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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김시우의 벌타, 강성훈 발차기로 민망한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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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경기위원이 벌타 상황을 설명하는 영상은 수많은 이들이 봤다.



[헤럴드경제 스포츠팀= 남화영 기자] 프로 골프 선수가 홀컵에서 10초 이상 기다리면 안 된다는 기본 룰을 몰랐을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RBC헤리티지(총상금 710만 달러) 3라운드에서 김시우(26)의 버디 퍼트가 홀 안으로 들어갔지만 벌타를 받아 파로 적혔다. 김시우는 18일(한국시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힐튼헤드의 하버타운 골프링크스(파71)에서 열린 대회 3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쳤고 대회는 33위(7언더파)로 마쳤다.

김시우는 파4 3번 홀에서 9미터 거리의 버디 퍼트를 시도했다. 공은 홀 바로 옆에서 멈췄다.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홀인되는 위치였다. 김시우와 캐디, 동반 선수 매트 쿠차(미국)도 신기하게 상황을 지켜봤다.

공이 멈춘 지 55초 있다가 떨어졌다. 끝까지 기다리던 김시우는 좋아했으나 파로 기록됐다. 골프 규칙 13.3a에 ‘선수의 공이 일부라도 홀 가장자리에 걸쳐 있는 경우, 홀 안으로 떨어지는지 지켜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은 10초가 추가로 허용된다’고 적혀 있다. 프로라면 누구나 아는 기본적인 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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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우가 마스터스에서 퍼터를 땅에 내리친 행동은 다이제스트 등이 크게 소개했다.



해외 언론에 비판적 소개
골프룰에 따라도 45초를 초과한 것이다. 그 다음 홀에서 경기위원인 스테판 콕스가 다가가 벌타를 지적하자 처음에는 “말도 안돼”하던 김시우는 콕스의 10초 이상 지났다는 설명을 한참 듣더니 바뀔 여지가 없다고 판단했는지 알았다고 했다. 쿠차가 동반자인 김시우를 배려해 ‘공이 움직이는 것 같았다’는 뉘앙스로 말했으나 콕스는 단호했다.

PGA투어에서 3승이나 거둔 그의 처신이 안타깝다. 골프룰을 몰랐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고 우겼다면 경우가 없다. 김시우는 항상 모자를 눌러쓰고 경기하며 진중한 자세로 잘 웃지 않는 선수다. 하지만 억울한 일을 당하는 아시안처럼 행동하는 모습은 보기 민망하다.

최근에 끝난 마스터스에서 김시우는 15번 홀에서 퍼트 차례를 기다리다가 홧김에 퍼터를 땅에 내리쳐서 망가뜨리고 캐디를 손짓으로 불러 3번 우드로 홀아웃한 뒤 볼을 물에 던져버렸다. 외국에서는 과격한 그의 행동이 크게 보도됐다.

라운드를 마치고 가진 인터뷰에서 김시우는 “우승에 도전하겠다”면서 “퍼터 얘기는 더 이상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하지만 골프다이제스트는 ‘마스터스 85년 역사상 가장 와일드한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마스터스 마지막날에 빌리 호셜(미국)도 화를 분출시키는 해프닝이 있었다. 웨지 샷이 실패하자 그걸 자신의 백에 세 번 쾅쾅 두드린 것이다. 하지만 그는 그날 저녁에 ‘마스터스에 사과하며 내 행동이 선을 넘었고, 그걸 지켜보는 어린 세대들에게 모범이 되지 못했다’는 내용의 정중한 사과문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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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닷컴이 지난주 기사로 다룬 강성훈이 퍼터를 발로 차는 장면. [사진=골프닷컴]



강성훈의 퍼터 발차기
강성훈(34)의 발차기도 외국에서 많이 언급됐다. 이 대회 2라운드 18번 홀(파4 453야드)에서 파 퍼트를 놓치자 퍼터를 던지더니 그걸 발로 차서 러프 지역으로 날렸다. 하지만 강성훈은 이내 보기 퍼트를 하기 위해 그린 옆 러프로 퍼터를 찾으러 들어가야 했다.

