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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8 (목)

훌라춤 리디아 고, 여기 탬버린 좀 갖다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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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즈 코치였던 폴리 만나 상승세, 근육 7㎏ 늘리고 슬럼프 탈출… LPGA 롯데챔피언십 우승

“다들 ‘리디아 고가 돌아왔다’고 말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최고의 나 자신’이 되길 원할 뿐 ‘예전의 나’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다양한 경험을 쌓고 우여곡절 겪은 내가 과거의 나와 같을 수 없다.”

뉴질랜드 교포 리디아 고(24)가 이달 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NA 인스퍼레이션 최종 라운드에서 10언더파 치고 준우승한 뒤 한 말이다. 이 당당한 선언대로 그는 18일 롯데 챔피언십(총상금 200만달러)에서 3년 만에 우승을 추가했다. 하와이 카폴레이 골프클럽(파72·6397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 라운드를 1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그는 버디만 7개 잡아내 최종 합계 28언더파 260타를 쳤다. 박인비(33), 김세영(28) 등 공동 2위(21언더파)를 7타 차로 압도했다.

최근 100개 홀을 경기하는 동안 보기가 단 한 번 나왔을 만큼 탁월한 경기력이 살아났다. 투어 통산 16승을 달성한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서 2주 전 3년 9개월 만에 우승한 조던 스피스(28·미국), 지난주 3년 8개월 만에 우승한 마쓰야마 히데키(29·일본)를 언급하며 “그 추세를 이어갈 수 있을까 희망을 품었다”고 했다. 만 15세 때 투어 최연소 우승 기록을 세우고 만 17세에 세계 랭킹 1위에 오른 리디아 고는 부드러운 스윙과 정교한 쇼트 게임 실력을 갖춘 ‘천재 소녀’였다. 하지만 20대에 접어든 뒤론 1승(2018년)을 추가하는 데 그쳤다.

조선일보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 우승 트로피를 든 리디아 고.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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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4승을 올리고 올림픽 은메달을 따낸 2016년 이후 변화를 거듭 시도했다. 코치와 캐디를 여러 차례 바꿨고 클럽도 한꺼번에 교체했으며 체중을 7kg 줄였다. 세계 랭킹이 55위까지 떨어졌다. 작년 여름 코치 숀 폴리(47)를 만나면서 다시 상승세를 탔다. 타이거 우즈(46·미국)의 코치였던 폴리는 기술 조언은 물론 정신적 멘토 역할도 했다.

폴리는 약간 오른쪽을 향하는 리디아 고의 얼라인먼트(정렬)를 조정하고 백스윙을 더 길게, 스윙 아크를 더 크게 만들었다. 완벽을 추구하며 기술과 통계 수치에 집착하는 리디아 고에게 즐거움과 창의성을 되돌려주는 데 집중했다. 폴리는 리디아 고가 침착하면서도 자유롭게 경기했던 아마추어 시절 영상을 자주 돌려 보게 했다. 생각과 문제를 단순 명료화했고, 타고난 감각에 더욱 확신을 갖도록 이끌었다. 폴리는 “처음 훈련을 시작했을 때 리디아는 날마다 질문을 50개씩 퍼부었다. 이젠 더 이상 질문이 남아있지 않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마음속 의심을 없애는 데 폴리가 큰 도움을 줬다”고 했다.

리디아 고는 대회 후반 피로를 극복할 수 있도록 체력 운동에 몰두해 근육을 7kg 정도 불렸다. 클럽헤드 속도가 시속 12마일 이상 늘었다. 트레이너가 “내가 리디아처럼 운동하고 나면 아마 걷지도 못할 것”이라고 말할 만큼 강도 높게 훈련했다. 리디아 고는 지난해 8월 4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출발했다가 막판에 무너져 역전당한 경험이 있다. “그땐 부담감에 짓눌려 전날 잠을 못 잤다. 이번엔 푹 자고 나왔다. 모든 일엔 이유가 있고,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다고 생각했다. 나는 최선만 다하면 된다.” 도쿄올림픽을 석 달 남기고 2016 리우올림픽 은메달리스트 리디아 고가 우승, 금메달리스트 박인비가 준우승했다. 올림픽 금메달 경쟁이 다시 뜨거워졌다.

[최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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