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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단독] “집값 상위 1~2%만 종부세 검토”…부동산정책 뒤집는 여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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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감면 기준 6억→9억 조정 방안도

한겨레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비대위원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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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4·7 보궐선거 참패 이후 부동산 보유세를 완화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선거에서 표출된 ‘부동산 민심’을 반영한다는 것인데, 갈수록 자산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표를 의식해 부동산 관련 세금을 낮추는 것은 정책의 신뢰성을 해친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주당 정책위원회 관계자는 19일 <한겨레>에 “주택 가격 상위 1~2% 소유자에 대해서만 종합부동산세를 매기고 재산세 감면 기준을 현행 6억원에서 9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며 “당내 논의 이후 당정청 협의를 거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 주택 소유자가 전체 납부 대상의 3.8% 가량 된다”며 “참여정부 때 종부세 납부자가 1%였던 것에 비하면 부과 대상이 많이 늘어났다”며 종부세 부과 대상을 축소할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개인별 합산 방식으로 부과하기 시작한 종부세는 주택의 경우 부과 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 이상으로 지금까지 변함이 없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서울의 아파트 중위 가격은 2008년 4억8천만원에서 올해 9억7천여만원으로 크게 올랐다. 민주당은 또한 소득 없이 세 부담만 늘어난 이들을 고려해 65살 이상 1주택자에 대해선 주택을 매각·상속·증여 때까지 세금 납부를 연기하는 과세이연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재산세는 감면 기준을 높이는 방안을 고심중이다. 지난해 11월 결정한 공시지가 6억원 이하에 대한 재산세 감면 기준을 9억원으로 재조정하는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당시 당내에선 서울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을 중심으로 ‘9억원 이하 감면’ 주장이 나왔지만 지방자치단체장 등의 반대로 관철되지 못했다. 이와함께 당내에서는 장기 무주택자와 청년, 신혼부부 등 생애최초 주택 구입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 역시 검토하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장기무주택자 중 처음으로 주택을 구입하는 경우엔 대출을 완화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당 대표에 도전한 의원들도 이와 비슷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송영길 후보는 “무주택자에 한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 총부채상환비율(DTI)를 현행 각각 40%, 60%에서 90%까지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고, 홍영표 후보는 “종부세 부과기준을 현재 공시가격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원식 후보도 부동산 공급·대출·세제의 획기적 변화를 예고했다.

민주당은 앞으로 부동산특별위원회를 설치해 주택공급·금융·세제 및 주거복지 등 현안을 점검하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윤호중 신임 원내대표는 20일 열리는 첫 원내대책회의와 21일 첫 의총에서도 부동산 대책을 집중 논의하기로 했다.

정부도 종부세 완화의 가능성을 열어놨다. 홍남기 국무총리 직무대행 겸 경제부총리는 이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종부세 완화론’과 관련해 “주택가격이 오르다 보니 종부세 대상자가 늘어난 것이 사실”이라며 “잘못된 시그널이 가지 않는 범위 내에서 같이 짚어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가 13억∼14억 미만의 주택에 대해서는 종부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에 대부분의 국민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면서도 “(대상자들은) 아무래도 피부에 와 닿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혹시 민의를 수렴할 영역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 직무대행의 이날 발언은 기존의 기획재정부 입장과는 결이 다르다. 지난해 정부는 세법 개정을 통해 올해부터 공시가격 9억원 이상 1주택자에 대한 종부세율을 기존 0.5∼2.7%에서 0.6∼3.0%로 인상하는 등 보유세를 강화한 바 있다. 당시 홍남기 부총리는 “1주택자로서 종부세를 부담하는 분들에 대해서는 정부가 세액공제를 80%까지 해주기 때문에 상당 부분 종부세 부담도 덜어드렸다”고 반박해왔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정책위원장은 “종부세 부과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재산세 감면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에 불과한 우리나라의 보유세 실효세율 정상화를 가로막는 처사다. 코로나19로 소득 불평등보다 더 심각한 자산 불평등을 완화하기 위해 부동산 보유세 강화는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서영지 노지원 이정훈 기자 y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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