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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93세 아버지 때려 숨지게 한 여성… 1심 무죄, 2심 5년형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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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소심 재판부 “아버지가 성폭력 시도” 딸 주장 배척

조선일보

대전 법원종합청사 전경 /연합뉴스


90대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성폭력 시도에 대한 정당방위’라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던 50대 여성이 항소심에서는 징역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대전고법 형사3부(재판장 정재오)는 20일 A(52)씨의 존속상해치사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5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패륜적인 범행을 저질러 놓고 아버지를 성추행범으로 몰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2019년 5월 초 집에서 함께 술을 나눠 마시던 아버지(당시 93세)와 말다툼하던 끝에 둔기 등으로 아버지를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사기관에서는 대체로 혐의를 부인하지 않았던 그는 기소 후 1심 법정에서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말하지 않으려 했으나, 사실 당시 아버지가 성폭력을 하려 해 저항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정당방위”라고 주장했다.

1심 재판부는 사건의 경위, 피해자와의 관계, 피고인이 진술을 바꾼 이유, 피고인에게도 멍 자국이 있는 점 등 사정을 고려해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의심이 가는 부분이 있긴 하다”면서도 “피해자가 피고인을 성폭행 또는 성추행하려 했다는 피고인의 법정 진술이 진실일 가능성도 함부로 배제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후 검찰의 항소로 사건을 다시 살핀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과는 다른 판단을 내렸다. 항소심 재판부는 현장에 피고인과 피해자밖에 없어서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 여부가 중요한데, 이미 사망한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처벌을 감수하려 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봤다.

재판부는 “범행 후 기소 전까지 약 8개월 동안에는 정당방위 주장을 안 하다가 왜 갑자기 진술을 번복하기로 했는지 의문”이라며 “가족들이 자신을 냉대하는 것 같아 진실을 밝히기로 했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아버지가 상의를 벗고 있었다’는 피고인 기억과는 달리 아버지 상의에 상처 부위 혈흔이 발견된 점, ‘벗겨진 상태였다’는 피고인 치마에 적지 않은 핏자국이 묻어있던 점 등도 피고인 진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근거로 제시했다.

[우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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