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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16 (화)

불쑥 나온 정의용 '백신 스와프'…중수본 "알려드릴 성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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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백신스와프 진지하게 협의중"

기후변화특사인 존 케리와 협의, 왜?

대중 압박 동참 없는 백신협력 가능할까

중앙일보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회 긴급현안보고에 출석한 정의용 외교부 장관. 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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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20일 미국과 ‘백신 스와프’를 진지하게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여유분 중 일부를 확보하려는 정부 노력을 설명하는 중에 나온 발언인데, 현실화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정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관련 질문에 “한ㆍ미 간 백신 협력은 다양한 관계에서 중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이처럼 답했다. 또 “상당히 진지하게 협의 중이고, 존 케리 특사가 왔을 때 이 문제를 집중 협의했다.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방한 시에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소개할 내용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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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정례브리핑에서 한미 백신 스와프와 관련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소개해드릴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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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현재 외교부는 관계부처들과의 긴밀한 협의 하에 미국 측과의 백신 협력을 위해서 다방면의 노력을 경주 중”이라며 “다만 현재 단계에서 그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소개해 드릴 수 없는 점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기자들과 만나 “현재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어느 단계만큼 진전돼 있다고 소개할 만한 내용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도 이날 중대본 정례 백브리핑에서 “국민께 알려드릴 성과가 나오지는 않았다”며 “정부가 최선을 다해 제조사들과 다양한 (백신 수급) 수단을 강구하고 있으며, 확정된 내용을 선행해서 말하면 혼선이 있기 때문에 (협상에) 진전이 있으면 그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정 장관은 진지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했지만, 정부의 공식 입장은 신중한 셈이다. 실제 스와프는 기본적으로 상호 간에 백신 비축고가 어느 정도 마련돼 있어야 가능한 선택지다. 국내적으로도 백신 수급이 힘든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 스와프가 가능할지 궁금증이 남는 이유다. 또 정 장관은 지난 17~18일 방한한 존 케리 특사와 집중적 협의를 했다고 소개했는데, 대통령 특사이긴 하지만 그는 기후변화 문제 전담 특사로 백신 문제에는 관여하지 않는다.



정의용 “美, 쿼드와 백신 연계 안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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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추구하는 동북아 전략의 핵심 축이자, 중국 견제용으로 평가받는 안보협의체다. 다만 한국은 아직 쿼드 참여와 관련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상태다. 사진은 지난 3월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화면 왼쪽부터) 일본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가 사상 첫 쿼드 정상회의에 참석한 모습.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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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한국이 쿼드(미국ㆍ일본ㆍ인도ㆍ호주) 안보 협의체 등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 압박 전략 기조에 호응해야 스와프 등 백신 협력에서도 협상력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지적에 정 장관은 “백신 협력에서 미ㆍ중 갈등이나 쿼드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 미국은 정치·외교적 사안과 (백신 협력을) 디커플링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고 말했다. 디커플링은 외교적으로 탈동조화, 즉 국가 간 협력관계에서의 단절이나 이탈을 시사할 때 쓰는 표현인데, 정 장관은 분리해 접근한다는 투트랙 기조란 뜻으로 디커플링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또 “꼭 필요할 때 도와주는 친구가 진정한 친구라는 표현이 있듯이 그런 차원에서 이야기해야 한다고 본다. 지난해 코로나19 초기 사태 때 국내 수요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미국의 요청으로 우리가 진단 키트와 마스크를 상당량 공수해줬다”며 “‘우리가 당신들이 어려울 때 협조를 한 사실이 있다’고, 그런 사실도 미국에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중 전략과 연계해서 그렇게까지 할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ㆍ미 간에 세계 공급망 문제 등 협력할 문제가 굉장히 많다. 미국도 한국과의 협력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합리적 요청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검토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면서다.





하지만 바이든 행정부는 공급망 문제를 대중 압박 전략의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 중국이 교란하는 지금의 글로벌 공급망 질서를 미국이 동맹ㆍ우방국과 협력해 재편하겠다는 게 바이든 행정부의 기조다. 이에 공급망 문제에서 미국과의 협력을 언급하면서도 대중 전략과 연계할 일은 아니라는 정 장관의 설명을 두고 정부의 백신 관련 대미 설득 전략의 방향이 혼란스럽다는 지적도 외교가에선 나온다.



2월엔 "美, 남는 백신 개도국 기부 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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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6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 스가 총리는 정상회담을 통해 미일 동맹을 한 층 강화한 한편 미국으로부터 백신 협력을 약속받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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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외교부는 지난 2월만 하더라도 백신 스와프에 대해 부정적 견해를 표했다. 외통위 소속 박진 국민의힘 의원실이 당시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외교부는 “많은 백신 확보국들은 백신을 안보적으로 중요한 전략물자로 관리하며 해외 유출에 민감한 입장”이라며 “외교채널을 통해 미국을 접촉해본바, 잉여 물량이 있더라도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개도국에 무상 기부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고 했다. 또 백신 스와프의 선결 조건으로 ▶백신 간 교환비율 설정 ▶제약사와 배상 및 책임 관련 합의 ▶규제 당국의 사용 허가 획득 등을 거론하며 “현재로써 백신 스와프를 제기한 국가는 없다”고 밝혔다. 외교부가 제시한 3개 조건과 관련, 이후 상황 진전이 있었다는 징후는 포착되지 않았다.

결국 백신 확보 노력의 일환으로 검토되고는 있지만, 성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정 장관도 “미국도 올해 여름까지는 집단면역을 꼭 성공해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서, 이를 위해서는 자기들도 백신이 충분한 분량이 아니라는 설명을 했다. 그 이후에는 물론 우선적으로 검토가 가능하지만 현 단계에서 그렇게 쉬운 것은 아니라는 일차적인 입장 표명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이날 외통위에서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미ㆍ일 정상회담 뒤 화이자 백신을 추가 확보한 만큼 5월 말로 예정된 문재인 대통령의 방미에서도 백신 관련 성과를 도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미국과 일본 정부 간 합의인지 아니면 일본 정부와 백신 생산업체 간 협의를 통해 확보한 것인지 등 모든 게 불투명하다. 이런 내용도 파악하고, 우리도 이와 못지않은 노력을 하고, 그런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지혜ㆍ정진우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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