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일본 때문에…' 정부 대미·대북외교 모두 '걸림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日, 대만 문제까지 언급하며 미국과의 '밀착외교' 강화

바이든, 스가 이어 文대통령 만나 "한일 비교될 수밖에"

뉴스1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왼쪽)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정상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을하고 있다. © AFP=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일본 정부가 미국과의 '밀착 외교'를 강화하면서 우리 정부의 외교전략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등 일련의 대북관계 현안뿐만 아니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오염수 해양방출 문제와 관련해서도 미 정부가 사실상 일본 측 입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면서다.

바이든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중국 등 역내 안보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 협력'을 강조해왔으나, 미일 간 밀착행보가 계속될수록 "한미관계는 상대적으로 소원해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의 첫 정상회담 뒤 채택한 '새 시대를 위한 미일 글로벌 파트너십'이란 제목의 공동성명에서 이른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실현을 위한 미일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두 정상은 이번 성명에서 대만·홍콩과 신장위구르자치구, 남·동중국해 관련 사안까지 거론하며 '중국 견제'에 함께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대만과 관련해선 구체적으로 "대만 해협의 평화·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권장한다"는 내용이 이번 성명에 들어갔다.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미일 정상 간 공동성명에서 중국이 민감해 하는 대만 관련 사안이 거론된 건 1969년 이후 처음이다.

뉴스1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 18일 오전 서울시내 호텔에서 내외신 간담회를 하고 있다. (주한미국대사관 제공) 2021.4.18/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현재 일본은 바이든 정부가 주도하는 쿼드(미·일·인도·호주) 협의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쿼드의 '반(反)중국' 색채를 이유로 "특정 국가(중국)에 배타적인 모임은 안 된다"며 '거리두기'를 해오던 동안 일본은 쿼드를 연결고리로 바이든 정부에 적극적으로 다가갔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최근 미 상원에서 발의된 '전략적 경쟁법 2021' 초안에서 일본이 군사·경제·과학·기술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협력 대상으로 적시된 데 반해 우리나라는 "더 큰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권장하고 긴밀히 조율해야" 하는 나라로 거론된 사실도 이 같은 미국 내 기류를 방증해주는 것이다.

우리 정부 안팎에서도 이번 미일정상회담에 이어 내달 하순 한미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음을 감안할 때 "미국 입장에선 한일 양국이 자연스레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일본이 역내외 주요 현안과 관련해 미국의 입장에 동조하는 경향이 노골화될수록 우리 정부의 '선택지'는 그만큼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도 "미국의 주요 관심사는 결국 중국"이라며 미 정부가 쿼드를 중심으로 대(對)중국 정책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우리 정부의 지지를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미 정부가 우리 정부의 거듭된 우려 표명에도 불구하고 후쿠시마 제1원전 내 방사성 오염수의 해양방출 결정과 관련해 "미국이 뛰어드는 건 적절치 않다"(존 케리 미 대통령 기후특사) 사실상 용인하겠단 입장을 내놓은 데도 이런 "외교적 판단이 작용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6일 케리 특사와의 만찬에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관련 대응을 위한 미국 측의 협조를 직접 당부했었다.

뉴스1

정의용 외교부 장관(왼쪽)이 19일 정치·외교·통일·안보분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1.4.19/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가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우리 공동의 안보·번영에 한국과의 3자 협력이 필수적이란 데 동의했다"고 밝힌 사실과 관련해서도 "3국이 동등한 입장에서 협력하는 게 아니라 미일 양국의 시각에서 우리 정부의 참여를 '압박'하는 형태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이 있다.

당장 스가 총리는 이번 회담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린 북한의 모든 대량살상무기(WMD)와 모든 사거리의 탄도미사일에 대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폐기'(CVID)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혀 북한을 의도적으로 자극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CVID는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와의 비핵화 관련 협상 당시 "일방적이고 강도적진 요구"라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던 표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선 이런 이유로 CVID 표현을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로 바꿔 쓰기도 했다.

이번 미일정상 공동성명에도 CVID가 아닌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란 표현이 들어갔다. 그럼에도 스가 총리가 이를 굳이 CVID로 바꿔서 얘기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에 CVID가 들어갈 것임을 시사한다"는 관측이 많다.

이 경우 북미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개선의 선순환 구도를 전제로 하는 우리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추진엔 '장애'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외교부 정 장관은 19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에서 바이든 정부의 대북정책 재검토 결과에 "우리 정부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것으로 기대한다. 현실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향으로 합리적 정책에 도달할 것으로 본다"는 낙관론을 폈다.
ys4174@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