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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4 (수)

자동차용 SiC전력반도체 국산화 성공…"반도체 대란 해소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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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RI "獨·日만 보유한 기술 독자 개발."

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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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전기자동차용으로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SiC(Silicon Carbide, 탄화규소) 전력반도체의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크게 높이면서도 칩 공급을 더 늘릴 수 있는 기술이 국내에서 개발돼 곧 실용화될 예정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한국전기연구원(KERI)은 SiC 전력반도체 소자 최첨단 기술인 ‘트렌치 구조 모스펫(MOSFET)’을 개발해 전문 제조업체와 20억원 규모의 기술이전 계약을 맺었다고 21일 밝혔다.


전력반도체(또는 파워반도체)는 전력을 제어하는 반도체로서 가전기기, 조명을 비롯한 모든 전기·전자제품에서 반드시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전기차 배터리의 직류 전기를 교류 전기로 바꾸어 모터(전동기)에 공급하는 인버터의 핵심부품이 전력반도체다. 전기차, 재생에너지 발전, 에너지 저장장치 등 최근들어 전력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지만 생산이 달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생산라인을 중단하는 등 '반도체 대란'이 일어 나고 있다.


SiC 전력반도체로 전기차 인버터를 만들면 지금까지의 실리콘(Si) 반도체 인버터를 사용했을 때보다 에너지 효율이 최대 10% 높아지고 인버터의 부피와 무게를 줄일 수 있어 e-모빌리티용으로 최적이다. 이런 까닭에 SiC 전력반도체는 전기차용 수요가 급증하여 최근 1년여 전부터 공급이 부족한 상태다. 또한 SiC 반도체 소재는 미국 기업의 대중국 금수 품목에 포함되는 등 미·중 기술전쟁의 대상이기도 하다.


SiC 전력반도체 성능은 실리콘 반도체보다 훨씬 뛰어나다. 이는 물질 특성의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으로, SiC 전력반도체는 실리콘 반도체보다 10배 높은 전압을 견디고, 섭씨 수백도 고온에서도 동작하며 전력 소모도 작아 에너지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국내 기술진의 SiC 트렌치 모스펫 개발 성공은 SiC 기술 1부 리그에 후발국인 한국이 합류했다는 의미가 있다. SiC 트렌치 구조는 안정적인 동작 및 장기 내구성 확보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많아 세계적으로도 독일과 일본만이 양산화에 성공할 정도로 기술 장벽이 높다. KERI 전력반도체연구센터 방욱 센터장은 “트렌치 모스펫 기술은 우리 연구원이 지난 20년간 꾸준히 쌓아온 SiC 소재 및 소자 기술이 집약된 것”이라며 “수년 내에 SiC 시장의 주역이 될 트렌치 모스펫이 국산화 된 것이 가장 큰 의미”라고 평가했다.


SiC 트렌치 모스펫 기술은 SiC 웨이퍼에 좁고 깊은 골(트렌치)을 만들고, 이 골의 벽면을 따라 전류 통로인 채널을 상하 방향으로 배열한 것으로, 지금까지 수평으로 배열했던 채널 구조와 차별화한 것이다. 수평으로 배열된 채널을 수직으로 세운 만큼 채널이 차지하는 면적을 절약할 수 있어서 전력 소자의 면적을 최대 수십 퍼센트 줄일 수 있다.


SiC 전력반도체의 공급을 소수의 선진 국가들만이 독점하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공급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연구진에 의해 트렌치 기술이 개발됨에 따라 SiC 전력반도체의 생산량을 증가시켜 공급 부족을 완화시킬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문정현 KERI 박사는 “SiC 전력소자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은 이 기술이 적용되면 웨이퍼당 더 많은 칩을 만들 수 있어 공급량도 늘리고 소자 가격을 그만큼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KERI가 개발한 ‘트렌치 구조 SiC 전력반도체 모스펫’ 제조 원천 기술은 이미 상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KERI는 이 기술을 포함해 제품 상용화를 위한 각종 측정·분석 기술 등 종합적인 기술 패키지를 SiC 전력반도체 전문업체인 ㈜예스파워테크닉스에 최근 기술 이전했다. 기술이전 금액은 과제수탁 계약 포함 총 20억원에 이른다. 연구팀은 장비 구매부터 양산화 라인 구축까지의 전 프로세스를 지원하는 등 그동안 수입에 많이 의존했던 SiC 전력반도체의 국산화 및 대량 생산화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한편 유럽 시장조사기관 IHS 마켓 등에 따르면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약 7억 달러(약 7800억원) 수준에서 오는 2030년 약 100억 달러(약 11조 1400억원) 규모로 연평균 32%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전망이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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