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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400억 번 그가 회사 떠났다"…3040 이번엔 '코인 벼락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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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사정으로 회사를 떠나게 되어 감사했던 마음을 전하고자 인사드립니다."

지난주 삼성전자 직원 A씨의 '고별사'로 추정되는 글이 화제가 됐다. 그가 2억원으로 암호화폐 투자를 시작해 400억원을 넘게 벌면서 샐러리맨 생활을 청산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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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삼성전자 직원들은 "구체적인 액수는 모르겠지만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 퇴사한 것이 맞다"고 했다. "주변 동료들까지 투자를 시작해 적지 않은 수익을 본 것으로 안다"는 증언까지 퍼지면서 3040 직장인들과 2030 청년들을 '벼락거지'가 된 기분에 젖게 했다.



"안 하자니 뒤처지고 하자니 불안해"



제조 업종의 대기업에서 일하는 김모(32)씨도 주변에서 암호화폐로 큰돈을 벌었다는 '코인 성공담'을 종종 듣는다. 김씨는 "사내에 암호화폐로 10억원 이상을 번 선배가 있다. 회사를 '재밌게' 다닌다더라. 요즘 이런 얘기들이 쏟아진다"면서 "안 하자니 뒤처지고 이제야 하자니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담은 잘 알려지지 않는 것 같다. 뒤늦게 혹하는 마음을 경계하고 있다"고 했다.

젊은 직장인들의 '뒤숭숭한' 심리 상태는 통계로도 나타나고 있다. 코인원(암호화폐거래소)이 분석한 지난 1~2월 회원 130만명의 연령별 일평균 거래량에서 30대는 39%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40대는 17.3%를 기록해 3040 직장인이 약 57%였다. 2017~2018년 비트코인 열풍 때처럼 주변에서 '코인 성공담'이 터져 나오니 평정심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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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4길 14 2층에 있는 암호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고객센터 전광판에 4천만원을 훌쩍 넘긴 비트코인 가격이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8000만원대였던 비트코인은 18일 7000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신인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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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 절반 이상이 3040…연말 대비 7배 상승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들 대부분은 2018년 1월 전후 비트코인 상승장에 동참하지 못하고 바라만 봤다. 이후 가치가 떨어지며 조정장이 왔을 때는 위험하다고 생각해 쉽게 뛰어들지 못했다. 그러다 도지코인 등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대안 암호화폐)이 나타났다.

업계에 따르면 업비트 원화 거래 시장에 상장된 암호화폐 중 비트코인을 제외한 나머지 코인을 대상으로 산출하는 '알트코인지수'는 지난 16일 기준 8960으로 지난해 12월 대비 5.2배로 불어났다고 한다. 이중 가장 비중이 큰 이더리움은 지난해 말 대비 285% 올랐고, 도지코인은 7배 넘게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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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오후 서울 빗썸 강남센터에 가상화폐 시세가 표시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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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엔 30대 여성 직장인들의 코인 성공담을 소재로 한 장편 소설(『달까지 가자』,창비)이 출간됐다. 출간 1주일도 안 돼 소설 주간 베스트 3위(교보문고)에 올랐다. 원룸에서 사는 소설 속 직장인들은 암호화폐 이더리움에 투자해 '떡상'과 '떡락'을 경험하며 '존버'(끝까지 버틴다)를 외친다. 노동소득으로는 쉽게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어려운 30대 직장인들의 세태를 담담하게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체적 선택"…"무리한 투자 주의" 지적도



이런 현실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계층 사다리는 끊겼고 좋은 일자리는 한정됐다. 부동산이 폭등했고 자산을 늘리는 방법이 노동 소득으론 불가능해 암호화폐가 생존의 문제가 됐다"고 분석했다. "현실에서 좌절한 청년들에겐 '비트코인'이 새로운 삶의 상징이 됐다"는 것이다. 구 교수는 이어 "최근 디지털 공간에서 암호화폐가 논의됐고 확장성이 주목받게 되며 젊은 세대도 위험을 기꺼이 감수해 투자하고 있다. 주체적 선택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순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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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는 2019년 가상화폐 계좌 실명제를 도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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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동성이 큰 암호화폐가 지나치게 고평가됐고 무리한 투자를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변동성과 거품 이슈가 있고 암호화폐는 공식적인 화폐 지위가 어려워 단순히 투자 자산 성격을 가진다. 자산으로서 관리 감독 필요성도 있다"면서 "자금세탁이나 조세 회피에 사용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격 변동성에 심하게 노출됐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는 위험하다고 본다.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고 충분한 자산을 나눠 투자하는 것이 아닌 경우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여성국 기자 yu.sungk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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