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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8 (목)

“英 의원들, 프랑스 와서 거위 상태 봐달라”…佛 축산업자들의 항의,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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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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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의원, 정부관료들이여. 프랑스에 와서 거위나 오리 상태를 살펴봐달라.”

프랑스 축산업들이 영국 정부에 이처럼 요구하며 항의하고 나섰다. 영국 정부가 프랑스 대표 요리인 ‘푸아그라(foie gras)’ 수입을 금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영국 환경식품농무부는 푸아그라 수입 금지를 추진하고 있다. 영국 하원에서 ‘동물학대’를 이유로 푸아그라 수입을 멈춰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빠르면 올해 내 수입이 금지될 전망이라고 더타임스는 전했다.

푸아그라는 지방, 기름진(gras)과 간(foie)이 합쳐진 프랑스어 뜻 그대로 ‘살찐’ 오리, 거위의 ‘간’ 요리다. 문제는 간을 크게 하기 위해 거위 목구멍에 호스를 꽂아 억지로 음식을 밀어 넣어 생산하는 방식으로 동물학대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영국 정부는 2006년 동물복지법을 개정해 자국 내 푸아그라 생산을 금지했다.

그럼에도 영국인들도 연간 200t 이상의 푸아그라를 먹었다. 영국이 유럽연합(EU)을 떠나는 브렉시트 시행 전에는 EU ‘단일시장’ 하에 자유롭게 푸아그라가 수입되어서다. 하지만 올해 초 브렉시트가 시행되면서 수입금지 여론이 본격화되고 있다. 잭 골드스미스 동물복지부 장관은 BBC에 “푸아그라를 만드는 과정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야만적”이라며 반대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영국 정부의 움직임에 프랑스 축산업자들은 거세게 항의하고 있다. 프랑스 푸아그라 생산자협회(CIFAG)는 최근 성명을 통해 “EU식품규정 등 국제기준에 따라 만들어지고 있다. 영국 하원의원, 정부 관료들을 초대하겠다”고 밝혔다. 거위나 오리의 목구멍은 사람과 달라 탄력이 있는데다, 음식을 비축하는 주머니가 체내에 따로 있어 영국 정부의 주장처럼 고통스럽지 않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프랑스는 세계 최대의 푸아그라 생산국이자 수출국이다. 지난해에도 1만5000t을 생산했다. 푸아그라에 대한 반감이 커지면서 프랑스 푸아그라 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국 뉴욕시의회도 2022년부터 관내 모든 레스토랑, 식품점에서 푸아그라 판매를 금지하기로 했다. 독일 역시 푸아그라 수입 금지를 두고 프랑스 정부와 설전을 벌였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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