백신 접종 센터에서 화이자 백신과 모더나 백신을 선택해서 접종받도록 안내하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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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제조업체 화이자와 모더나가 미국인을 대상으로 3번째 접종용 ‘부스터’(효과 보강용 추가 접종) 백신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국내 백신 수급에 악재가 더해졌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는 백신의 생산 일정을 앞당기는 동시에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집단면역보다 고위험군에 우선 접종하는 쪽으로 접종 전략을 변경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조언을 내놓고 있다.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는 자사 백신의 2회 접종을 마친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3번째 접종용 백신 공급 의사를 밝혔다. 화이자의 앨버트 불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시앤비시>(CNBS) 방송에 출연해 “6~12개월 사이에 3번째 백신 접종이 필요할 여지가 높다”고 말했다. 모더나의 스테판 방셀 최고경영자도 3번째 접종용 백신을 올 가을부터 미국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시비에스>(CBS) 방송이 전했다.

화이자와 모더나가 3번째 접종 의사를 밝힌 건 면역력을 더욱 보강하고, 확산세를 보이는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국에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을 3차까지 접종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세계 대부분 국가의 백신 수급 상황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단순하게 계산해봐도 미국 내에 필요한 백신 물량이 1.5배 늘어나기 때문이다.

최원석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감염내과)는 “화이자와 모더나사가 내부적으로 1·2차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대상으로 장기면역 반응을 추적하고 있어서, 이를 토대로 3차 접종이 필요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한 것 같다”며 “(국내 도입 계약분 가운데) 2분기에 도입 일정이 확정된 백신은 들어오겠지만,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3분기 물량은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교수(예방의학)는 “미국에서 필요한 분량이 1.5배 늘어나니 우리 백신 수급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의 경우 올해 국내 도입 계약이 완료된 전체 7900만명분의 백신 가운데 화이자는 1300만명분, 모더나 2천만명분으로 42%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는 “계약한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은 1인당 2회 접종을 기준으로 계산했다”며 “부스터샷 추가 확보 여부에 대해선 관련 정보를 모니터링하면서 전문가와 함께 논의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만기 국제백신연구소 사무차장은 “미국이 백신 수출을 막고, 자기들은 대체할 백신이 많다고 얀센 백신 접종도 중단해서 다른 나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긍정적 역할을 해줘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변이 대응 위한 3차 접종 되면 백신 수급 불안 장기화


3차 접종용 ‘부스터’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 대응으로 이어질 경우 백신 수급 불안 사태는 장기화하게 된다. 우선 3차 접종용 ‘부스터’ 백신을 변이 바이러스에 맞춰서 생산한다면, 기존의 생산 공정이 바뀌면서 1·2차 접종용 백신의 생산 물량이 줄 수 있다. 정재훈 교수는 “부스터 백신은 남아프리카공화국발 변이나 새 변이에 맞춰서 제조 공정을 바꿔야 하기에 1·2차 접종용 백신 생산 물량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이자와 모더나만이 아니라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 등 주요 백신 제조사들은 연초부터 남아공 변이 바이러스에 대비한 3차 접종용 ‘부스터’ 백신 연구에 착수해왔다. 하지만 남아공 변이 외에도 백신 효과를 많이 떨어뜨리는 변이 바이러스가 추가로 계속 더 등장하면 최악의 경우 독감 백신처럼 코로나19 백신을 매년 접종해야 할 가능성도 생긴다.

특히 최근 인도에선 남아공·브라질 변이(E484K) 유사한 변이(E484Q)와 함께 미국 캘리포니아 변이(L452R)도 동시에 나타나는 ‘이중 변이 바이러스’(B.1.617)가 확인돼 방역당국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인도 변이에 대해서 우리나라도 확인 가능한 유전체분석 시스템을 운영 중인데, 지난 1월 이후 인도 입국 확진자는 모두 94명이었고, 이 가운데 인도 변이는 9건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인도 변이 바이러스에서 남아공·브라질 변이와 같은 유전자 부위에 변이가 일어나 단일항체치료제의 효과 감소가 예상된다. 그러나 아직 정확한 정보가 없고, 전파력에 대해서도 연구 중으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아직은 주요 혹은 기타변이로 분류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재훈 교수는 “3차 접종을 받으면 그 후에 수년 동안은 면역이 유지될 것이라고 보는데, 남아공 말고도 백신을 회피하는 변이가 또 나오면 3차 접종 뒤에도 다시 맞아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전국민 70% 집단면역 전략 변경 필요할지도


전문가들은 백신 수급 불안 상황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구매 계약이 완료된 백신을 최대한 빨리 도입하도록 국가적인 역량을 총동원하고, 국내 생산이 가능한 백신의 생산 일정도 앞당기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현재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기술 이전 방식으로 국내 에스케이(SK)바이오사이언스 공장에서 6월 완제품 생산이 예정돼 있다. 모더나 백신의 경우 8월부터 국내에서 위탁 생산하는 계약 체결이 임박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11월까지 전국민의 70% 접종으로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는 목표도 상황에 맞게 변경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송만기 사무차장은 “고령자 등 고위험군에 대한 접종을 빠르게 마치면 백신 도입이 연기되더라도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며 “집단면역에 집착하기보단, 고령층에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속도를 높여서 중증으로 가는 비율과 치명률을 낮추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원석 교수는 “‘11월까지 전 국민의 70% 접종으로 집단면역 형성하겠다’는 목표가 금과옥조는 아니다”라며 “다만 돌아오는 겨울이 되면 바이러스에 유리하고 유행 규모가 커질 수 있으며, 변이 대응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에 겨울이 오기 전에는 최대한 접종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지훈 기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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