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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9 (금)

"권력자 아닌 국민" 이순신 의리 강조한 조남관 검찰총장 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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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검찰의 의리는 정의에 있고 그 정의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4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전격 사퇴로 직무대행을 맡은 뒤 첫 외부 일정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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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대검 차장검사)이 지난 19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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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행은 20일 오전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방문,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을 받는 사법연수원 34·35기 검사 30여명을 만났다. 그는 영화 ‘명량’의 ‘전장에 있어 장수의 의리는 충성에 있고 그 충성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최민식 분)의 대사에 빗댔다. 그러면서 “검찰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의와 공정에 있다”고 덧붙였다.

조 대행이 언급한 대사는 이순신과 그의 장남 이회(권율 분)의 밥상머리 대화 장면에서 나온다. 이순신이 1597년 선조에게 파직된 뒤 옥살이를 마치고 삼도수군통제사로 복직했을 당시로, 수군을 폐지해 육군에 합류시키자는 ‘수군폐지론’이 한양으로부터 전해졌던 시기다. 이 장면은 이순신이 그 유명한 “신에게는 아직 열두 척의 배가 남아 있습니다”라는 내용의 상소를 선조에게 올릴 무렵의 일화로 묘사된다. 영화 속 대사를 요약해 옮기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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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명량'(2014) 스틸컷. 왼쪽이 극중 이순신(최민식 분) 장군, 오른쪽이 이순신의 장남 이회(권율 분)다. [사진 CJ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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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아버님, 차라리 잘되지 않았습니까. 이참에 모든 걸 놓아버리시고 고향으로 돌아가시지요.”

▶이순신=“네가 상감에 대한 원한이 깊구나.”

▶이회=“목숨까지 거두려고 했던 임금입니다. 설령 저 미력한 군사들로 전장에서 승리한다 한들 임금은 아버님을 버릴 것입니다. 아버님은 왜 싸우시는 겁니까.”

▶이순신=“의리다.”

▶이회=“저토록 몰염치한 임금한테 말입니까?”

▶이순신=“무릇 장수 된 자의 의리는 충을 쫓아야 하고 충은 백성을 향해야 한다.”

▶이회=“임금이 아니고 말입니까?”

▶이순신=“백성이 있어야 나라가 있고 나라가 있어야 임금이 있는 법이지.”

유력한 차기 검찰총장 후보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조 대행의 이날 메시지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이어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설치 및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등 이른바 여권발(發) ‘검찰폐지론’으로 조직 자체가 움츠러든 분위기에서 나왔다. 동시에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긴급 출국금지 및 수사 외압 의혹과 김 전 차관 별장 성(性) 접대 사건 재조사 관련 청와대의 기획 사정(司正) 의혹 등 이른바 ‘살아있는 권력’을 겨냥한 검찰의 수사가 한창인 시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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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범계 법무부 장관(오른쪽),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투기의혹 수사협력 관련회의에 참석해 인사를 하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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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행은 또 “국민들 눈에 비친 검찰의 자화상은 ‘힘이 세고 무섭다. 강자에 약하다. 오만하고 폐쇄적이다’는 것이므로, 항상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면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신임 부장들이 솔선수범해 후배들을 따뜻하게 지도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앞서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지난 14일 법무연수원을 찾아 같은 이들과 대화하면서 “변화된 형사사법의 안착과 조직문화 개선에 노력해달라”고 주문했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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