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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게임·애니 등 日 IP 활용한 신작 게임으로 글로벌 공략 나선 국내 게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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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日 매출 1위 '우마무스메' 서비스
넷마블, 지브리 감성 담은 '제2의 나라' 개발
일본 IP, 글로벌 인지도·캐릭터성 높아 확장력 커
넥슨, 반다이남코·코나미·세가 등에 1조원 투자
경영 참여 않지만, 글로벌 협업 가능성은 '활짝'

최근 대형 게임사들이 일본 게임·만화·애니메이션 등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대형 게임을 개발하거나, 국내 서비스를 서두르고 있다. 일본 IP는 대부분 인기작을 기반으로 스토리가 탄탄하고, 캐릭터성이 높아 다채로운 게임성을 가졌다는 게 주된 이유다. 특히 업계는 일본 IP의 특징으로 국내 IP와 비교해 확장성이 크다는 점을 꼽는다. 게임사들은 이런 일본 IP의 특성을 이용한 글로벌 시장 공략도 모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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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하고, 카카오게임즈가 국내 퍼블리싱을 맡은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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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는 최근 일본 사이게임즈가 개발한 모바일 게임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의 국내 퍼블리싱(서비스) 계약권을 따냈다. 해당 게임은 과거 일본 PC 게임 ‘프린세스 메이커’가 연 육성 시뮬레이션이라는 장르에 ‘경마’라는 경쟁 요소를 가미한 것이 특징이다. 현실에 실재하는 경주마를 ‘우마무스메’라는 미소녀풍의 가상 종족으로 의인화한 평행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게임의 목표는 우마무스메를 키워 경마 대회 ‘트윙클 시리즈’에서 우승을 하는 것이다. 국내 게임 이용자에게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이지만, 이런 장르가 익숙한 일본에서는 지난 2월 24일 출시 이후 줄곧 모바일 게임 다운로드 순위 및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는 인기작이다. 특히 출시 한 달도 안 돼 매출 100억엔(약 1029억원)을 달성하는 등 큰 반향이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 정식 서비스는 번역과 음성 현지화, 성우 섭외 등을 고려하면 1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일본에서 출시된 지 한 달여 만에 카카오게임즈가 서비스 계약을 따낸 것은 그만큼 흥행에 대한 기대가 크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특히 캐릭터 모으기와 육성, 또 경마라는 경쟁 요소를 도입한 점에서 게임 내 뽑기(가챠) 아이템을 통한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

넷마블은 요괴워치, 레이튼 교수 시리즈 등으로 유명한 일본 게임사 레벨5의 콘솔 게임 ‘니노쿠니’ 시리즈의 모바일 게임 버전을 개발하고 있다. 게임 제목은 국내 사정에 맞게 ‘제2의 나라: 크로스월드’로 정했다. 지난 16일부터 국내 사전예약을 받고 있다. 6월 말쯤 한국을 비롯해 일본, 대만, 홍콩, 마카오 등 아시아 5개 지역에 동시 출시될 예정이다. 이 밖의 지역에서는 2022년 상반기 서비스를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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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게임사 레벨파이브가 개발한 ‘니노쿠니’ IP를 활용, 넷마블이 모바일 게임으로 제작하고 있는 ‘제2의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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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나라는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으로 국내에도 다수의 팬층 갖고 있는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가 참여해 닌텐도DS, 소니 플레이스테이션 등으로 제작돼 이전 시리즈부터 많은 관심을 끌었다. 다만 현재 모바일용인 ‘제2의 나라’ 개발에는 지브리가 참여하고 있지 않고, 대신 지브리 음악의 상징이라고 불리는 히사이시 조가 음악감독을 맡고 있다. 넷마블은 제2의 나라 쇼케이스 당시 히사이시 조를 광고 모델로 발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넷마블은 일본 대작 IP를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한 국내 게임사 중 하나다. 지난 2017년 일본 미디어 믹스로서는 유례없는 인기를 끌었던 ‘페이트 시리즈’의 모바일 게임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국내 퍼블리싱을 맡았고, 2019년에는 일본 인기 만화·애니메이션인 ‘일곱개의 대죄’의 모바일 게임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를 개발, 한국과 일본 등에서 서비스했다. 이밖에 ‘킹오브파이터 올스타(모바일)’, ‘대항해시대 온라인(PC)’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과거에는 드래곤볼 온라인(PC), SD건담 캡슐파이터 온라인(PC), 미스터드릴러(모바일) 등을 내놨었다.

이 가운데 가장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은 개발과 서비스를 모두 넷마블이 담당한 ‘일곱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넷마블 매출 비중의 12%를 차지했다. 이는 넷마블이 서비스하고 있는 게임 가운데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만화가 완결되고, 애니메이션도 종결을 앞두고 있음에도 일본에 역수출돼 인기를 끌었고, 북미 지역에서는 매출의 상당수를 견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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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래곤볼 IP로 반다이남코가 개발·서비스 중인 드래곤볼Z 폭렬격전. 일본과 한국은 물론 글로벌용 버전을 따로 두고 있다. 넥슨은 이 반다이남코에 약 3000억원을 투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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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들이 일본 IP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콘텐츠 자체의 인지도가 높아 고정 팬층이 탄탄한 데다, 인기 IP의 경우 뚜렷한 캐릭터성을 바탕으로 다채로운 게임 장르 구현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다. 국내 미디어 IP는 웹툰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으나 글로벌 인지도는 다소 부족한 상태고, 게임 대부분은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특정 장르에 의존하고 있어 확장성이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도 웹툰 등 인기 미디어들의 IP를 활용할 수 있다지만, 일본 콘텐츠의 방대함과 다양성, 인지도를 능가하기는 아직 어려운 부분이 있다"라며 "국내 게임 장르 대부분이 MMORPG, 캐주얼 게임 등에 한정돼 있다는 점도 국내 IP의 확장성을 떨어뜨리는 부분이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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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주 NX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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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성으로 글로벌 시장 공략의 교두보로 일본 IP를 활용하는 사례도 있다. 넥슨은 지난해 일본 게임 제작사인 반다이남코와 세가사미, 코나미, 미국 완구 회사 해즈브로에 1조원을 투자했다. 반다이남코의 경우 북미에서 인기가 높은 건담, 드래곤볼, 원피스, 나루토 등의 IP를 보유하고 있고, 세가사미 역시 소닉의 IP를 갖고 있다. 코나미는 미국 EA의 피파 시리즈와 쌍벽을 이루는 축구게임 위닝일레븐(PES·Pro Evolution Soccer)을 개발한 회사다. 또 메탈기어 솔리드, 사일런트힐 등의 유명 IP도 소유 중이다. 해즈브로는 트랜스포머, 스타워즈 등의 완구를 만드는 회사다.

넥슨은 현재 이들 투자 기업을 인수하거나 경영에 참여할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나, 업계는 세계 최대 게임 시장인 북미는 물론, 유럽 등을 공략하기 위해 이를 활용할 여지가 충분하다고 본다. 특히 넥슨 창업자인 김정주 NXC 대표이사는 오랫동안 "넥슨을 ‘한국의 디즈니’로 만들겠다"고 밝혀온 만큼, 이를 위해 일본이나 미국의 IP를 확보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업계에선 이런 넥슨의 IP 관련 활동을 빗대 ‘IP 사냥꾼’이라는 표현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김정주 대표의 개인적인 관심과 회사의 전략적인 차원에서 긴 시간 넥슨은 일본의 우수한 IP를 대거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며 "향후 일본 게임이나 애니메이션을 모바일 게임화해 글로벌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등 협업이 예상된다"고 했다.

박진우 기자(nicholas@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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