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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47세 싱크, 모두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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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 골프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스튜어트 싱크와 그의 가족이 함께 우승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아내 리사, 캐디백을 멘 둘째 아들 레이건, 첫째 아들 코너, 스튜어트 싱크. [AFP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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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나이가 들었지만 우리 모두의 엉덩이를 걷어찼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에서 5타를 줄이며 추격전을 펼쳤지만 결국 만 47세인 스튜어트 싱크(미국)에게 패하고 준우승을 차지한 해럴드 바너 3세(미국)가 반은 존경심으로, 반은 부러움으로 내뱉은 말이다. 미국 골프 전문 골프다이제스트 인터넷판은 메인 뉴스에 "그는 나이 들었을지 모르지만 승리는 늙지 않는다는 것을 증명했다"고 썼다. 47세 노장 싱크의 우승은 '나이를 거스른' 위대한 승리로 기억될 만하다.

싱크는 19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턴 헤드의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에서 열린 RBC 헤리티지 최종일 1언더파 70타를 쳐 4라운드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2000년과 2004년에 이어 이 대회에서만 세 번째 우승이다. 우승 상금은 127만8000달러.

지난해 9월 세이프웨이 오픈에 이어 이번 시즌에만 2승을 거두며 통산 승수를 '8승'으로 늘렸다. 이번 시즌 2승 선수는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에 이어 두 번째이며, 1960년 이래 만 47세 이상 선수가 한 시즌에 2승 이상을 한 것은 샘 스니드, 줄리어스 보로스, 케니 페리에 이어 네 번째다.

싱크의 제2 전성기는 노력도 하지 않고 거저 얻은 것은 아니다.

지난 시즌 윈덤 챔피언십에서 컷탈락했을 때 싱크의 페덱스컵 랭킹은 144위였다. 세계 랭킹도 밀리고 밀려 300위까지 내려갔다. 2009년 디오픈 챔피언십 우승 이후 11년 동안 승수를 더하지 못한 싱크에게는 말 그대로 '선수 생활의 위기'였다.

그래서 그는 모든 것을 바꿨다. 나이에 맞는 좀 더 효율적인 장비로 교체했고 무엇보다 새로운 트레이너 코넬 드라이센을 영입해 힘과 기동성을 키우는 데 주력했다.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골프로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조지아공대를 졸업한 뒤 항공 관련 기업에서 근무하던 둘째 아들 레이건을 캐디로 맞은 것도 큰 변화였다. 제2의 도약을 위한 '팀 싱크'를 꾸린 것이다.

이런 노력으로 '파워 게임'을 할 수 있게 된 싱크는 지난해 9월 2020~2021시즌 개막전으로 열린 세이프웨이 오픈에서 11년 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7개월 만에 다시 우승컵을 거머쥐면서 골프 역사의 한 페이지를 새로 썼다. 이날 챔피언조에서 경쟁한 콜린 모리카와는 싱크가 첫 우승(트래블러스 챔피언십)을 했던 1997년 태어난 선수다.

5타 차의 여유 있는 리드로 시작한 싱크는 이날 버디를 2개밖에 잡지 못했지만 단 한 번도 3타 차 이내 추격을 허용하지 않고 끝내 와이어 투 와이어(4라운드 연속 1위 자리를 지키며 우승하는 것)를 완성했다. 싱크는 이번 대회에서 36홀 최소타 타이기록(13언더파 129타)과 54홀 최소타 타이기록(16언더파 197타)을 세우기도 했다.

이날 백을 멘 레이건뿐 아니라 유방암을 이겨낸 아내 리사, 장남 코너가 경기 내내 따라다니며 그를 응원했고 싱크는 "무엇보다 가족 모두가 모여 좋다. 뭐라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쁘다"고 말했다.

에밀리아노 그리요(아르헨티나)와 공동 2위(15언더파 269타)로 경기를 끝낸 바너 3세(미국)는 "그가 우리 엉덩이를 걷어찼다"는 말과 함께 "선수 생활을 오랫동안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를 배웠다"고 덧붙였다. 모리카와는 1타를 잃고 공동 7위(12언더파 272타)에 만족해야 했다.

3라운드까지 공동 4위였던 임성재(23)는 1타를 잃고 공동 13위(10언더파 274타)로 순위가 하락했다. 3언더파 68타를 적어낸 김시우(26)는 공동 33위(7언더파 277타)를 기록했다.

[오태식 스포츠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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