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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9 (금)

“코로나 이후 亞관광객 몰릴 것” 가로수길 몰리는 '핫'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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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 간 침체됐던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 상권이 조금씩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전히 2010년대 중반의 전성기엔 크게 미치지 못하지만 최근 국내·외 패션브랜드들의 진출이 눈에 띄게 늘었다.

가로수길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로12길에서 도산대로13길까지를 가리키는데, 은행나무가 늘어서 있다고 해서 불리던 이름이 지난해 법정 도로명이 됐다. 작지만 특색있는 옷가게와 편집숍, 분위기 좋은 커피 전문점 등이 즐비해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지만 이후 임대료 상승, 경기침체, 코로나19 등이 맞물리면서 상권이 쇠락했다.

하지만 4월을 기점으로 변화가 감지된다. 과거 가로수길이 독특한 카페와 상점들로 20·30대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었던 것처럼, 개성 강한 브랜드들이 속속 매장을 내며 MZ(밀레니얼·Z)세대를 공략하고 있다. 이들 매장은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리기 좋은 볼거리와 경험을 제공한다. 10년 전 온라인 쇼핑몰 확산으로 수많은 사진작가들이 피팅모델과 함께 가로수길을 찾던 것과 묘하게 닮아있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기업인 타파크로스의 김용학 대표는 “가로수길은 대형 프랜차이즈 등 거대 자본이 기존 상점들을 밀어내면서 문화·예술 특유의 분위기가 사라진 점이 큰 약점이었다”며 “최근 패션 브랜드들이 차별화를 위해 독특한 매장을 선보이면서 조금씩 거리의 개성이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도로엔 인지도 높은 유명 브랜드, 뒤편 ‘세로수길’엔 최신 유행의 먹거리가 생겼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며 집객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 대세 트렌드는 ‘친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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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올버즈' 대표매장 내부. 신발끈을 손잡이로 만들어 쇼핑백 사용을 줄이고, 실제 나무를 활용해 내부를 꾸몄다.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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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와 전문가들은 강남의 청담과 압구정과 인접한 가로수길이 여전히 가장 유행에 민감한 상권 중 하나라고 말한다. 패션에서도 최신 트렌드는 역시 친환경이다.

지난 15일 가로수길에 대표매장을 낸 친환경 신발브랜드 ‘올버즈(Allbirds)’가 대표적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발했는데 창업자가 사는 동네에 워낙 새가 많았다고 한다. 올버즈는 합성소재 대신 양털이나 유칼립투스 섬유, 사탕수수 등으로 신발을 만든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등이 즐겨 신어 ‘인싸 슈즈’로 불린다.

모든 신발엔 제품을 만들기까지 몇 kg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지 표시가 붙어있다. 매장도 실제 나무 기둥을 활용하고 재활용 소재로 집기를 만드는가 하면 신발 박스에 운동화 끈으로 손잡이를 달아 쇼핑백 사용을 줄이는 등 친환경 철학 실천에 공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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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 '아르켓' 대표매장 외관.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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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9일 대표매장을 연 ‘아르켓’은 스웨덴 H&M 그룹의 가장 고급 브랜드로 꼽힌다. ‘지속가능한 패션’을 앞세워 오래 입을 수 있는 디자인과 재활용 등 친환경 소재를 활용해 옷을 만든다. 특히 매장 1·2층에 채식과 북유럽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카페와 식당을 운영해 먹거리를 차별화 포인트로 삼았다.



◇ ‘정체성’ 드러내는 공간활용



가로수길 초입에 눈을 확 잡아끄는 빨간 색깔의 건물엔 지난 6일 ‘조 러브스’ 매장이 들어섰다. 영국의 유명 조향사인 조 말론 CBE(영국 3등급 훈장) 여사가 만든 브랜드로, 런던매장과 같은 체험형 공간으로 구성됐다. 시향지에 향수를 뿌려 맡는게 아니라 원하는 향을 고르면 칵테일 쉐이커로 거품을 낸 뒤 마티니 잔에 담거나, 향을 입힌 크림을 피부에 발라 향을 느끼는 ‘향기 타파스 바’를 운영한다. 국내 판권을 확보한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가로수길은 일자로 난 중앙도로를 걸으며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의 눈길을 잡아 둘 수 있어 특히 패션 브랜드 이미지 각인에 유리한 입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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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길에 세워진 '조 러브스' 팝업스토어(왼쪽)와 '아더에러' 매장에 설치된 거대한 전시물. 이소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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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문을 연 국내 패션 브랜드 ‘아더에러’의 ‘아더스페이스 3.0’매장은 옷 매장이라기 보다 전시장이다. 우주에서 영감을 얻은 그래픽 아트와 계단 벽과 천장에 설치된 스테인드글라스, 유명 작가의 대형 전시물 등 5층 건물 전체를 예술 작품과 체험용 공간으로 채웠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가로수길은 규모가 큰 중·대형 상점들이 많아 원하는 스타일의 매장을 구현하거나 공간을 나눠 다양하게 활용하기 좋다”고 말했다.



◇ 팝업스토어 뜨면 ‘뜬다’



기간을 정해두고 운영하는 팝업스토어는 고정비 부담을 줄이면서 유통산업의 대세인 ‘체험가치’를 제공하는 매장 형태로 자리 잡았다. 내달 2일까지 여는 수제맥주 ‘구스아일랜드’의 팝업스토어도 내부에 미국 와이오밍주의 엘크마운틴 홉 농장을 재현해 놨다. 맥주원료인 홉에 대한 스토리를 들으며 한정판 ‘홉 IPA(인디아 페일 에일)’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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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제맥주 브랜드 '구스 아일랜드'가 가로수길에 연 '하우스 오브 홉' 팝업 매장. 사진 오비맥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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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스타일 전문 홍보대행사 엠퍼블릭의 문지현 대표는 “가로수길은 애플 공식 1호 매장, 나이키의 ‘조던 서울’ 매장 등 이곳에서만 볼 수 있었던 특별한 매장들이 있어, MZ세대가 선호하는 동선을 따라 브랜드를 노출해야 하는 기업들로선 우선순위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의류 브랜드 라코스테도 홍익대 학생들과의 협업으로 나무마다 형형색색의 그림을 그린 천을 입히고 무지개의 5가지 색상의 팝업 매장을 열어 인스타그램엔 2000장이 넘는 사진이 올라오기도 했다.

아르켓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인 칼 요한 페르손은 “가로수길은 이미 외국인도 꼭 가보고 싶어하는 패션·문화의 핫 플레이스로 부상했다”며 “코로나 상황만 지나가면 아시아 시장의 고객 반응까지 수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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