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4 (수)

차기 총장 1순위였던 이성윤, 왜 기소 위기 몰렸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중앙일보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뉴스1]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차기 검찰총장 1순위 후보로 꼽히던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질 위기에 처한 이유는 무엇때문일까. 검찰은 이 지검장이 김학의 전 차관 불법출금 과정에 직접 관여했기 때문에 그로부터 약 3개월 뒤 시작된 관련 수원지검 안양지청 1차 수사 역시 중단시키기 위해 외압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李, 동부지검에 사후 승인 요구?



20일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현 서울중앙지검장)은 김 전 차관 불법출금 다음 날인 지난 2019년 3월 23일 서울동부지검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부지검이 (이규원 검사가 출금 요청서에 적은 가짜)내사번호를 사후 추인하는 걸로 해달라’는 취지의 요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시 동부지검장은 이를 거절했다. 검찰은 이미 동부지검 관계자를 대면조사해 관련 진술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 같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김 전 차관이 출국을 시도한 3월 22일 금요일 밤, 야간의 급박한 상황에서 ‘가짜’ 사건번호와 내사번호를 기재하는 등 사실상 공문서를 조작해 긴급 출금 요청을 한 ‘실행자’인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규원 검사를 이 검사장이 조력한 것이 된다.

반면 이 검사장은 이에 대해 “긴급출금에 관여한 사실이 없고 당시 긴급출금 경위도 모르는 상황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앙일보

2019년 3월 22일 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이 인천공항에서 태국행 비행기에 탑승하려다 긴급 출국 금지돼 공항에서 나오고 있다. 최근 이 과정이 법무부와 검찰의 서류·기록 조작 등에 의한 불법적 출금이란 공직 제보가 있어 검찰이 수사에 나섰다. [JTBC 캡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권남용 ① 이규원 비위보고서 묵살?



이 지검장의 핵심 혐의는 이후 이규원 검사의 불법출금에 대한 수사와 관련한 직권남용이라고 한다. 이 지검장은 그로부터 3개월 뒤인 2019년 6월 수원지검 안양지청이 김 전 차관 불법 출금 혐의로 이 검사를 수사하려 하자 이를 중단시키려 직권을 남용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우선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이 이규원 검사의 비위 사실이 담긴 보고서를 관할고검인 수원고검에 보고하려 했으나 대검 반부패부 주도로 묵살했다는 것이 골자다. 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의 A검사는 ‘과거사 진상조사단 파견검사 비위 혐의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피혐의자로 이규원 검사를 적시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A 검사는 이후 사건 재배당으로 주임검사에서 교체되기도 했다.

당시 이 지검장은 배용원(당시 수원지검 안양지청 차장) 전주지검장, 반부패부 소속의 다른 검사는 이현철(당시 안양지청장) 서울고검 검사와 주로 연락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배 지검장과 이 고검검사 역시 검찰에서 관련 진술을 마쳤다고 한다.

중앙일보

김학의 출국금지 문서 조작 의혹 연루 인물들 [중앙포토]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직권남용 ②난데 없는 조사경위서, 왜?



법무부와 대검이 인권침해 등을 명분으로 이례적으로 ‘법무부 출입국 본부 소속 서기관에 대한 조사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한 것 역시 수사 대상이다. 당시 안양지청 수사팀이 A서기관을 전화 조사한 것에 대해서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조사 경위서’를 꼬투리 삼아 사실상 조직적 수사 방해를 한 것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당시 수사팀 검사들 역시 검찰 조사에서 “전화 조사였던 데다 사생활과 관련된 질문도 일체 없었고 당시 녹취록 등을 비춰봐도 인권 침해의 소지가 전혀 없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고 한다. 실제 당시 조사를 받은 A서기관은 통화 당시 “이거 수사하면 검찰도 다친다”, “우리만 건드리지 말고, 기왕이면 몸통을 하라”는 취지의 발언도 할 정도로 강경 대응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대해 이 지검장은 “법무부 검찰국장(윤대진 사법연수원 부원장)으로부터 안양지청의 출입국관리 공무원 조사와 관련하여 그 경위를 보고해달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해명했다.

중앙일보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이성윤 당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중앙포토·연합뉴스]






직권남용③ 검찰총장 보고 안했나, 했나



수원지검은 또 안양지청으로부터 이규원 검사를 수사하겠다는 보고를 받고도 그 사실을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는 보고하지 않은 정황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검찰총장이 패싱됐다고 의심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이 지검장은 “안양지청으로부터 긴급출금 관련 의혹이 해소돼 더 이상 수사 진행계획이 없다는 취지의 보고를 받아 총장에게 그대로 보고를 했다”고 반박했다. 이 지검장 측은 이같은 내용을 담아 A4 용지 6페이지에 이르는 장문의 입장문을 낸 바 있다.

검찰 안팎에서는 이 지검장이 대검 지침을 위반하면서까지 적극적으로 수사를 막은 이유를 이 지검장 역시 불법 출금에 관여돼 있기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놓고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수사팀이 사실관계에 대한 조사를 거의 마친 상황이기 때문에 이 지검장이 이를 깨뜨리기 쉽지 않다”며 “해명문의 내용을 뜯어봐도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과 문무일 당시 검찰총장에게 책임을 떠미루기를 하는 형태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김수민 기자 kim.sumin2@joongang.co.kr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