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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유럽 축구 '슈퍼리그' 출범에 대통령·총리까지 반대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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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클럽 12개 구단 '슈퍼리그' 출범 계획 발표
전 伊 총리, 아탈란타·아약스 등 언급하며
"약팀이 강팀 이기는 드라마 사라질 것"
마크롱 대통령·존슨 총리도 일제히 "반대"
한국일보

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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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클럽'이라 불리는 유럽의 인기 많은 12개 팀이 따로 새 축구 리그를 출범시킨다고 발표를 하면서 전 세계 축구팬은 물론 유럽 전체가 들썩이고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마저 강하게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축구가 세상 모든 것보다 중요한' 팬들이 많은 유럽에서 빅클럽이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겠다는 움직임은 팬에 대한 '배신'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스포츠의 아름다움은 기회가 열려 있다는 데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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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그'의 등장에 반대한다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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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현지시간)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통신사에 보낸 공식 성명에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리그 팀들이 '유럽 슈퍼리그'에 참가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환영한다"며 "이 프로젝트는 연대와 정정당당한 스포츠의 원칙을 위배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유럽 슈퍼리그 계획은 축구에 극심한 손상을 입힐 것이며, 축구협회 당국의 (이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환영한다"고 적었다. 그는 "다음 수순을 밟기 전까지 이 클럽들이 팬과 광범위한 축구 공동체의 질의에 응답하기 바란다"고 했다.

앞서 이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6개팀(아스널, 첼시,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토트넘 홋스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3개팀(아틀레티코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레알 마드리드), 이탈리아 세리에 A(AC 밀란, 유벤투스, 인터 밀란) 3개팀 등 12개 축구팀은 '유럽 축구 슈퍼리그'로 명명된 프로젝트를 출범하겠다고 밝혔다.

리그의 개념은 유럽 각국의 이른바 '인기팀'들이 진행하는 독자 리그로, 유럽축구연맹(UEFA)이 유럽 챔피언스리그의 규모 확대를 시도하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지하는 측에서는 '유럽의 유명 팀들이 더 자주 맞붙는다'는 점 때문에 팬들의 볼거리도 늘어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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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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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엔리코 레타 전 이탈리아 총리는 스포츠에서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언더독(약팀)'이 펼치는 드라마라고 역설했다. 레타 전 총리는 "스포츠의 위대한 점은 기회를 막는 것이 아니라 기회를 부여하는 데서 온다"며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탈란타(이탈리아)나 레스터(잉글랜드), 아약스(네덜란드) 같은 아름다운 이야기를 볼 수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이들 팀은 최근 챔피언스리그에서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8강(아탈란타, 레스터)과 4강(아약스)을 밟았으며, 강팀과 맞서 치열한 명경기를 펼쳐 박수갈채를 받았다.

"축구는 로컬 스포츠, 이건 팬에 대한 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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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이스포츠 해설자 게리 네빌이 본인의 소속팀이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비롯한 프리미어리그 팀들의 '슈퍼리그' 참여 결정에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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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축구계 인사들도 이번 결정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전설적 수비수 출신 해설자 게리 네빌은 "이건 순수한 욕심의 결과물이자 끔찍한 범죄다. 당장 가담한 팀에게 벌점을 물리고 랭킹 최하위로 내려보내라"면서 "하위팀들이 국제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그 계획을 저지르는 자를 공격해야 한다"고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최장 기간 감독을 맡았던 알렉스 퍼거슨 경은 "이 결정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로이터에 "맨유에서 머무는 동안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경기한 것이 항상 가장 특별한 순간이었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팬들도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첼시의 서포터들은 "이른바 '슈퍼리그'는 자본 수익을 위해 공정 경쟁을 훼손하는 행위"라는 성명을 냈다. 성명에 동참한 한 팬은 자신의 SNS에 "축구는 기본적으로 지역 공동체에서 성장한다. 그들이 프랜차이즈가 아니라는 점이 축구를 특별하게 만들었다"면서 "이 구단들은 자기들이 하던 사업의 형태조차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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