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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팩트체크] 강원도가 혈세 1조 들여 차이나타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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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 민자방식 추진…강원도 예산투입 한푼도 없어

한겨레

최문순 강원지사. 강원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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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왜곡 논란으로 조기 종영한 <에스비에스>(SBS)드라마 <조선구마사> 불똥이 춘천 한중문화타운으로 튀어 최문순 강원지사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까지 등장했다.

19일 오전 11시 현재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원도 차이나타운 건설을 철회해 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60만2951명이 동의했다. 청와대가 답변해야 하는 기준(20만명 이상 동의)을 훌쩍 넘긴 것이다. 이 글은 지난달 29일 올라왔다. 지난 16일에는 ‘강원도지사의 탄핵을 촉구합니다’라는 청원도 등장해 4만1669명이 동의한 상태다.

반면 강원도는 주장의 대부분이 사실과 다른 ‘가짜뉴스’라고 맞서고 있다. 주요 쟁점의 사실관계를 정리해봤다.

혈세 1조원의 차이나타운?


지난달 29일 처음으로 이 논란을 제기하며 사업 철회를 요구한 청원인은 이 사업을 ‘강원도 차이나타운’이라고 불렀다. 또 “대한민국에 작은 중국을 만들어야 하냐? 우리 땅에서 중국의 문화체험 빌미를 제공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사실관계부터 먼저 정리하자면 이 사업의 공식 명칭은 ‘한중문화타운’이다. 코오롱글로벌㈜이 중심이 된 민간기업 등이 2018년부터 강원도와 업무 협약을 맺고 추진하고 있다. 춘천과 홍천 일대 120만㎡의 터에 한국과 중국의 문화 콘텐츠를 소개하는 테마형 관광지를 만드는 것이 사업의 뼈대다.

먼저 ‘혈세 1조원이 투입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최문순 강원지사의 탄핵을 촉구한 청원인도 “무려 1조원에 달하는 국민의 세금으로 추진된다. 따라서 강원도와 코오롱은 국민의 의사를 절대적으로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 사업은 민간사업자가 투자를 유치하는 100% 민자방식으로 추진하며, 강원도는 한 푼의 예산도 투입하지 않는다. 대신 사업 추진을 위한 인허가 등 행정지원을 맡고 있다.

이 사업이 ‘차이나타운’이라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 시설은 거주시설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류영상테마파크와 케이팝 박물관 등 중국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류 볼거리를 제공하고, 한국 관광객도 중국 문화를 체험하며 문화를 교류하는 ‘한국민속촌’과 같은 관광시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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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한중문화타운 사업 철회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60만명 이상이 동의했다.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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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 건설?


차이나타운 논란을 제기한 청원인은 또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 건설도 반대한다. 춘천의 중도선사유적지는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적지다. 이렇게 가치 있는 곳을 외국인을 위해 없앤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차이나타운 논란의 중심이 된 ‘한중문화타운’과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을 헷갈리게 할 수 있는 주장이다. 이 사업들의 터는 서로 약 30㎞ 떨어져 있고 전혀 별개의 사업이다. 내년 상반기 개장을 앞둔 레고랜드 테마파크는 춘천 의암호에 있는 섬인 중도에 추진하는 사업으로, 덴마크에서 탄생한 장난감인 레고를 주제로 에버랜드와 유사한 개념의 놀이시설과 숙박시설, 상가 등을 짓는 사업이다. 레고랜드의 숙박시설에 중국인 관광객도 방문할 수도 있겠지만 ‘중국인 관광객을 위한 호텔’이라는 주장은 지나친 셈이다. 물론 춘천 레고랜드 테마파크 사업에 한중문화타운 논란과는 별개로 선사유적 훼손이라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내 마음속에 까는 일대일로?


최문순 강원지사 탄핵을 요구하는 청원인은 “도지사는 이 사업을 ‘마음속의 일대일로’라고 표현했다. 중국이 꿈꾸는 중화사상을 지지하며, 위대한 중국 문화를 알리겠다고 발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일대일로는 중국 주도의 신실크로드 구상이다. 먼저 최 지사가 ‘일대일로’라는 발언을 한 것은 사실이다. 그는 2019년 12월 중국에서 열린 중국복합문화타운(옛 한중문화타운 명칭) 런칭식에 참석, 해당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강원도는 ‘외교상 수사일 뿐’이라고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강원도는 “관광·수출 의존도가 높은 강원도의 입장에서 양국간의 문화적 교류와 이해를 통해 관광·교역까지 협력을 강화하자는 취지의 발언일 뿐이다. 당시 정서로는 전혀 문제가 없었으며, 중화사상을 지지한다거나 중국 일대일로 사업의 일환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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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최문순 강원지사 탄핵을 요구하는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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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문화타운이 착공 속도를 높인다고?


사업 철회를 요청한 청원인은 “중국문화타운(한중문화타운)이 착공 속도를 높인다는 소식을 접했다”고 주장했다. 이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현재 이 사업은 민간기업 등이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기본계획 구상 단계에 머무는 수준이다. 정식으로 인허가 협의를 할 단계도 아니다.

강원도도 역사 왜곡 등 반중정서가 심화하면서 한중문화타운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자 선 긋기에 나섰다. 강원도는 “이 사업은 강원도가 추진하는 사업이 아니라 민간사업이기 때문에 사업 중단과 추진에 대해 강원도가 강제할 수 없다. 민간기업이 국민 정서에 반하는 사업계획을 수립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인허가권자로서 사업계획을 꼼꼼히 살피고, 철저히 검증해 적절한 권한을 행사하겠다”고 말했다.

최기철 강원도 중국통상과장은 “최근 국민의 반중 정서를 심화시키고 있는 일련의 역사 왜곡 움직임과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패권 행위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다. 하지만 관광을 통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고민해야 하는 지자체엔 민간의 투자와 교역, 문화교류까지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사진 청와대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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