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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친환경 ETF vs 기술주…S&P 친환경지수 확대에 개미 'ESG투자' 저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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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최근 2조2500억달러(약 2540조원) 친환경·인프라 투자 정책을 발표하면서 이 중 52%를 탄소배출 줄이기와 녹색 산업 키우기에 배정해 투자 기대감을 키웠다./사진=바이든 대통령 트위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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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착한 투자'와 기술주 투자, 무엇이 더 나을까. 최근 환경·사회·지배구조(ESG)가 글로벌 금융시장 투자 트랜드로 떠올랐지만 개인 투자자들로서는 ESG 시장 초기 단계 리스크를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번 주부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클린에너지 지수'(SPGTCLEN) 포함 종목이 2배 이상 대폭 늘어나면서 이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포트폴리오 조정이 따를 수밖에 없어 관련 부문의 개별 종목 주가 변동성도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후반부터 재생에너지 부문이 상승세를 타고는 있지만 이보다는 기술 부문 우량주 투자가 무난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조업에 비해 탄소배출량이 적어 ESG 투자 기준에도 부합할 가능성이 높을 뿐더러 재생에너지에 더 폭 넓은 성장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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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 최근 5일 간 흐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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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4일(현지시간) S&P다우지수 위원회는 성명을 내고 "현재 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에 포함된 청정에너지 관련주 30종목 외에 51개 종목을 추가해 총 81개 종목 체제로 전환할 것"이라면서 "종목 확대 결정을 19일부터 적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원회는 이번 성명에서 새로 포함되는 51개 종목을 구체적으로 나열하지는 않았다.

위원회는 매년 4월과 10월 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를 검토하고 항목을 조정하는데 이번 결정은 앞서 3월, ESG 시장 변화에 맞춰 지수 구성을 업데이트하라는 컨설팅에 따른 것이다. 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는 총 100개 종목까지 담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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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출처=S&P다우존수 지수 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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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결정에 따라 지수 범위가 더 넓어지면서 포함 기업 시가총액은 기존 3280억달러에서 9440억달러(약 1056조2416억원)로 늘어나게 된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덴마크, 이탈리아 기업 비중이 늘어나는 반면 상대적으로 중국과 뉴질랜드, 오스트리아 비중이 줄어들 것이라는 게 위원회 설명이다.

다만 지수 포함 종목을 확대한다는 결정이 나왔어도 구체적인 사항은 추후 정해질 전망이다. 위원회는 "3월 컨설팅 결과에 따르면 신흥국 청정 에너지 기업이 포함되고 청정에너지 부문에서 에너지 저장 관련 기업이 들어갈 것"이라면서도 "해당 제안이 이달 바로 적용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 범위가 확대된 것은 최근 ESG 시장의 판이 커졌기 때문이다. 런던 리서치업체 ETFGI에 따르면 올해 뉴욕증시에서는 1분기(1~3월)들어서만 ESG 상장지수펀드(ETF)에 148억 달러가 투입된 결과 총 862억 달러가 쌓였다. 올해 1월 취임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전기차와 해상 풍력·태양에너지를 강조하면서 시장 관심이 따른 결과다.

다만 개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선뜻 매수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크게 두 가지 이유에서다. 우선 친환경 부문 개별종목에 투자하는 경우 당분간 S&P글로벌클린에너지 인덱스 등 기준이 되는 벤치 마크 지수들의 구성 종목 변동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라 일반 펀드와 ETF 등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게 되면 탈락·포함 기업 주가 등락폭이 커지는 위험을 들 수 있다. 둘째로는, 현재로서는 ESG 를 내세운 ETF만 봐도 구성 종목이 기존 ETF와 별 차이가 없는데 운용 수수료만 더 높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생각보다 적을 수도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 개편은 ETF 시장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ETF 두 개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프랑스계 투자은행 소시에테제네럴은 지난달 보고서를 통해 "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를 추종하는 블랙록 ETF 를 보면 포트폴리오의 15% 정도가 16개정도 종목에 국한될 정도로 특정 종목 의존도가 심하다"면서 "S&P글로벌클린에너지지수 개편이 이뤄지면 아마도 뉴질랜드 기업인 메리디안에너지와 컨택트에너지 주식 4억500만달러어치와 컨택트에너지 3억6000만달러어치 등을 처분해야 하며 이밖에 오스트리아의 버번드, 영국의 아틀랜티카 서스테이너블 인프라스트럭처, 캐나다의 이너젝스리뉴여블에너지와 보러렉스 등 주식을 팔아 비중을 줄여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포트폴리오 조정이 불가피한 ETF는 블랙록이 뉴욕증시에서 운용하는 아이셰어스글로벌클린에너지(종목코드 ICLN)와 스위스증시에서 미국 달러화로 거래되는 아이셰어스글로벌클린에너지USD(INRG)다.

