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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원자바오 글까지 막다니… 中 인터넷 검열 ‘뭇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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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절 맞아 ‘마카오리포트’에

4회 걸쳐 ‘나의 어머니’ 글 게재

공정·정의 발언 규범 위배 탓 금지

네티즌들, 일부 삭제 뒤 소개 비판

세계일보

중국이 인터넷을 통한 체제 반대 주장 등을 검열·통제하는 가운데 공산당 고위직 출신인 원자바오(사진) 전 총리의 글마저 공유가 금지되자 인터넷 검열에 대한 조롱 섞인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대만 자유시보 등에 따르면 원 전 총리는 칭밍제(청명절)를 맞아 지난달 25일부터 4회에 걸쳐 ‘마카오리포트’에 지난해 말 사망한 어머니를 그리는 ‘나의 어머니’란 글을 게재했다. 원 전 총리는 2003년부터 2013년까지 두 차례 국무원 총리를 지냈다.

원 전 총리는 기고에서 “내가 중앙정부로 전출됐지만 어머니는 내 이름을 걸고 일을 해본 적이 없고, 평생 교육사업을 하며 박봉으로 사셨다. 이렇다 할 저축도 하지 못해 재산도 없으셨다”고 어머니의 삶을 그렸다. 그는 평생 두 통의 편지를 간직하고 살았는데 2003년 처음 총리를 맡았을 때와 2007년 총리를 연임했을 때 어머니가 보낸 친서라고 소개했다.

첫 편지에서 어머니는 원 전 총리에게 “네가 높은 지위에 올랐지만,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아 완벽하기는 힘들다. 소통하고 인화해야 하며 절대 외나무는 숲을 이루기 어렵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두 번째 편지에서도 어머니는 “많은 일을 혼자서 감당하기 힘드니 모두 한 배를 탄 것처럼 난관을 잘 헤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출세한 아들이 짊어진 부담에 대한 걱정, 그리고 사랑이 담긴 편지다. 원 전 총리는 기고 마지막 부분에 “내가 생각하는 중국은 공정하고, 정의로운 국가여야 하고, 항상 인간의 마음과 인류에 대한 존중이 있는 나라여야 한다”며 “인간에 대한 존중과 영원한 청춘과 자유, 투쟁의 기질이 있는데, 난 이를 위해 열심히 싸웠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공정’, ‘정의’ 등 발언을 놓고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등에서 ‘운영 규범에 위배된다’며 공유를 금지한 것이다.

일부 중국 매체도 이 부분을 삭제하고 원 전 총리 발언을 소개했다. 이에 대해 중국 누리꾼들은 “공산당 고위직의 발언이 이렇게 취급받는 건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라고 중국의 인터넷 검열을 꼬집었다. 위챗을 운영하는 텐센트 마화텅 회장도 비판을 받았다. 중국의 유명한 반체제 여성 언론인 가오위는 “원 전 총리의 공산당에 대한 의식과 이해가 마화텅 회장보다 높을 텐데 어머니를 그리는 글을 막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이귀전 특파원 frei5922@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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