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3.29 (금)

이슈 미래 모빌리티 생태계

테슬라, 애플 주식 ‘코인’으로 산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 바이낸스가 최근 테슬라 ‘주식 토큰’을 출시한 가운데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등 나스닥 우량주들을 코인으로 살 수 있는 주식 토큰에 관심이 쏠린다.

바이낸스는 지난 12일 미국 나스닥 상장 주식의 주가를 추종하는 주식 토큰 거래 서비스를 시작했다. 첫 번째로 거래를 지원하는 주식 토큰은 테슬라(TSLA)다. 바이낸스 이용자는 바이낸스 자체 달러 연동 스테이블코인(BUSD)으로 테슬라 주식 토큰을 구매할 수 있으며 거래 수수료는 없다.

테슬라 주식 토큰 1개의 가치는 주식 1주와 동일하다. 다만 주식 토큰은 기존 주식과 다르게 1주가 아닌 일부만 구입할 수 있다. 20일 기준 700달러 선에서 거래 중인 테슬라 주가를 1달러의 소액으로도 매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이낸스는 테슬라에 이어 코인베이스 주식 토큰(COIN) 상장 계획도 밝혔다. 글로벌 가상자산 거래소인 코인베이스는 지난 14일(현지시간) 나스닥에 직상장하며 전세계적으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파생상품 거래소 ‘FTX’, 주식 토큰 출시로 가파르게 성장

글로벌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바이낸스가 테슬라, 코인베이스의 ‘주식 토큰’ 거래를 지원하는 만큼 향후 주식 토큰이 글로벌 디지털자산 시장의 떠오르는 투자 상품이 될 거란 전망이 나온다. 가상자산 파생상품 거래소인 ‘FTX’가 그 전망에 힘을 보탠다. FTX는 앞서 애플, 테슬라, 아마존, 화이자, 알리바바 등 글로벌 주요 주식 종목의 가치를 추종하는 ‘주식 토큰’을 선보이며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기준 FTX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107억달러(한화 약 12조원)로 6개월 전 9억달러(한화 약 1조원)에 비하면 10배 이상 증가했다.

FTX의 성장세는 샘 뱅크맨 프리드(Sam Bankman-Fried) 최고경영자(CEO)의 역할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SBF’라는 닉네임으로 불리는 그가 가진 영향력이 투자자의 관심을 끌어모았다는 설명이다. SBF는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운동 당시 개인으로서는 두 번째로 많은 금액(59억원)을 후원하며 관심을 끈 바 있다. 포브스에 따르면 SBF는 FTX의 성장세로 순자산 87억달러(한화 약 9조 7000억원)를 기록하며 암호화폐 업계 부자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화제를 모은 나스닥 우량주들만 골라 상장한 점도 FTX의 성공을 이끌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도 테슬라, 애플 같은 글로벌 주요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혁신을 선보였다는 평가다. 임동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암호화폐 투자자 중에서도 기존 금융 자산과 연동해 투자하려는 수요는 많을 것”이라며 “테슬라 주식을 사고 싶은 신흥국 국민들이 보다 쉽게 테슬라 주식을 살 수 있도록 지원하는 효과”라고 예시를 들었다.

바이낸스도 FTX의 사례를 참고해 보다 많은 주식 토큰을 상장한다면 더 큰 성과를 보일 거란 기대도 나온다. 거래소 규모 및 사용자 수를 감안했을 때 FTX보다 빠르게 경쟁력을 갖출 거란 설명이다. 국내 블록체인 액셀러레이터인 디스프레드의 예준녕 공동설립자는 “FTX보다 큰 규모의 바이낸스가 테슬라 외 추가 상장을 공격적으로 진행한다면 FTX만큼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며 “프리-IPO(pre-IPO contracts) 등 다양한 상품을 준비해서 선보이면 보다 많은 사용자들이 관심을 가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FTX는 현재 프리-IPO 상품을 제공해 해외 투자자들이 로빈후드 같은 비상장 주식에 투자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프리-IPO 상품에 있는 회사가 상장하면 해당 상품은 주식 토큰으로 자동 전환된다.

“국내 도입은 글쎄”

한편 국내에서 주식 토큰 도입이 가능한지에 대한 여부도 주목을 받는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계는 현재로선 힘들다는 반응이다.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기존 금융 당국의 규제가 확립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밀어붙이기 어렵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 A씨는 “현재 주식 시장의 자본이 가상자산 시장으로 넘어오는 상황에 대해서도 여론이 좋지 않은 가운데 ‘주식 토큰’까지 도입하기란 매우 조심스럽다”며 “특금법 등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시기상 올해 안으로 도입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외에 주식과 다르게 주권이 보장되지 않는 문제점도 지적받는다. 기존에는 주식을 구매하면 주주의 권리인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주식 토큰은 불가하다. 임동민 연구위원은 “주식 토큰은 증권에 명시돼있는 계약 사항들을 보장해주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이를 전제할 때 주식 토큰의 가치는 기존 주식 대비 할인돼야 하는 게 맞지만 높은 접근성 등을 이유로 오히려 프리미엄이 붙을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지영 D.STREET(디스트리트)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