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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한지가 머금은 빛, 공간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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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중모 '라이트 하우스'展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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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이 비춰진 곳곳마다 은은하다. 겹겹이 둘러싸인 종이들은 빛의 강렬함을 조금씩 깎아 부드럽게 만들어냈다. 눈을 따갑다 못해 시리게까지 했던 현대의 빛들은 종이와 법랑에 스며들고 반사되면서 편안함과 따스함을 입었다.

"사람을 따뜻하게 하고 편안하게 하는 빛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는 권중모 작가는 4년여 전부터 전통적 재료인 한지를 재해석한 조명을 디자인해오고 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IED(Istituto Europeo di Design)에서 산업디자인을 공부하며 현대에 맞는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고민해오던 그는 2017년 한지라는 소재를 재발견하고 "바로 이것"이라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후 꾸준히 한지 조명에 몰두해온 권 작가는 이번 '라이트 하우스' 전시에서 그간 만들어온 작업 20여점을 선보였다. 전시의 제목은 주변을 밝히는 '빛'에서 출발해 전통 재료들과 어우러지며 색다른 공간을 조성하는 '조형성', 그리고 조명을 배치하고 켬으로써 상상할 수 있는 새로운 '공간(House)'에 대한 가능성을 탐색하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를 담았다.

사실 '한지'라는 소재는 이전에도 우리 일상에 가까이 있었다. 전통 호롱을 감싸거나 한지로 된 종이함이 인기를 끌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익숙해지면서 지겨워지고 촌스럽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권중모에게 있어서도 한지는 그런 소재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어느날 한옥의 창호를 보며 빛을 안으로 끌어들이기도, 밖으로 확장시키기도 하는 한지의 투과성에 매력을 느끼게 됐다"며 "한지가 만들어낸 빛의 신비로움을 느끼면서 어떻게 접근하고 다루느냐에 따라 한지 또한 가장 현대적인 소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그의 한지 조명은 다양한 레이어링이 특징이다. 한 장의 종이를 감싸기만 하면 지루하기 때문이다. 그는 한복의 주름접기와 자수, 선에 주목해 이를 적용시켰다. 권중모는 "지금은 네 가지 방식의 접기를 하는데 종이를 어떤 간격으로 접어내느냐에 따라서도 빛은 달라진다"며 "때로는 꽃잎 모양의 한지를 겹치게 쌓아 빛을 컨트롤하고 자수를 한지 위에 새겨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오는 6월 11일까지 서울 반포동 스페이스 이수에서 열린다.

jhpark@fnnews.com 박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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