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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모더나, 한국 백신 위탁생산설 나오지만…전문가들 “단기간 기술 습득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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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귀해지지만 국내 생산 기술 없는 mRNA 백신
8월 국내 생산 가능성에 백신 수급 상황 개선 기대
"국내 기업 기술이전 받아도 숙련도 문제 남아"

오는 8월 모더나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안정한 백신 수급 상황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관련 기술과 경험이 전무한 국내 기업이 단기간에 기술을 습득하는 게 어려울 수 있다는 회의적인 반응을 내놓고 있다.

20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모더나와 화이자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 백신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국내 기업은 아직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아스트라제네카(AZ), 얀센의 바이러스 벡터 백신, 노바백스의 단백질 재조합 백신과 달리 mRNA 백신은 모더나와 화이자가 코로나19 상황에서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상용화한 신기술이기 때문이다.

mRNA 백신은 주성분인 mRNA와 이것을 감싸서 보호하는 캡슐 ‘지질나노입자(LNP)’로 구성된다. mRNA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일부분인 항원을 만들 수 있는 유전 정보를 담고 있어, 우리 몸은 이것을 설계도 삼아 항원을 만들어낸다. 항원이 만들어지면 면역시스템이 자극받아 이에 맞서는 항체를 만들어낸다. 이 항체가 몸에 침입하는 실제 코로나19 바이러스에도 맞서는 원리다. 항원 설계도를 몸속에 주입하는 이 기술은 항원을 직접 합성해 주입하는 기존 기술들보다 효능과 안전성이 높고 변이 바이러스 대응에도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mRNA 백신 제조 기술은 크게 mRNA 제조 기술, LNP 제조 기술, 이 두 성분을 결합하는 기술 등 3가지로 나뉜다. 셋 다 고난도 기술로 분류돼 전 세계적으로 소수 업체만 기술을 갖고 있다. 모더나와 화이자는 각각 미국 트라이링크, 독일 바이오엔텍으로부터 mRNA 제조와 관련된 기술을 이전받았고, LNP는 양사 모두 아뷰투스라는 업체로부터 로열티를 내고 사서 쓰고 있는 걸로 전해진다. mRNA와 LNP를 결합하는 데도 양사의 독자 기술이 들어간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mRNA 항암제를 만들던 개발진 일부가 2010년 창업한 모더나는 mRNA 관련 기술을 갖고 시작했음에도 백신 개발까지 10년이 걸렸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기업이 mRNA 백신을 수천만회분 규모로 양산하기는 어렵다. 위탁생산하려면 국내 기업이 모더나로부터 기술을 이전받아야 하는데, 모더나는 다른 기업에 기술 이전하는 일에 소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GSK, 아뷰투스 등이 갖고 있는 특허 문제도 한 가지 이유로 꼽힌다. 최근 이탈리아도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직접 스테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기술이전을 위한 회담을 가졌지만 결렬됐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이날 전했다.

에스티팜, 아이진 등 바이오 기업이 자체 개발에 나섰지만, 실제 기술 확보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전날 외신 가디언에 따르면 한국과 상황이 비슷한 호주도 최근 총 2000만명분을 주문한 화이자 백신의 연내 수급이 불투명해지면서 CSL 등 자국 기업들이 mRNA 백신 기술을 확보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그레그 헌트 보건부 장관은 실제 생산이 이뤄지려면 1년 가까이 걸릴 것이라고 밝혔다.

mRNA 백신 확보의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최근 AZ와 얀센 백신의 혈전 이상반응 우려로 접종 대상자들의 접종 동의율이 떨어졌고,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할 노바백스 백신은 아직 미국과 유럽도 허가하지 않아 당장 남은 옵션은 mRNA 백신뿐이다. 최근 이 백신을 3회차까지 접종할 가능성이 미국에서 나와 수요는 더 몰리고 있다. 미국은 안전성 우려가 있는 백신을 배제하고 mRNA 백신 접종에 집중하기 위해 총 3억명분(6억회분) 확보에 나섰다. 일본도 지난 17일 스가 총리가 직접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와 통화해 약 1억명분을 확보했다. 한국은 2분기부터 화이자 1300만명분, 모더나 2000만명분을 순차적으로 들여온다고 했지만 아직 구체적인 도입 일정이 잡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모더나가 기술이전을 전제로 국내 기업과 백신 위탁생산 계약을 맺는다면 ‘가뭄 속 단비’가 될 수 있다. 이날 NH투자증권에 따르면 모더나는 지난 15일 한국에 자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모더나는 미국, 스위스, 프랑스, 스페인 등 자회사가 있는 국가의 기업과만 위탁생산 계약을 맺어왔기 때문에, 자회사를 설립할 경우 위탁생산 계약으로도 이어질 거란 얘기다.

같은 날인 지난 15일 백영하 범정부 백신도입 태스크포스(TF) 백신도입총괄팀장도 "현재 국내 제약사 중 한 곳이 해외 승인을 받은 백신을 국내에서 생산하는 것에 대해 계약을 진행 중이며 계약이 마무리되면 오는 8월부터 대량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고 러시아 백신은 아니라고 밝혀 개연성을 더했다.

위탁생산할 국내 기업 후보도 벌써 거론되고 있다. 다른 백신으로 캐파(생산능력)가 꽉찬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계약 사실이 없다고 발힌 에스티팜을 제외하고 GC녹십자나 한미약품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두 기업은 말을 아끼고 있다.

반면 실현 가능성에 회의적인 반응도 나온다. 이미 잘 알려진 합성항원 백신인 노바백스 백신을 SK바이오사이언스가 기술을 이전받는 것과 달리, mRNA 백신 관련 경험과 노하우가 없는 국내 기업이 최근 기술 이전을 받았거나 가까운 시일에 받는다고 해도 오는 8월부터 고품질 백신을 대량생산할 정도로 단기간에 숙달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류충민 한국생명공학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장은 "기술이란 건 종이에 적힌 매뉴얼을 똑같이 한다고 (숙달)되는 게 아니다"라며 "국내 기업들이 기술을 이전받더라도 숙련도 문제를 해결하고 고퀄리티로 (백신을) 만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mRNA 백신을 연구하는 업계 관계자도 "mRNA 백신을 만들려면 기존 백신 생산 장비를 바꿔 공정을 새로 세팅해야 하고 공장의 ‘의약품 제조 및 품질관리 기준(GMP)’ 인증도 받아야 하는데 여기에만 통상 1년 정도가 걸리는 걸로 안다"며 "이 기간을 줄이는 게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윤수 기자(kysm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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