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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페미 사절' 노골적 채용차별…"돈쭐내자" 엇나간 반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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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아닌 자' 공고…남녀 갈등

일부 남성 "이 편의점 자주 찾아야 해"

전문가 "엄연한 성차별…제도 마련해야"

뉴시스

[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성차별 논란을 일으킨 편의점 공고. 사회관계망서비스 갈무리. 2021.04.19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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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재현 기자 = '페미니스트'(남녀평등, 여성주의를 따르고 실천하는 사람) 등 일부 여성을 뽑지 않는다는 편의점 공고를 둘러싸고 온라인상 남녀 사이 젠더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19일 온라인 구인사이트 '알바몬'에 따르면 지난 13일 올라온 한 편의점의 주말 근무자 채용 공고문에는 '페미니스트가 아닌 자', '소극적이고 오또케오또케 하는 분, 지원하지 말라'고 쓰여 있었다.

'오또케오또케'는 여성이 급한 상황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해 '어떡해'만 반복해 외친다는 의미로 여성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알려져 있다. 해당 공고는 성차별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되자 채용 사이트에서 삭제됐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남성들 사이에선 '편의점주 본인이 원하는 사람을 뽑는 건데 이게 왜 성차별이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 공고 소식이 알려진 이후 한 포털사이트에는 점주 옹호성 댓글을 포함한 편의점 리뷰 2000여개가 새롭게 달렸다.

남성으로 추정되는 네티즌들은 "정말로 열심히 일하려는 자를 뽑으려는 점주의 마음이 느껴진다", "여성 차별이 아닌 정당하게 일하려는 자를 뽑기 위한 점주의 의견일 뿐"이라며 해당 공고가 성차별적이지 않다는 취지로 댓글을 달았다.

몇몇 남성들은 "해당 편의점이 '페미'를 거르는 참된 가게인 만큼 편의점을 더 자주 찾아 '돈쭐(돈과 혼쭐을 합친 신조어, 좋은 일을 한 가게의 물건을 팔아주자는 의미)'을 내야 한다"며 페미니스트에 대한 반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반면 여성들 사이에선 '성차별'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여성으로 추정되는 한 네티즌은 "현재 한국사회에서 페미니스트는 여성이라는 인식이 있는데 페미니스트를 뽑지 않는다고 선언한 것 자체가 특정 신념을 갖고 있는 여성을 배제하려는 성차별적인 발상"이라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

일부 여성 네티즌들은 "'오또케오또케'가 혐오적인 표현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표현을 쓴 것 자체가 여성혐오를 바탕으로 둔 행동"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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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신재현 기자= 한 포털사이트에는 해당 편의점에 관한 각종 리뷰가 이어졌다. 2021.04.19.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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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등을 배제하는 채용을 둘러싸고 남녀 간 갈등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한 SNS에서는 여성 네티즌이 숏컷을 한 채 카페 면접을 봤는데 사장으로부터 "얼굴을 까고 대화하자"며 마스크를 벗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지금 생각해보면 화장을 했는지 여부를 보려고 했던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곧이어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받았다며 사장은 "제가 페미니스트랑은 결이 맞지 않는다"는 말까지 덧붙였다고 했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여성과 남성 추정 네티즌들이 각각 "여성 차별하는 카페", "사장님 개념 있다"는 내용의 댓글을 달아 논쟁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채용 공고나 절차가 특정 성별을 배제하려는 엄연한 차별이라고 말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 교수는 "해당 공고는 페미니즘이라는 여성 집단을 목표로 해서 단순한 언어적인 혐오나 모욕을 넘어 채용 과정에서 차이를 둔 것이기 때문에 전형적인 차별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들에 대한 집단을 의도적으로 모욕하거나 비하하는 것은 혐오적인 표현, 차별적인 표현이라고 할 수 있는데 차별이라고 하는 건 분명히 구분을 하는 행위로 드러난다"고 덧붙였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페미니스트를 안 뽑는다고 선언하는 것 자체가 특정한 신념을 이유로 한 차별인데 이는 엄연히 노동법과 헌법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공식적인 언사로 표현했다는 것 자체가 누군가 여성인권을 갖는다는 것이 불리한 사회임을 각인시키는 차별적인 행동"이라고도 했다.

윤김 교수는 이어 "단순히 SNS에서 서로 싸우며 분개하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차별적인 발언으로 누군가에게 '너희 일자리는 없어'라고 위협하는 것 자체가 특권을 쥔 징표인 걸 깨닫게 해주는 제도적인 개선, 법적인 제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g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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