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비누 조각가' 신미경, 비누 떠나 새로운 도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스포츠서울

신미경, 앱스트랙트 매터스 Abstract Matters 전시 전경, 2021. 제공|씨알콜렉티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김효원기자] 작가는 온 생을 바쳐 자신만의 고유한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분투한다. 그 분투의 결과 ‘OO작가’로 불리는 영광을 얻는다. 그러나 ‘OO작가’라는 타이틀은 작가에게 왕관이자 동시에 족쇄기도 하다.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것이 예술가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비누 조각가’로 유명한 신미경(54) 작가가 25년간 작업한 비누를 잠시 내려놓고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신미경 작가는 최근 씨알콜렉티브에서 개인전 ‘앱스트랙트 매터스 Abstract Matters’전(~5월 29일까지)을 통해 신작들을 공개했다.

전시장에는 오랜 유물에서 현대도시건축에 이르기까지 시간과 일상의 흔적을 재해석한 인문, 조형, 장르 실험의 결과물인 50여점의 신작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고대 도시에서 발굴한 유물같은 분위기의 신작들은 미술사에서 중요한 개념인 추상성에 대해 조각, 회화, 건축, 환경을 확대 탐색한 결과물이다.

스포츠서울

신미경, 앱스트랙트 매터스 Abstract Matters 전시 전경, 2021. 제공|씨알콜렉티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작가는 제스모나이트(Jesmonite)라는 새로운 소재를 채택했다. 폐 고무판, 스티로폼, 유리판 위에 물감을 뿌리고, 제스모나이트에 돌 가루, 철 가루, 금박, 은박을 섞어 수 차례 섞어 덧씌운 다음 판을 분리하면 우연히 발생한 울퉁불퉁한 표면이 드러난다. 떨어져 나온 표면을 그라인더로 평평하게 갈아내면 비로소 평면 조각이 완성된다.

스포츠서울

신미경, 앱스트랙트 매터스 Abstract Matters 전시 전경, 2021. 제공|씨알콜렉티브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신미경 작가는 “오랫동안 비누 조각을 하다 보니 비누가 아닌 다른 재료와 작업을 하고 싶었다. 비누 조각은 의도에 따라 작업하지만 이번 작업은 우연성에 기댈 수밖에 없었다. 즉흥, 추상 회화의 방식으로 평면 조각을 실험했다”고 밝혔다.

추상은 추상이지만, 신미경의 추상은 기존 추상표현주의나 단색화와는 거리가 있다. 회화이기도 하고 조각이기도 한, 회화 조각이라는 새로운 영역이다.

씨알콜렉티브 측은 “신미경 작가의 추상은 기존 추상표현주의와 거리가 있다. 또한 조각·비조각의 변증법적 긴장을 통해 확장된 조각영역을 증빙하려는 지점과도 거리를 둔다. 사회문화적 차이와 정치와 권력의 개입 너머의 순전한 시간과 환경 속 개인·개별자의 역사, 그리고 불순한 의도나 작가의 개입에서 다소 자유로워지는 진정성에 대한 동시대적 의미의 추구가 강하다”고 설명했다.

25년간 비누 조각을 통해 ‘비누 조각가’라는 왕관을 얻은 신미경 작가가 기꺼이 왕관을 내려놓고 새롭게 도전한 회화 조각을 본 관람객들은 신 작가의 변신에 감탄사를 내뱉는다. 이토록 새로운 작업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신 작가의 실험정신은 그 어느 젊은 작가보다 젊다.

eggroll@sportsseoul.com

[기사제보 news@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sportsseoul.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