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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돌아온 ‘골프 천재’ 리디아 고 3년 만에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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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챔피언십 우승, 통산 16승

합계 28언더파 2위 그룹과 7타차

스윙폼·용품 바꾼 뒤 슬럼프 빠져

“집착 버리고 자유롭게 하니 우승”

중앙일보

우승 트로피를 든 리디아 고. 그는 집착을 버리고 난 뒤 비로소 부진을 털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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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감이 가득했다. 마지막 홀 드라이버를 휘두른 뒤에는 날아가는 공을 보지 않고 티를 뽑으며 활짝 웃었다. ‘골프 천재’ 리디아 고(24·뉴질랜드)가 돌아왔다. 리디아 고는 18일 미국 하와이주 오아후섬의 카폴레이 골프장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7언더파, 합계 28언더파로 박인비와 김세영 등 2위 그룹(21언더파)을 7타 차로 제쳤다. 통산 16승째다.

2012년 당시 15세의 아마추어였던 리디아 고는 LPGA 투어 캐나디안 오픈에서 우승했다. 2016년까지 14승을 기록했다. 10대에 신인상, 최고 선수상 등 모든 것을 차지했다. 20세를 앞둔 2016년 말, 리디아 고는 모든 것을 바꿨다. 호흡이 잘 맞았던 캐디(제이슨 해밀턴)는 리디아 고 가족과 갈등하다가 헤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코치 데이비드 레드베터와도 결별했다. 레드베터는 아마추어용 대안 스윙인 ‘A스윙’을 리디아 고에게 가르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용품도 드라이버, 웨지, 아이언, 퍼터까지 모두 PXG로 바꿨다. 몸도 달라졌다. 눈에 띄게 살을 뺐다.

방정식의 미지수가 한두 개일 때는 푸는 게 어렵지 않다. 복잡한 고차방정식은 어렵다. 어디가 문제인지 찾기도 어렵다. 리디아 고는 21세이던 2018년 4월 메디힐 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살아나는 듯했다. 하지만 다시 어려움을 겪었다. 지난해 8월 마라톤 클래식에서는 우승을 눈앞에 두고 역전패했다. 6홀을 남기고 5타 차로 앞섰던 승부가 뒤집혔다. 그는 마지막 홀에서 더블보기로 무너졌다.

10대 시절 리디아 고는 공을 다루는 임팩트 감각, 본능적인 바람 및 거리 계산, 그린을 읽는 능력,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태도 등이 무기였다. 20대가 되면서 생각이 많아졌다. 어릴 때는 몰랐던 복잡한 일이 많다는 걸 그때가 되자 실감했다.

리디아 고의 샷이 올해 살아났다. 게인브리지와 ANA인스퍼레이션에서 2위를 했다. ANA 최종라운드에서 그는 10언더파를 쳤다. LPGA 투어 메이저대회 최종라운드 최저타 기록이다. 최근 5개 라운드에서 리디아 고는 38언더파를 쳤다. 최근 100개 홀에서는 40언더파다. 그사이 보기는 1개뿐이었다.

무엇이 달라진 걸까.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마라톤 대회에서는 잠을 못 잤다. 다시 우승할 수 있을지 걱정됐다. 이번 대회에선 푹 잤다. 자유롭게 경기한다. 우승에 집착하지 않는다. 스윙 코치인 숀 폴리가 내 마음속 의심과 질문을 없애줬다”고 말했다. 폴리는 골프위크에 “리디아 고에게 ‘마음 깊은 곳의 자신을 두드려라. 억지로 우승컵이 오지 않는다. 꽉 움켜쥔 손으로는 새가 날아오지 않는다’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요즘 리디아 고 몸은 말 그대로 운동선수 같다. 살을 빼면서 근육도 함께 줄었는데, 최근 근육량이 7㎏ 늘었다고 한다. 그의 트레이너인 크레이그 데이비스는 “너무 열심히 운동해 좀 살살하라고 말릴 정도”라고 미국 골프위크 인터뷰에서 말했다. 데이비스는 개리 우드랜드, 캐머런 챔프 등 PGA 투어 선수들 몸을 만든다. 외모에 신경 쓰던 리디아 고가 PGA 투어 선수처럼 운동한다는 얘기다. 데이비스는 또 “리디아 고는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빨리 배운다. 약점을 찾아 없애려 한다. 과거 최종라운드에서 리디아 고는 지쳤는데 그게 없어졌다”고 말했다.

아직 리디아 고의 모든 문제가 풀린 건 아니다. 몇 주간 잘 됐지만, 새로 고친 스윙이 완전히 몸에 굳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전담 캐디도 구해야 한다. 리디아 고는 이번 대회에 박성현 캐디를 빌려 출전했다. 박성현은 이번 대회에 참가하지 않았다.

성호준 골프전문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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