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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르포] "철로 위에서 덜컹 소리가 안나네"…국내 기술로 처음 만든 수소트램,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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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수소트램 컨셉카 기동시연 공개
현대 넥소용 수소연료전지모듈 2기 탑재
시연 보러온 장관·도지사 앞에선 못 움직였지만
취재진 대상 재도전해 성공···아직 쉽지 않은 길

"스스스스스."

19일 오후 취재진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남 창원의 현대로템 공장 내 설치된 시험용 선로위로 수소트램이 미끄러지듯 움직이였다. 200m 정도의 거리를 시속 20km 속도로 움직였지만 선로 위를 움직이는 차량이 내는 특유의 굉음은 들리지 않았다. 출발 할 때는 물론 최고 속도에 다다랐을 때, 그리고 제동 후 완전히 정지할 때도 조용했다. 시판중인 승용 전기차·수소차 만큼은 아니지만, 현재 운행중인 다른 철도에 비해서는 매우 조용했다.

이날 현대로템(064350)이 공개한 수소트램 컨셉카는 지난 2019년부터 개발이 시작됐다. 현대차(005380)가 갖고 있는 수소차 기술력과 현대로템의 철도 분야 경쟁력을 더해 미래 철도 시장을 선점하자는 야심에서 출발한 사업이다.

이날 기동 시연 행사는 그동안 연구개발을 일반에 공개하는 자리였다. 현대로템은 지금까지 수소트램의 개념도 등을 제시한 적은 있지만, 실제 움직이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행사에는 외신기자들도 참석해 전세계적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비즈

현대로템이 19일 창원공장에서 취재진에 공개한 수소트램 컨셉카가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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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탱크는 지붕에···노약자 쉽게 탈 낮은 차바닥 구현

이번 컨셉카는 총 길이 21m, 폭 2.65m, 높이 3.537m 크기로 서울시내 등에서 운행하는 시내버스 두대를 연결해 놓은 정도의 크기다. 흔히 노면전차라고 하면 떠올리는 전력공급을 위한 전선이 없어 매우 깔끔한 겉모습이다.

넥소용 수소연료전지 모듈 2기를 탑재해 수소버스나 트럭과 유사한 수준의 출력을 낼 수 있다. 수소탱크는 700bar 고압의 ‘타입4’를 8개를 지붕에 얹었다. 이때문에 차량 바닥을 성인 무릎 정도 높이인 35cm로 낮출 수 있었다. 향후 도심에서 노약자등이 쉽게 타고 내릴 수 있는 장점이다.

컨셉카는 크게 3량으로 구성돼 있는데 차량을 추진시스템을 탑재한 부분, 수소연료전지 및 수소탱크를 탑재한 부분을 각각 열차 양끝에 배치했다. 가운데 차량에는 자동문과 실내장식을 해서 실제 승객들이 탑승하는 공간을 구현했다. 취재진이 탑승해본 가운데 차에는 좌우로 3인용 좌석이 마주보고 배치돼 총 12석이 마련돼 있었다. 가운데는 서 있는 동안 승객들이 의지할 수 있는 지지대도 마련돼 있었다.

현대로템 레일솔루션은 일단 1회 충전에 40kg의 수소를 채워, 150km 이상을 주행한다는 목표를 갖고 개발을 진행중이다. 2023년까지 실증사업을 한 뒤 상용화에 착수한다는 구상이다. 수소트램은 전기배터리트램에 비해 긴 노선이나 운행회수가 많은 환경에 투입할 수 있다는 점을 장점을 갖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아직까지 생산·운반비가 비싼 수소비용은 여전히 과제로 남아있다. 수소유통사업을 하고 있는 한 정유사 관계자는 "현재 수소 1kg을 약 8800원에 판매하고 있는데, 이중 절반 가까운 부분이 유통비용"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경제성 확보를 위해서는 수소 가격을 kg당 4000원대까지 낮춰야한다고 보고 있지만, 석유화학 공장 등에서 생산된 부생수소의 순도를 높이고 이를 수요처까지 운반하는 비용을 낮추는데 한계가 있어 현재의 가격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선비즈

현대로템이 19일 창원공장에서 취재진에 공개한 수소트램 컨셉카의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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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전은 9km 떨어진 성주수소충전소에서

난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날 행사는 ‘기동 시연’이라는 이름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시도에서 차량이 움직이지 않아 관계자들이 진땀을 뺐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경수 경남도지사 등이 트램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기 위해 참석했지만, 결국 트램 내부만 보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현대로템은 이날 행사를 위해 지난 2월 25일 21톤짜리 컨셉카를 현대로템 창원공장에서 9km 떨어진 창원성주수소충전소까지 싣고가서 충전해오는 수고를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19일 본 행사에서 기술적 문제로 차량이 움직이지 않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현대로템은 원인을 파악해 취재진을 대상으로 기동시연을 다시 시도해 성공했다.

지난 10월 산업부에 규제 특례를 승인 받은 뒤, 올해 1월까지 개조작업을 하고 이달 4월 6일에야 정지상태 수소기동시험을 마치는 등 촉박한 일정때문이라고 볼 수 있지만, 수소경제로의 이행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기술적 난제들을 풀어야 가능한 길인지 보여주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로템은 산업부 과제를 통한 핵심요소 기술 개발 및 실증 사업도 올해 5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진행하는 등 연구개발을 계속 추진할 계획이다. 차량용 연료전지를 철도용으로 다시 만들고 승객용 공간도 넓혀 5개의 공간으로 이뤄진 해외 수출형 트램을 만든다는 구상이다. 2030년에는 수소 고속열차·기관차도 완성해 디젤열차 대체 글로벌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세종=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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