골프매체 골프닷컴은 ‘강성훈의 파 퍼트 거리는 6피트였고, 공은 홀에서 3피트 지나 9피트를 굴렀는데 그가 드롭킥으로 찬 퍼터는 15피트 이상 날아갔다’는 기사를 써서 그의 행동을 비꼬았다.

당시 상황을 중계하던 골프채널의 닉 팔도 해설위원은 “오, 저건 드롭킥이네요.” 하고 말했다. 해설자 테리 가논이 “아프겠다”고 하자 “샤프트를 정확하게 쳤다”고 팔도는 싱거운 해설을 이어가더니 “저걸로 점수는 얻지 못하겠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골프닷컴의 기사에는 강성훈이 퍼터를 발로 차는 영상과 그에 이은 골프팬들의 여러 가지 조롱의 댓글이 이어졌다.

강성훈은 보기 퍼트를 하고 3언더파 68타 스코어를 적어냈다. 이 대회에서는 컷을 통과했으나 65위(5오버파)로 마쳤다. 강성훈이 2년 전 조엘 다먼과 공 드롭존에서 한참 다퉜던 기사 이후에 그에 대한 기사는 첫 우승을 한 기사, 그리고 이번 기사 정도다. 해외 언론에 비춰지는 그의 모습은 멋진 선수는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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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야마 캐디의 단순한 행동이 큰 박수갈채를 받았다.



선수 행동이 나라의 인상
한국의 젊은 선수들이 좋은 성적으로 해외 언론에 소개되지만 가끔씩 이해하기 어려운 기행과 무지에서 나온 행동으로 외국 미디어에 소개되거나 비춰질 때가 있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의 모 PGA투어 선수의 행동은 지금 생각해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다른 홀 그린에서 웨지샷으로 어프로치를 하고 그린을 훼손한 채 디보트 자국 덮듯이 지면을 발로 두드리고 지나가자 해설자들이 ‘중계하면서 평생 처음 보는 행동’이라고 비판했었다.

한국 골프 선수들은 머리에 글로벌 그룹의 모자를 쓰고, 가슴에 기업 브랜드를 달고 경기한다. 코스 안에서 하는 그들의 일거수 일투족은 고스란히 방송되고,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따라서 사소한 비매너 행동일지라도 한국 기업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고, 한국인에 대해 거만하고 무례하다는 인상을 씌울 수 있다.

선수들이 골프 대회에서 우승한다고 국위가 선양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이 큰 상금을 받고 홍보효과를 얻은 후원기업으로부터 엄청난 보너스를 받을 뿐이다. 하지만 그들이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는 한국의 이미지를 나쁘게 만든다.

후원기업이나 매니저들은 선수들의 잘못된 매너와 무례한 행동이 나오면 단호하게 지적해야 한다. 아무리 선수들이 갑일지라도 말이다. 그들이 달고 있는 로고는 그들이 남다른 존재이자 위대한 인물이라서 주는 훈장이 아니다.

선수가 우승하면 기업은 홍보 효과가 얼마라는 보도자료를 돌린다. 하지만 선수들이 성적과는 상관없이 옳지 못한 행동으로 문제시되고 해외 미디어가 다루면 빨리 잊혀지기를 기다리거나 아예 무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어디 가린다고 가려지던가. 성과 지상주의에 매몰된 기업의 태도가 문제일 수도 있다.

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일본 선수 마쓰야마 히데키의 캐디는 경기를 마치고 핀을 꼽은 뒤 코스에 인사한 단순한 행동으로 엄청난 칭찬 세례를 받았다. 국적을 떠나서 누가 보더라도 박수갈채를 받을 행동이었다.

외국 무대에서 선수의 사소한 행동과 태도와 매너가 그 나라의 인상과 이미지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고국 팬들은 좋은 성적을 응원하는 동시에 좋은 매너와 태도로 세계의 훌륭한 일원임을 보여주는 모습을 더 응원한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sport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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