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선 4차례 소환을 거부했던 이 지검장의 자진 출석이 차기 총장 후보군에서 완전히 탈락했다는 신호라는 해석부터 반대로 유력 후보로 ‘부활’을 노린 승부수라는 분석까지 다양한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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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의 읍참마속인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난 17일 수원지검 형사3부(부장 이정섭)에 자진 출석해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및 수사외압 등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았다. 사진은 지난해 1월 13일 서울중앙지검장 취임식에서 직원들에게 "검찰개혁에 동참해달라"고 주문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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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인 이 지검장은 대표적인 친여(親與) 성향으로 분류돼 총장 후보 1순위로 꼽혔지만, 검찰의 기소 방침이 선 뒤엔 후보군에서 배제됐단 분석이다. 이미 검찰총장후보추천위원회(이하 추천위)의 공전 기간이 이날 현재 29일째로 역대 최장기록(채동욱·윤석열 당시 24일)을 넘어선 만큼 더는 미루기 부담스러운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다.
일부 추천위원 사이에선 실제 이 지검장의 기소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추천을 주저하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고 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이 지검장의 우군인 여권에서 밀어붙여도 추천이 안 되게 생겼으니 이 지검장이 기소를 감당토록 하고 총장 대신 고검장급 영전을 해주는 쪽으로 방향을 튼 것 같다”며 “일선 고검장이나 법무연수원장으로 있으면서 스스로 혐의를 벗을 기회를 부여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4·7 재·보궐선거 참패 뒤 내년 3·9 대선을 앞두고 지지율 방어 차원에서 ‘무리할 수는 없다’는 신호가 이 지검장에게 전달됐을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차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기소할 경우 현직 총장이 재판을 받으러 다니는 촌극이 벌어질 텐데 그 상황이 상식적이지 않다는 건 이 지검장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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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 이성윤 구하기”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 조사(지난 17일)를 받았다는 소식이 알려진 지난 18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의 모습.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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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일각에선 이 지검장이 지난 18일 변호인을 통해 혐의를 조목조목 부인하는 입장문을 낸 걸 주목했다. 한 법조계 인사는 “검찰에 출석해서 조사 받은 의미를 적극적으로 홍보한 걸 보면 이 지검장이 믿는 구석이 있는 것 같다”며 “자신이 피의자 조사를 받은 것으로 검찰 수사가 끝났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 이첩해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강하게 피력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달 12일 이 사건을 수원지검에 재이첩하면서 “수사 완료 후 송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공수처가 기소 여부 판단을 하겠다며 재(再)재이첩을 요구할 경우 추천위 공전 기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다. 검찰이 이첩 요구에 응할 경우 공수처의 사건 재검토는 물론 이 지검장 입장에선 불기소 처분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그러나 수원지검은 공수처가 같은 요구를 했던 이규원 검사의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관련 허위공문서작성·행사 혐의에 대해선 지난 1일 기소를 강행했고, 이 검사는 이날 “검찰이 공수처장의 재이첩 요청을 무시했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했다. 한 검찰 간부는 “공수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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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위 보류, 조건부 추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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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검장이 기소되더라도 재판에서 유·무죄를 다퉈 생환할 경우 차기 총장 자리를 보장해주겠단 모종의 약속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실제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 시절 한동훈 검사장을 독직 폭행한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진 정진웅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수사 과정에서 승진, 여전히 직무를 수행하고 있다. 이 경우 추천위 활동이 보류되고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체제가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검찰 내 리더십 공백 상태를 올 하반기까지 방치하는 것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한 현직 부장검사는 “1심 재판을 아무리 빠르게 진행한다고 해도 최소 3개월이 소요될 텐데 그 결과까지 보고 총장 후보를 추천하겠다는 건 너무 속 보이는 짓”이라고 말했다. 한 검사장 출신 변호사는 “이 지검장이 여러 가지 계산을 하고 자진 출석했을 거라고 보지 않는다”며 “검찰의 기소를 늦추기 위한 절박함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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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조남관↘ 구본선·양부남↗
구본선 광주고검장(가운데)이 지난달 8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고검장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임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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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검장과 얽혀 차기 총장 인선의 셈법이 복잡해지면서 유력 후보로 거론된 다른 인사들의 앞날도 불투명해졌다. 이 지검장과 함께 가장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으로 꼽혔던 김오수(58·20기) 전 법무부 차관은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당시 이른바 ‘윗선’으로 지목돼 수사선상에 올라 있다. 조남관 대행(대검 차장검사)의 경우 지난해 윤석열 전 총장 징계가 추진될 때 공개 반기를 드는 등 여권의 미운털이 박힌 상황에서 경쟁자로 거론되는 이 지검장 기소를 지휘할 경우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이들이 유력 후보군에서 완전 이탈한 건 아니지만, 상대적으로 무난하단 평을 받는 이들의 급부상 가능성이 제기되는 건 그래서다. 한 검찰 관계자는 “구본선(53·23기) 광주고검장, 양부남(60·22기) 전 부산고검장 등이 더는 다크호스가 아닐 수 있다”고 전망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이날 추천위 일정과 관련,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말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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