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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5 (목)

[현장에서] 10기가 요금에 100메가 서비스 논란···공급자 중심 마인드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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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KT 10기가 인터넷 속도 저하 문제를 제기한 유튜버 잇섭 [사진 잇섭 유튜브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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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잇섭’이었지만 그걸로 끝이 아니다. 유명 정보기술(IT) 유튜버 잇섭이 최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KT의 10기가(Gbps) 인터넷 요금제에 가입했는데 속도를 측정해 봤더니 실제 속도는 100메가(Mbps)였다”고 주장하며, 인터넷 서비스 속도 논란을 키웠다. 특히 “나도 당했다”는 불만 목소리가 늘고 있다.



KT 해명에도 계속되는 ‘셀프 인증’



20일 KT는 전날 오후 잇섭과 만나 속도 저하가 일어난 원인을 설명하고, 고객센터 대응이 미흡했다며 사과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는 고의성이 없는 실수라는 게 KT 측의 입장이다.

KT가 밝힌 문제의 원인은 ‘식별 값 입력 오류’다. 잇섭이 최근 인터넷 장비를 교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KT 측에 식별 값이 잘못 입력돼 10기가가 아닌 100메가 속도로 인터넷이 제공됐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서비스를 신청하면 사용자에 연결된 장비마다 어떤 서비스를 사용하는지 구분하는 식별 값이 부여되는데, 잇섭이 10기가 서비스를 사용한다는 정보가 누락되면서 일부 오류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잇섭처럼 KT의 10기가 인터넷을 쓰는 사용자는 300회선 정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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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에서 제공하는 인터넷 속도 측정 결과 [사진 NIA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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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해명에도 사태는 진정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부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오래전부터 속도 저하 문제가 있었다. 이번엔 유명 인플루언서가 폭로했으니 이 정도라도 관심을 받는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각종 커뮤니티마다 “나도 당했다”며 ‘셀프 속도 측정’ 인증을 올리는 게시글이 줄을 잇고 있다.

사용자들은 전반적인 인터넷 속도에 불만을 터뜨린다. 10기가 인터넷뿐 아니라 1기가나 500메가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돈을 지불한 만큼 서비스 속도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이다.

불똥은 SK브로드밴드와 LG유플러스로도 튀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는 최근 “LG유플러스 500메가 인터넷을 사용 중인데 다운로드 속도는 59메가, 업로드 속도는 46메가밖에 안 된다”는 등의 글이 올라왔다. 디시인사이드 등에는 “SK브로드밴드 1기가 인터넷을 쓰고 있는데 실제 속도는 500메가”라는 불만 글이 게재됐다.

통신사들은 인터넷 상품의 속도가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금전으로 보상하도록 하는 ‘최저속도 보장제’를 약관으로 정해두고 있는데, 각사별로 속도 측정 기준이 다르다. KT의 경우 30분간 5회 이상 속도를 측정해 측정 횟수의 60% 이상 최저속도에 미달한다는 사실을 사용자가 입증해야 한다.

최근 사용자들은 인터넷 속도 진단법과 대응 요령을 공유하고 있다. 서비스 문제를 확인하고 입증하는 것이 모두 사용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제공하는 속도 측정 사이트(speed.nia.or.kr)에 접속해 자신이 이용하는 회사와 요금제를 선택한 후 측정 버튼을 누르면 10초 안에 결과가 나온다.



방통위가 적극 대응해 피해 구제해야



통신 품질에 대한 조사 권한이 있는 방송통신위원회가 보다 적극 나설 필요도 있다. 방통위는 이번 사안이 KT의 해명대로 단순 오류인지, 아니면 고의성이나 기술적 결함 있었는지 면밀히 들여다봐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당연히 제재 절차를 밟아야 한다. 한상혁 방통위원장이 이에 대해 “방통위 차원에서 개선책을 연구하고 준비하겠다”고 언급한 만큼, 더 많은 피해자가 없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여기에 더해 통신사들이 고쳐야 할 나쁜 버릇이 있다. 자신이 입증하고, 신고해야만 고쳐준다는 공급자 중심 마인드 대신 먼저 품질과 신뢰 업그레이드에 나서야 한다. 이번 사태가 ‘인플루언서 달래기’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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