최근 엄청난 자금이 뉴욕증시로 흘러들고 있지만 ETF 등 펀드 상품도 간판만 '친환경'으로 바꿔단 경우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눈에 띈다. 데이터분석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ESG ETF등 펀드 상품은 6개 중 1개 꼴로 기존 상품 명칭만 바꿨다. 각종 펀드 25개 포트폴리오가 이에 해당한다.

ESG를 내건 ETF 들은 운용 보수도 높은 편이다. ESG를 주제로 한 ETF들 평균 운용 수수료는 0.34%로 일반 ETF 운용 보수보다 최대 10배 이상 비싸다. 일례로 ESG 부문의 대표적인 ETF 상품인 '아이셰어스글로벌클린에너지'(ICLN) 운용 수수료는 0.46% 인데 비해 같은 회사가 운용하는 또다른 대표 ETF인 '아이셰어스코어S&P500'(IVV) 운용 수수료는 0.04%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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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베스코가 운용하는 '태양에너지' 테마의 상장지수펀드(TAN·왼쪽)는 올해 들어 18.55% 떨어져 마이너스 상태인 반면 같은 회사가 운용하는 나스닥 기술주 테마 상장지수펀드는 10.57% 수익을 내고 있다. 두 ETF 모두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 급등사태가 벌어진 2월 중순 이후 '고평가 부담' 탓에 급락했지만 회복 속도 차이는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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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선 수익률이 기술주에 비해 높지 않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주가지수는 지난 16일까지를 기준으로 올해 들어 10.66% 올랐다. 나스닥 지수를 추종하는 ETF인 '인베스코 QQQ트러스트 시리즈1'(QQQ)도 덩달아 10.57% 상승했다. 반면 ESG 친환경 투자를 내건 '퍼스트트러스트나스닥클릿엣지그린에너지'(QCLN)과 ICLN은 각각 올해 들어 7.59%, 16.95% 하락한 상태다. 기술주와 친환경주는 지난 2월 중순 이후 미국 10년물 국채금리 급등에 따른 고평가 부담 탓에 급락세를 보였지만 이후 회복 속도 차이가 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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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ESG를 내걸었는데 종목 구성은 일반 ETF 와 비슷한 경우도 있다. 블랙록의 IVV와 아이셰어서러셀1000(IWB)는 일반 ETF인데 이는 같은 회사가 운용하는 US카본츠랜지션레디니스(LCTU)와 포트폴리오 상위 1~9위 구성종목이 동일하다. 세 ETF 포트폴리오 비중 1위는 나스닥 간판주이자 기술공룡 기업인 애플(AAPL)로 5%선이고 뒤이어 마이크로소프트(MSFT)와 아마존(AMZN), 구글(GOOGL), 페이스북(FB), 테슬라(TSLA) 등 순이다.

친환경 기업이라고는 하지만 실제 해당 기업이 ESG 투자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친환경 기업으로 평가받는 중국 태양에너지 업체가 태양광 패널을 만들기 위해 신장 지역 일대 석탄 화력을 쓴다고 지적했다. 같은 날 블룸버그는 테슬라는 전기차 회사이지만 채굴하는 데 전기를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는 비트코인에 투자하고 있으며 전기차에 쓰이는 리튬 배터리는 재활용이 힘들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뉴욕증시에서 신재생에너지 ETF 는 고수익 상품으로 통했다. 연간 수익률 상위 20개 중 5개가 신재생에너지 ETF였고, 평균 수익률은 S&P500지수의 약4배인 238% 였다. 다만 이달 14일 찰스슈왑의 제프 클라인탑 투자 전략가는 "버블(거품)은 터지기 전에는 알아채기 힘들지만, 지금 증시는 버블이 생겨나기 완벽한 조건을 갖추고 있으며 특히 신재생에너지 등 친환경인프라스트럭처 부문이 그렇다"고 경고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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