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8 (목)

"쥐꼬리 월급으론 내집마련 못해" 원룸 보증금까지 빼 코인에 올인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암호화폐 투자 천태만상]

"소액으로도 수억원 대박 가능"

계층 상승 유일한 희망 부상

고교생부터 주부까지 투자 나서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30대 여성 A 씨는 최근 주식에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투자로 전향한 전업 투자자다. 투자 종목을 바꾼 뒤 일주일 만에 1,000만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리면서 주변 지인들에게 코인 투자를 권유하는 게 일상이 됐다. 거래 시간이 24시간인 코인의 특성 때문에 밤에 자다가도 시세창을 들여다보는 ‘코인 폐인’이 됐다. 하지만 A 씨는 코인 투자가 자신의 신분을 바꿀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라고 여긴다. A 씨는 “주변에는 소액을 투자해 수억 원을 번 성공 사례가 많다”며 “급격한 변동성 때문에 한 번 코인 투자에 맛을 들이면 다시 주식으로 되돌아가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6년 차 직장인인 B(32) 씨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모든 돈의 대부분인 1억 원을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몰빵 투자’를 단행했다. 초반에는 수익률이 짭짤했지만 지금은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B 씨는 “코인 투자는 돈 놓고 돈을 먹는 도박의 원리와 비슷하다”며 “누가 먼저 타이밍을 잡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에 현재 손해를 조금 보고 있지만 계속해서 투자를 이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학원생 D(28)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카카오의 자회사인 ‘그라운드X’가 만든 암호화폐 ‘클레이튼’에 투자 중이다. 지난해 여름만 해도 700원이던 코인이 올해 초 1,800원까지 오르자 그동안 모아둔 돈 1,200만 원을 넣어놓았다. 클레이튼 시세가 최근 하락세이기는 하지만 여전히 2,800원대에서 머무르고 있어 당분간 투자금을 빼지 않을 생각이다.

고교생부터 가정주부, 취업 준비생, 회사원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코인 투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이들은 24시간 오르고 내리는 암호화폐의 시세창을 바라보며 적게는 수십만 원에서 수억 원의 투자금을 넣었다가 빼며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고 있다. 올해 초 대학을 졸업한 취업 준비생 C(28) 씨는 서울 대학 주변에서 생활하던 원룸 보증금 500만 원을 빼 코인에 투자하고 있다. 시세 변동 폭이 워낙 큰 탓에 투자 초기에는 일평균 10만 원씩 벌었지만 최근 시세가 곤두박질치자 취업 준비에 집중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헬스클럽의 트레이너인 E(26) 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개인지도(PT)를 받는 회원들이 줄어 월급이 3분의 1 수준으로 감소했다”며 “최저임금보다 낮은 시급을 벌고 있는 상황에서 희망을 걸 수 있는 것은 코인 투자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암호화폐 투자 광풍이 부는 원인에 대해 사라진 계층 사다리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기성세대들은 급속한 경제 성장의 수혜를 누리면서 부동산 투자 등을 통해 자산을 축적했지만 젊은 세대들은 화려한 스펙을 쌓더라도 주택 매입은 고사하고 번듯한 직장을 잡을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모 세대는 저축과 은행 대출로 내 집을 마련하고 자산을 형성할 수 있었다”면서 “지금은 부동산 가격이 워낙 뛰었기 때문에 중산층에 속한 청년들도 월급을 통해 주택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젊은 세대들은 디지털 기술을 친숙하게 받아들이는 측면이 있다”며 “일을 열심히 해봐야 집을 사기 어렵다는 인식이 젊은 세대 사이에서 확고하게 자리 잡은 상황에서 기술에 대한 믿음과 계층 상승, 생존 욕구가 맞물리면서 코인 투자의 광풍을 일으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홍용 기자 prodigy@sedaily.com,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김태영 기자 youngkim@sedaily.com, 김현상 기자 kim0123@sedaily.com, 방진혁 기자 bready@sedaily.com, 강동헌 기자 kaaangs10@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