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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나사 우주헬기, 지구 밖 행성서 처음으로 날아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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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뉴어티’ 화성 동력비행 성공

대기밀도, 지구의 100분의 1 수준

떠오르는 힘 만들기 어려운 조건

날개 4개 분당 2400회 안팎 회전

NYT “30㎞ 상공서 비행 맞먹어”

앞으로 최대 4차례 더 시험 가능

세계일보

‘인저뉴어티’ 역사적 비행 마치고 무사 착륙 미국 나사(항공우주국)가 화성으로 보낸 소형 무인 헬기 ‘인저뉴어티’가 19일(현지시간) 화성에서의 첫 시험 비행을 마치고 표면에 착륙하는 모습. 인저뉴어티는 지표에서 3m 높이까지 올라 30초간 비행했다. 나사·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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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사(항공우주국)가 화성으로 보낸 소형 무인 헬기 ‘인저뉴어티(Ingenuity·독창성)’가 19일 오후(한국시간) 세계 최초로 지구 밖 행성에서 동력 비행에 성공했다. AP통신은 탐사선 ‘퍼시비어런스’에 탑재된 인저뉴어티의 화성 상공 비행 성공은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성공에 버금가는 일이라고 평가했다. 향후 화성 탐사·발굴에 획기적인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저뉴어티는 이날 오후 4시 30분 첫 화성 비행에 나섰다. 임무는 3m 높이까지 날아올라 30초간 비행하는 것이었다. 인저뉴어티의 비행은 날개의 고속 회전장치를 시험하던 중 기술적 오류로 일주일이 지연됐다. 엔지니어들은 일주일간 오류를 찾아내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 나사 통제센터에선 인저뉴어티의 비행 성공이 선언되는 순간 엔지니어, 나사 관계자 등의 환호와 박수가 터져 나왔다고 통신은 전했다.

탐사선 퍼시비어런스는 인저뉴어티와 65m 떨어진 곳에서 마스트캠Z 카메라로 비행 장면을 기록했으며 인저뉴어티도 장착된 카메라 두 대로 데이터를 수집했다고 한다. 비행 성공 후 나사 통제센터 화면으로 전송된 흑백사진은 인저뉴어티가 화성 표면 위를 맴돌면서 만들어낸 그림자 모습이었다. 이후 퍼시비어런스가 촬영한 헬기의 선명한 컬러 영상이 뜨자 통제센터는 더 큰 박수 소리로 뒤덮였다고 AP는 전했다.

나사는 비행 성공을 염원하는 뜻으로 1903년 인류 역사상 처음 동력 비행에 성공한 라이트 형제의 ‘플라이어’ 1호기 한 조각을 인저뉴어티에 붙여 보냈다. 인저뉴어티의 성공은 인류가 비행기로 하늘을 난 뒤 118년 만에 지구 밖에서 비행체를 띄운 이정표를 세운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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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뉴어티는 높이 약 49㎝로 질량은 지구에서는 1.8㎏이지만 중력이 지구의 3분의 1인 화성에서는 0.68㎏에 불과한 작은 비행체다. 나사는 비행 시도를 화성 시간으로 30솔(1솔은 24시간 37분 23초) 내 최대 다섯 차례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인저뉴어티는 앞으로 네 차례 더 시험비행에 나설 수 있는 셈이다. 화성에서 비행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대기 밀도가 지구의 100분의 1 수준에 불과해 공기 힘으로 양력을 만들어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인저뉴어티는 탄소섬유로 만든 날개 4개가 보통 헬기보다 8배 정도 빠른 분당 2400회 안팎 회전하도록 설계됐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화성 표면에서 이륙하는 것은 지구에서 고도 10만피트(약 30㎞)로 비행하는 것과 비교할 만하다”면서 “어떤 헬기도 그 정도 높이에서 비행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나사는 인저뉴어티를 만드는 데 8500만달러(약 950억3000만원)를 들였다. 인저뉴어티를 품고 화성에 간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 개발엔 27억달러(약 3조원)를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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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나사(항공우주국)가 19일 화성에서 무인 소형 헬기 ‘인저뉴어티’의 동력 비행 모습을 촬영한 장면(위 사진). 아래 사진은 1903년 미국 라이트 형제가 노스캐롤라이나 주 작은 마을 키티호크에서 ‘하늘을 날겠다’는 인류의 꿈을 동력 비행기로 실현했을 당시의 모습. 인류가 지구 밖 동력 비행에 성공한 것은 라이트 형제의 비행 이후 118년 만에 처음이다. 워싱턴=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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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저뉴어티의 이번 시험 비행 목표는 지구와 환경이 전혀 다른 화성에서 동력 비행이 가능한지 여부를 실증하는 것이었다. 나사가 “인저뉴어티 (비행은) ‘고위험·고보상’ 기술 실증”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비용이 많이 들고 실패 확률도 높은 시험에 나사가 도전한 이유는 성공 시 화성 탐사의 영역이나 범위가 크게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사는 “인저뉴어티는 화성에서 비행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실증하려는 목적에서 만들어졌다”며 “해당 기술들은 더 진보된 로봇 비행체가 나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래의 화성 헬기는 기존 착륙선과 로버, 궤도선이 제공하지 못했던 독특한 시점을 제공할 수 있다”며 “로버가 닿을 수 없는 지역에 가거나 가벼운 화물을 옮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인저뉴어티에는 과학 자료를 수집하는 기능이나 기구는 실려 있지 않다. 대신 휴대전화 등에 사용되는 부품들로만 채워졌다. 인저뉴어티는 지난 2월 18일 퍼시비어런스 하단에 부착된 채 화성에 도착했다. 지난 4일 지표면 착륙에 성공한 후 화성 표면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했다. 9일에는 비행을 준비하기 위해 제자리에서 헬리콥터 날개를 분당 50회 회전하는 모습이 포착된 바 있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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