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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7 (수)

올 것이 왔다…네이버페이 후불결제에 카드사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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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팩트

네이버파이낸셜은 지난 15일부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더팩트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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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없고 플랫폼 지배력 높아

[더팩트│황원영 기자] 빅테크가 카드사 전유물인 후불결제 시장에 진출하면서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등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카드사가 후불결제 업무에서도 빅테크와 경쟁하게 된 셈이다. 네이버페이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토스 등도 같은 서비스에 나설 전망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파이낸셜은 15일부터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의 시범 운영을 시작했다. 후불결제 서비스는 페이 결제 시 선불 충전 잔액이 부족해도 일정 금액까지 외상으로 결제하고 추후에 갚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네이버파이낸셜은 후불결제의 안정성을 위해 만 19세 이상, 네이버페이 가입 기간 1년 이상의 사용자 중 일부에게만 시범적으로 제공한다. 정식 서비스는 고도화를 거쳐 확대할 예정이다.

시범 대상이 된 사용자들에게는 네이버페이 결제 시 주문서에 후불결제 서비스 신청 버튼이 노출된다. 신청 후 즉시 심사가 진행되고, 심사 통과 시 일괄 20만 원의 이용 한도가 부여된다. 이후 사용이력에 따라 최대 30만 원까지 한도가 상향될 수 있다.

이번 후불결제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서비스다. 금융위원회는 국내 결제수단을 다양화하고, 금융 이력이 부족한 신파일러(Thin filer)에게도 소액 신용을 부여하는 포용금융을 달성하기 위해 지난 2월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후불결제를 시장을 전유하던 카드업계는 바짝 긴장하는 모양새다. 사실상 네이버파이낸셜이 신용카드사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게 됐기 때문이다. 카드업계와 빅테크가 체크카드에 이어 신용카드 업종에서도 무한경쟁을 펼치게 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8개 전업카드사의 당기순이익은 2조264억 원으로 전년의 1조6463억 원 대비 23.1%(3801억 원) 증가했다. 이 같은 순이익 증가에는 비용 감소가 원인으로 자리한다. 코로나19로 소비가 위축됐음에도 마케팅 비용 절감과 인력 감축으로 불황형 흑자를 기록했다는 것이다.

올해는 가맹점 수수료율 재산정에 따른 인하 압박을 받고 있다. 카드 가맹점 수수료율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차례 인하됐다. 지난 2007년 4.5%에 달하던 수수료율은 2019년 1.97~2.04%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코로나19로 자영업자의 매출이 급감한 데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에 더욱 힘이 실릴 전망이다.

카드사는 우대 가맹점 수수료의 경우 이미 원가 이하라고 주장한다. 주 수입원이던 가맹점 수수료가 갈수록 내려가는 상황에서 빅테크가 카드사의 고정 수익 기반까지 흔들고 있다는 입장이다.

월 30만 원인 후불결제 한도도 추후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016년 이동통신사의 소액결제 한도는 월 30만 원에서 현재 월 100만 원까지 늘어났다.

30만 원 한도가 결코 작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기존 카드사 고객이 한 달에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신용카드 결제액수는 60만 원이다. 빅테크 후불결제는 발급 카드 개수에 제한이 없어 업체별로 서비스를 여러 개 사용할 수 있다. 빅테크별로 서비스를 이용한다면 평균 결제액 이상의 후불결제가 가능해진다.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이 빅테크·핀테크에는 관대하면서 카드업계는 지나치게 통제한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실제 네이버페이 후불결제 서비스 이용에 별도의 연회비나 수수료도 부과되지 않는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향후 후불결제 한도가 늘어나면 사실상 기존 신용카드 기능과 같게 된다"며 "핀테크업계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규제를 받지 않아 수수료 측면에서도 비교적 자유롭기 때문에 공정하지 못하다"고 토로했다.

연체율 관리도 문제다. 저신용 계층의 후불결제 서비스 이용 문턱이 낮아지면서 부실 대출이 늘어날 수 있다. 빅테크 업체의 여신 관리 경험 및 노하우 부족도 자본건전성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네이버는 후불결제 심사를 위해 네이버페이 결제·쇼핑 이력 등 비금융 데이터와 머신러닝·빅데이터 처리 기술을 활용한 대안신용평가시스템(ACSS)을 활용키로 했다. 기존 신용카드 연체 이력이나 대출 이력 등이 심사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후불결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도록 했다.

반면, 카드업계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예로 들며 발급 제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는 계좌에 있는 잔액이 부족한 경우 월 30만 원 한도로 후불결제가 가능한 상품으로 후불결제의 모델이 됐다.

이 상품의 연체율은 지난해 3월 기준 3.5%를 웃돈다. 일반 신용카드 연체율이 1%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3배가 넘는 수치다. 카드업계는 하이브리드 체크카드를 카드사에 상관없이 개인별 2장만 발급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여러 업체에서 후불 결제를 이용할 경우 돌려막기를 한다든지 연체율이 급격히 늘어날 수 있다"며 "기존 고객이 네이버페이 등으로 이탈할 게 분명한데 카드사는 규제하고 빅테크는 규제하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강조했다.

네이버파이낸셜 관계자는 "네이버페이 후불결제는 도입 취지처럼 국내 지급결제수단이 다양화되고 신파일러들이 소액 신용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서비스 고도화 및 대상 사용자 확대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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