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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이슈 일본 원전 오염수 방류

한·중·러·대만은 ‘후쿠시마 오염수’…일·미·IAEA는 ‘처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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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멕 테일러 태평양도서국포럼(PIF) 사무총장이 13일(현지시각) 16개 회원국을 대표해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 발표에 우려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 누리집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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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발생한 방사성 오염수를 바다에 희석해 배출하겠다는 일본 정부의 결정에 인접국인 한국과 중국, 러시아를 비롯해 대만과 태평양 도서국 16개국, 유엔 전문가 등의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 반면 이 문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미국은 사실상 일본의 결정을 지지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으며 다수 국가들은 관망하는 형국이다.

한국 정부는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결정한 당일인 13일 가장 먼저 강력한 반대 입장을 밝혔다. 한국 정부의 입장은 1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의 국회 대정부질문 발언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정 장관은 오염수 방류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충분한 과학적 근거 제시 △한국 정부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 △IAEA 검증 과정에 한국 전문가 참여 보장 등 3가지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3가지 여건이 마련되고 오염수 방류가 IAEA에서 정한 국제기준에 적합하다면 “굳이 반대할 건 아니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재로선 제공된 정보가 불충분해 오염수의 안전성 여부를 판단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반대한다는 것이다.

한국과 함께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외교부는 일본이 오염수 방류 결정을 발표한 13일 ‘담화문’을 내어 “(일본이) 일방적으로 오염수 처리를 결정했다”며 “지극히 무책임하고 국제 건강 안전과 주변국 국민의 이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오리젠 외교부 대변인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 결정이 ‘국제 안전 기준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미국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다.

러시아 외무부도 13일(현지시각) 외무부 미라야 자하로바 대변인 명의 논평에서 “일본이 제공한 공식 정보는 불충분하다”며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대만 정부는 보다 구체적인 대응 방침을 밝혔다. 지난 15일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천지중 대만 농업위원회 주임(장관급)은 “만일 일본이 배출한 ‘핵 폐수’로 실제 우리나라 어업에 영향을 받는다면 일본 정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천 주임은 오염수가 방류될 경우 영향권에 있는 25개 어종으로 연간 140억 대만달러(약 55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 16개국도 일본의 오염수 방류 발표 직후 “깊은 우려”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멕 테일러 사무총장은 “일본 정부가 태평양도서국포럼 회원들과 추가 협의를 하고 회원국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독립적 전문가 검토가 진행될 때까지 알프스(ALPS·다핵종 제거 설비) 처리수 배출 행위를 보류하길 긴급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일본 주변국들을 중심으로 우려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개별 국가 또는 지역 차원의 움직임이다. 이밖에 유엔인권이사회(UNHRC)에 소속된 특별보고관 3명도 15일(현지시각) “많은 사람의 생명과 환경 전반에 미칠 영향에 대한 경고를 고려할 때 일본 정부의 결정은 매우 우려스럽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반면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과정을 검증하게 될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일본의 발표를 환영”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13일(현지시각) 성명에서 “IAEA는 이 계획의 안전하고 투명한 이행을 추적 관찰하고 확인할 기술적 지원을 제공할 준비가 돼 있다”며 “일본이 선택한 물 처리 방법은 기술적으로도 실현 가능하고 국제적 관행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고도 했다. 이 성명에서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 대신 ‘처리수'(treated water), ‘제어된 물'(controlled water), ‘물'(water)이라는 용어가 사용됐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도 ‘처리수’라는 표현을 쓰면서 일본 정부가 IAEA와 긴밀히 협의할 것을 “확신”하고 있다. 한국 정부의 협력 요청에 미국이 개입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처리수’는 일본 정부가 ‘오염수’를 ‘다핵종 제거 설비’(ALPS·알프스)로 정화하면 삼중수소 등을 제외한 방사성 물질은 제거된다는 의미로 사용하고 있는 용어다. 미국 쪽 입장과 관련해 정 장관은 이날 “미국 정부도 일본 정부의 원전 오염수 방출 문제는 IAEA의 적합성 판정을 받아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우리와 같다”면서도 “(일본의) 방류 결정 이후 미측 발표 내용은 정부와 상이한 부분이 많아서 정부도 여러 경로를 통해 미측에 우리 입장을 확실히 설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각) 오염수 방류에 대한 정부 입장을 묻는 질의에 17일 서면 답변을 통해 “일본 측에서는 독일 환경부에 이에 대한 설명을 위한 대화를 제안”했다며 “이 기회를 활용해 앞으로의 진행과 가능한 영향에 대해 규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지은 기자 mira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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