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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팬데믹에 쟁여둔 돈 세계 6000조원…이제 '보복소비'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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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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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뉴욕시 JD스포츠 상점에 들어가기 위해 사람들이 줄을 서 있는 모습 /사진=AF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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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소비자들이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저축한 돈이 5조4000억달러(약 6032조원)에 달한다고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밝혔다. 팬데믹 종식이 다가오며 이 쌓아둔 돈이 소비로 전환되면 경제의 강한 반등을 이끌 수 있지만 의견은 엇갈린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전세계 가계의 초과 저축(excess saving)액이 전세계 GDP(국내총생산)의 6%라 추산했다. 동시에 미국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3월 미국 소비자경기신뢰지수가 집계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소비심리도 개선되고 있다.

이런 상황은 백신보급과 맞물려 락다운(봉쇄)이 해제돼 각종 매장, 레스토랑들이 다시 문을 열 때 소비자들이 그간 모아둔 돈을 지출할 가능성을 높인다. 마크 잔디 무디스 어낼러틱스 수속 이코노미스트는 "억눌린 수요의 분출과 초과 저축의 조합은, 각국이 집단면역에 도달하고 경제가 다시 문을 열 때 소비지출 급증을 이끌 것"이라 전망했다.

지난해 대부분의 국가들이 마이너스 성장을 겪었음에도 가계 저축이 전세계적으로 급증한 건 선진국들이 전례 없는 정부 부양책을 집행한 데다 일자리·소득 불확실성으로 소비를 줄인 가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락다운으로 서비스 산업이 문을 닫아 돈을 쓸 곳이 줄어든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다만 초과 저축은 국가별로 차이가 컸다. 무디스가 추산한 GDP 대비 초과저축 비중은 미국이 약 12%로 가장 컸고, 영국이 10% 이상으로 추산됐다. 캐나다, 스페인, 호주, 포르투갈, 네덜란드, 이탈리아, 독일 등이 전세계 평균(6%)보다 많았다. 일본은 이 비중이 약 4%, 러시아는 3%대로 추산됐다.

잔디 이코노미스트는 초과 저축이 북미, 유럽 등 선진국들에서 가장 많았다고 전했다. 봉쇄가 광범위하게 단행된 동시에 정부 지출이 많았던 영향으로 해석된다. 무디스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2조달러 이상인데, 심지어 이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1조9000억달러 규모 재정부양책이 집행되기 전 수치다.

실비아 아르다그나 바클레이즈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에서 올해 꽤 급속한 가계지출 증가가 예상된다"며 영국에서도 미국만큼은 아니지만 지출 증가가 있을 거라 예상했다. 단 그는 백신 보급 속도가 느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우 다음 두 분기 동안 억눌린 수요가 소비로 실현되지 않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이외 정부차원의 지원이 많았던 중동국가들의 초과 저축 규모가 큰 편이라고 FT는 전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초과 저축은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보다는 적다. 팬데믹이 상대적으로 억제돼 지난해 상황이 가계의 행동에 미치는 영향이 덜 깊었기 때문일 수 있다고 FT는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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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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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러한 저축액이 소비로 연결되지 않을 거라 보는 시각도 있다. 팬데믹 기간 부유층이 더 많은 저축을 했는데 이들은 저축한 돈을 소비하는 대신 계속 은행계좌에 넣어 둘 가능성이 있어서다.

얀 해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초과 저축의 3분의 2를 상위 40% 가계가 점유했으며, 부유층이 초과저축을 지출하기보다 은행계좌에 계속 둘 가능성이 있어 소비가 예상보다 많이 늘어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앞서 영국에서 나온 조사 결과와도 일치한다. 영국 중앙은행인 뱅크오브잉글랜드에 따르면 영국 가계의 약 75%는 늘어난 저축을 계속 은행계좌에 둘 것이라 답했다. 이 외엔 부채 상환, 투자, 연금 추가 납입 등에 저축한 돈을 쓸 것이라 답변했다.

권다희 기자 dawn2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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