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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0 (토)

조남관 총장 직무대행, 좌천된 한동훈 따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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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 한동훈 검사장/조선일보DB


조남관 검찰총장 직무대행이 20일 신임 부장검사 리더십 교육을 받고 있는 검사들을 격려하기 위해 충북 진천 법무연수원을 방문한 자리에서 법무연수원 연구위원으로 있는 한동훈 검사장을 따로 만나 차담(茶啖)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조 직무대행은 신임 검사들에게는 영화 ‘명량’의 대사를 인용해 “장수(將帥)의 충성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조 직무대행의 이날 발언을 두고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조 직무대행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국금지 의혹 수사를 무마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 지검장에 대한 기소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법무연수원을 방문해 신임 부장검사들을 만난 조 직무대행은 그에 앞서 배성범 연수원장 등 연수원 간부들과 10여분간 차담을 나눴다. 이 자리에는 한동훈 검사장도 참석했다고 한다. 이날 차담은 조 직무대행이 제안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보다 일주일 전인 지난 14일 역시 이들 신임 부장검사들을 만나기 위해 법무연수원을 찾았던 박범계 법무장관은 한 검사장과 별도 자리를 마련하지 않았었다.

지난해 추미애 법무장관이 한 검사장을 법무연수원으로 좌천시킬 때 조 직무대행은 검찰 인사를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다. 한 검사장 좌천 인사 실무를 책임졌던 이가 조 직무대행인 셈이다. 법조계에서는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으로 꼽히는 조 직무대행이 검찰 조직을 추스리는 모습을 보여주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4·7 재보궐 선거 여권 참패 이후 ‘검찰 개혁’ 과정이 거칠었다며 일부 자성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 민주당을 향해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진정성이 있다면 한 검사장 인사를 정상화 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진보 성향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지난 19일 ‘우리는 지금 쇄신과 개혁을 보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에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이 조금이라도 국민의 지지를 되찾기 위해서는 잘못된 과거에서 탈피하고 진정한 개혁에 나서야 한다”며 “쇄신의 신호탄은 박범계 장관과 이용구 차관을 경질하고 한 검사장을 복직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구부러진 과거를 가감 없이 인정하고 이를 곧게 펴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했다.

조 직무대행은 리더십 교육을 받고 있는 신임 부장검사 3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는 영화 ‘명량’을 인용해 “‘전장에 있어 장수의 의리는 충성에 있고 그 충성은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 있어야 한다'는 이순신 장군의 말씀처럼 수사에 있어 검찰의 의리는 정의에 있고 그 정의는 권력자가 아닌 국민을 향해 있어야 한다. 검찰이 지향해야 할 가치는 오로지 국민을 위한 정의와 공정에 있다”고 말했다.

대검은 조 직무대행이 “국민들 눈에 비친 검찰의 자화상은 ‘힘이 세고 무섭다. 강자에 약하다. 오만하고 폐쇄적이다’는 것”이라며 “항상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 보면서 겸손하고 낮은 자세로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줄 수 있도록 신임 부장들이 솔선수범하여 후배들을 따뜻하게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2020년 1월 13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취임식에 입장하고 있다./김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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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는 임금이 아닌 백성을 향해 충성해야 한다”고 말한 조 직무대행의 이날 발언을 두고 문재인 정권들어 과도한 친정권 행보로 논란이 되고 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법조계 해석이 나왔다. 이 지검장은 김학의 전 법무차관 불법출국금지 사건 검찰 수사를 무마했다는 혐의를 받고 지난 17일 수원지검 소환 조사를 받았다. 수원지검은 이 지검장을 불구속 기소 해야 한다는 의견을 대검에 보고했다. 대검 역시 이 지검장을 기소하는 게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검찰총장 후보군인 조 직무대행은 역시 여권의 유력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꼽히는 이 지검장을 검찰총장 인사 발표 전에 기소할 경우 청와대의 인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을 고려해 이 지검장 기소 시점을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국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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