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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모친 그리며 ‘자유’ 썼다고…중국, 원자바오 글 “규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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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카오 잡지에 사모곡 연재하며

“중국, 공평·정의·자유 가득한 나라”

검열당국, SNS서 공유 금지시켜

중앙일보

지난 2012년 어머니 양즈윈 여사의 훨체어를 밀고 있는 원자바오 전 총리. [오문도보 캡처]


“내 마음속의 중국은 공평과 정의가 가득한 나라이다. 그 나라 안에는 영원토록 인심(人心)과 인도(人道), 사람(人)의 본질에 대한 존중이 있다. 영원토록 청춘과 자유, 분투의 기백을 갖고 있다. 나는 이를 위해 소리쳤고 분투했다. 이는 생활이 깨우쳐준 진리이자 어머니가 전해 준 진리이다.”

원자바오(溫家寶) 전 국무원 총리가 최근 연재한 수필 ‘나의 어머니’ 4부작 마지막 문장이다. 서민 총리로 중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던 원 전 총리는 마카오에서 발간되는 잡지 ‘오문도보(澳門導報)’에 지난해 12월 세상을 떠난 어머니 양즈윈(楊志雲, 1921~2020) 여사를 그리는 사모곡을 연재했다.

4회에 걸쳐 연재된 ‘나의 어머니’는 지난 17일 중국 인문사회과학 학술정보 공유 플랫폼인 ‘애사상망(愛思想網)’이 운영하는 SNS 웨이신(微信) 계정 ‘학인(學人·Scholar)’에 전제되면서 중국인에게 알려졌다. 하지만 해당 글은 “이 문장은 ‘웨이신 공중 플랫폼 운영 규범’을 위반해 퍼가기를 금지한다”는 알림 글과 함께 공유가 금지됐다.

중국 검열당국이 원 전 총리의 글까지 “규정 위반”을 적시한 것을 놓고 시사평론가 린허리(林和立)는 빈과일보에 “원자바오 문장 중 ‘자유’ 두 글자가 금기를 범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하지만 원 전 총리는 이미 권력이 없으며 시진핑(習近平)에게 도전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 문장은 자유 정신을 언급해 시진핑이 추구하는 이상과 달라 이론적으로 여러 사람의 주목을 받을 여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원 전 총리는 ‘나의 어머니’에서 어머니로부터 받은 편지 두 편을 처음 공개했다. 2003년 11월의 첫 편지는 “너는 오늘 사람들의 신하가 됐다. 이처럼 높은 자리에는 의지할 보호자가 없다. 네 성격은 완전무결을 추구한다. 하지만 이처럼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아 완전무결하기는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2007년 10월에 받은 두 번째 편지에는 “지난 5년의 성취는 너의 심혈과 바꾼 것이고 힘들게 얻어낸 것이다. 앞으로 5년의 업무 역시 어렵고 복잡할 것이다. 많은 일을 모두 하나하나 이뤄가야 한다. 효과를 거둘 가능성은 절반도 안 될 터이니 하늘과 땅에 항상 감사드려야 한다”며 아들을 격려했다.

원 전 총리는 2013년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글에서 퇴직 후 모친 옆으로 돌아가 기뻤다고 썼다. 하지만 모친의 병세가 악화하는 것을 보는 게 견디기 어려웠고, 지난 8년간 외출조차 삼가면서 모친 옆에 머물렀다고 했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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