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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마시모 자네티 음악감독 "한국,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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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보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을 협연하는 경기필하모닉 ‘파이브 포 파이브’ 참여 음악가. 왼쪽부터 피아니스트 선율, 박재홍,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 윤아인, 정지원, 임주희. 경기아트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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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인으로서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한국은 어느 나라도 하지 못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열린 교향악축제는 현재 세계에서 유일무이하게 한국에서만 가능한 행사였습니다.”

마시모 자네티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 겸 음악감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큰 고통을 받은 이탈리아 출신이자, 독일에서 거주하는 세계적 예술가다. 지난 17일 교향악축제에선 경기필을 이끌고 보기 드문 호연을 보여줬다. 그런 자네티는 19일 서울 중구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어려운 시대에도 문화를 잊지 않고 어떻게 우리 삶이 지속할 수 있는지 희망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는 베토벤이 30여년에 걸쳐 작곡한 피아노 협주곡 5곡 전곡을 신예 피아니스트 다섯명과 협연하는 경기필의 다음 프로젝트 ‘파이브 포 파이브(5 for 5)’를 소개하기 위한 자리였다. 4월 24일부터 5월 8일까지 각각 이틀 일정으로 세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이번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곡 연주는 1번은 선율, 2번은 정지원, 3번은 윤아인이 협연한다. 피아노협주곡의 새로운 장을 연 4번은 박재홍, 대장정의 끝을 장식할 베토벤 최대 역작 5번은 임주희가 협연한다. 모두 2000년 전후 태어난 젊은 연주자들. 자네티는 “잠재력이 크고 실력이 뛰어난 아티스트를 선발했다. 젊은 아티스트를 소개할 좋은 기회”라며 “한 명이 전곡을 연주하는 경우는 많아도 이번처럼 다섯명이 나눠서 전곡을 연주하는 건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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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티는 특히 평소와 달리 이번 공연은 준비 과정에서 협연자와 많은 대화를 했다고 소개했다. “스타 피아니스트와 작업할 때는 보통 연주 전 잠시 만나 곡 해석에 관해 이야기하고 리허설에 들어가는 정도인데 이번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고 있어요. 지휘자와 협연자가 서로 알고 인간적 교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러면서 자네티는 “음악가는 예술을 한다는 특권을 누리는 사람들이다. 두 명의 예술가들이 만나면 서로 음악을 통해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게 중요하다. 각각 자기주장만 하면 그 음악은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러다가 연주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경우를 여러분도 봤을 거다. 이번은 모두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젊은 피아니스트도 이번 연주를 준비하면서 “많은 공부를 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임주희는 "리허설을 할 때 감독님께서 이 곡은 오페라라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전에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대등한 위치에서 연주한다고 생각을 했다. 오페라적으로 많은 소리를 낼 수 있는지 몰랐다. 감독님께서 첫 번째 리허설에서 이걸 깨우쳐 주셨다. 그런 부분을 중점적으로 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윤아인도 “감독님의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표정과 제스처, 어떻게든 새로운 걸 만들어 나가고 싶어하는 궁금증(이 인상적이었다). 빨리 가서 연습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곡의 일부분들을 새롭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자네티 감독과의 연습 과정에 대해 회상했다. 박재홍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전곡을 연주하는 큰 프로젝트를 기성 연주자가 아닌 우리 같은 신진 연주자에게 기회를 준 것이 의미가 크고 영광스럽다”며 “(코로나19로) 힘든 상황이지만 관객과 같이 대면해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정지원은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은 피아니스트라면 모두가 공부해야 하는 숙제 같은 곡”이라며 “5명의 피아니스트가 각자만의 개성과 호흡으로 한 무대를 만드는 것이 특별하다”고 덧붙였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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