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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꿈의 배터리' 전고체 열공하는 폭스바겐·토요타, 韓은 여유…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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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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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콜피온 캐피탈 홈페이지에 올라온 퀀텀스케이프 사기 의혹 보고서/사진=스콜피온 캐피탈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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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위 완성차 업체 폭스바겐이 투자한 미국 전고체 배터리 개발 업체 '퀀텀스케이프'가 사기 논란에 휘말렸다. 퀀텀스케이프는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를 가장 빠르게 개발하겠다고 선언한 배터리 업체 중 하나다. 폭스바겐이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투자했지만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르면 2027년 상용화를 계획했던 한국 배터리3사도 여유가 생겼다.

19일 외신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현지시간) 공매도 전문 투자자인 스콜피온 캐피탈은 홈페이지를 통해 퀀텀스케이프에 대한 사기 의혹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했다.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 비전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한 사기'에 불과하다는 내용이다.

퀀텀스케이프는 지난해 9월 SPAC 합병을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했다. 스콜피온은 퀀텀스케이프가 전고체 배터리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사 주식을 폭등시킨 후 팔아치울 것으로 내다봤다.

스콜피온은 퀀텀스케이프의 전직 연구개발 직원 9명, 전고체 배터리 전문가 4명, 폭스바겐 전기차 배터리 작업에 참여한 직원 2명 등 15명을 인터뷰한 결과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내부적으로도 퀀텀스케이프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성과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는 것이다.

전고체 배터리는 내부의 액체 전해질을 황화물, 산화물 등 고체로 대체한 배터리다. 안전성, 수명 등의 측면에서 기존 배터리보다 뛰어나며 고체 상태 전해질을 사용해 전해질 누액으로 위한 발열, 화재 위험이 없다. 에너지 밀도도 높아 1회 충전으로 800km이상 주행할 수 있다. 앞으로 배터리 업계의 패권을 주도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는다.

퀀텀스케이프는 올해 초 세계 최초로 4겹의 다층 배터리 셀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전고체 배터리를 상용화하기 위해선 최소 12겹 이상의 다층 셀 배터리 기술이 필요한데 퀀텀스케이프는 연말까지 8~10겹의 다층 셀 기술을 확보하겠다고 한 바 있다.

스콜피온은 "퀀텀스케이프가 발표한 핵심 개발 성과는 과장됐거나 일부는 속임수"라고 주장했다. 또 전고체 배터리의 양산 가능성과 생산비용까지 고려했을 때 퀀텀스케이프가 목표로 한 2025년 상용화는 달성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퀀텀스케이프는 개발 성과에 대해 경쟁사보다 훨씬 투명하게 공개해왔다고 반박하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퀀텀스케이프가 사기 논란에 휘말리자 폭스바겐 입장도 난감해졌다. 전고체 배터리는 폭스바겐이 지난달 '파워데이'에서 궁극적 목표라고 밝힌 기술이다. 폭스바겐은 폭스바겐은 퀀텀스케이프에 2018년 1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지난해 2억달러를 추가 투자했다. 올해 하반기에도 1억 달러를 추가 투자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논란으로 추가 투자 여부가 불확실해졌다.

이번 논란은 여러 기업들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에 난관이 적지 않음을 보여준 사례라는 지적이다. 상대적으로 한국 배터리 3사가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조급해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일본 토요타 등도 2025년 상용화를 목표로 전고체 배터리를 개발하고 있지만 업계에선 2030년 내 상용화도 이르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해결해야 될 기술적 문제가 많다. 전고체 배터리는 액체 전해질 배터리 보다 이온 전도도가 낮다. 이온 전도도는 배터리 내부에서 이온이 이동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전도도가 낮으면 배터리 출력이 떨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비싼 가격 역시 상용화를 가로막는 장애물이다. 개발 시점 뿐만 아니라 유의미한 성능의 제품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배터리 관계자는 "전고체 배터리가 2030년 이전에 상용화될 거라고 하지만, 사실상 리튬이온배터리 기술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곳에서 주로 그런 발표를 하고 있다"며 "경제성 등을 고려했을 때 2030년에 다른 전지로 패러다임이 바뀔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한국 배터리 3사는 전고체 배터리 개발 완료 시점을 빠르면 2027~2028년 정도로 잡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가 상용화되기 전까지는 기존 리튬이온배터리를 쓸 수밖에 없는데 리튬이온배터리는 국내 배터리 3사가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업계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파우치형 리튬이온배터리가 현재로선 가장 높은 수준의 기술이라고 보고 있다.

시점이 문제일 뿐 국내 배터리 업계에서도 전고체 배터리가 차세대가 될 것이라는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한국 배터리업체들도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한국 업체 중 가장 빠른 양산 시점을 밝힌 건 2027년 전고체 배터리 양산 계획을 목표로 하는 삼성SDI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8년~2030년을 상용화 목표로 잡았다. SK이노베이션도 비슷한 시기를 목표로 개발 중이다.

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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