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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 빗장 푼 호주-뉴질랜드… 이산가족 1년만에 얼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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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리 없이 왕래 ‘트래블 버블’ 시작

동아일보

호주와 뉴질랜드가 격리 없이 자유로운 왕래를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을 시행한 19일 호주 최대 도시 시드니를 출발해 뉴질랜드 수도 웰링턴 국제공항에 도착한 탑승객들이 사랑하는 이들을 만나 포옹하고 있다. 뒤쪽 전광판에 뉴질랜드 원주민 마오리족의 언어로 ‘가족’을 뜻하는 ‘와나우(Whanau)’가 보인다. 웰링턴=AP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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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아니아의 이웃 나라이자 경제 교류가 밀접한 호주와 뉴질랜드가 19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역 및 격리 없이 자유롭게 상대 국가를 오갈 수 있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을 시작했다. 앞서 1일 대만과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팔라우 역시 트래블 버블을 시작했지만 미중 갈등 와중에 미국으로부터 코로나19 백신을 공급받고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성격이 커서 호주와 뉴질랜드가 세계 주요국 중 사실상 최초로 트래블 버블을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19일 “호주인과 뉴질랜드인 모두에게 윈윈”이라고 말했다.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 역시 “가족과 친구에게 자랑스러운 날이자 신나는 날”이라고 말했다. 호주와 뉴질랜드는 지난해 3월 국경을 닫았다. 7개월 후 호주는 뉴질랜드 탑승객에 대해 격리 조치 없이 입국하도록 허용했으나 뉴질랜드는 호주의 코로나19 상황을 우려해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다.

비행기로 3시간 거리인 뉴질랜드와 호주는 모두 영국의 식민지였다가 독립했다. 같은 언어(영어)를 쓰고 한 국가처럼 혈맹을 유지했다. 코로나19가 확산되기 전에는 두 나라의 왕래, 체류, 취업 등이 매우 자유로웠기에 양국에 각각 흩어져 생활하는 가족들도 많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하늘길이 막힌 동안 상당수가 이산가족으로 지내야 했다.

이날 양국 주요 공항에서는 오전 2시부터 탑승객들이 열리지 않은 공항 문 밖에서 줄을 서서 탑승을 기다렸다. 항공사 역시 손님맞이에 분주했다. 에어뉴질랜드는 승객들에게 무료로 제공하기 위해 2만4000여 명분의 스파클링 와인을 준비했다. 양국 언론 역시 승객들의 표정과 비행 상황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영국 가디언은 양국 공항 곳곳이 사랑을 소재로 한 유명 영화 ‘러브 액츄얼리’의 촬영장이 된 것 같았다고 묘사했다.

양국의 트래블 버블을 가능케 했던 요인은 우수한 방역 성과로 풀이된다. 19일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인구 2600만 명의 호주와 486만 명의 뉴질랜드는 누적 확진자가 각각 2만9000명, 2500명에 불과해 전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호주의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는 30명을 거의 넘지 않고 있다. 뉴질랜드는 올해 2월부터 거의 한 자릿수를 유지하고 있다.

양국의 경제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자유 왕래를 통한 경제 회복 기대감을 높인다. 유엔 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호주는 뉴질랜드의 2위 수출국 겸 2위 수입국이다. 코로나19 창궐 전에는 뉴질랜드의 외국인 관광수입 중 40%가 호주 관광객으로부터 나왔다. 남반구의 겨울을 맞이하는 시점에서 뉴질랜드의 스키 시즌이 개막했다는 점도 관광업 의존도가 높은 뉴질랜드에 호재로 꼽힌다. 뉴질랜드 관광객도 호주 경제에 매년 약 2조2352억 원을 기여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이 확산되면서 트래블 버블을 택하는 나라 또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호주는 싱가포르, 미국 등과 트래블 버블을 추진하고 있다. 홍콩과 싱가포르 또한 지난해 11월 무산됐던 자유여행을 재추진할 뜻을 나타내고 있다.

다만 호주와 뉴질랜드는 코로나19 감염이 확산되면 언제든 이번 조치를 중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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